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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16명 잃었다…박정희때 들인 F-5E "목숨 걸고 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의 한 야산에서 공군 관계자들이 제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잔해를 확인하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4분쯤 F-5E 전투기가 이륙해 상승하던 중 추락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의 한 야산에서 공군 관계자들이 제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잔해를 확인하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4분쯤 F-5E 전투기가 이륙해 상승하던 중 추락했다. 연합뉴스

1970년대 개발한 공군의 노후 기종인 F-5E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공군에 따르면 11일 오후 1시 44분쯤 수원기지에서 이륙해 상승하던 제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1대가 급강하해 추락했다.

전투기는 기지에서 서쪽으로 6㎞ 정도 떨어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야산에 떨어졌고, 조종사인 심모 대위는 탈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순직했다.

공군 관계자는 “이륙 후 상승하던 항공기의 좌우 엔진 화재 경고등이 켜지고 난 뒤, 항공기 기수가 급강하했다”며 “이후 심 대위가 '비상탈출(eject)'을 2번 불렀지만 탈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추락 지점은 야산이다. 사고 기체에 탄약이나 폭발물은 싣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추락 직후 소방헬기 등 장비 18대와 40여명의 소방관이 출동해 화재를 진화했다.

F-5E/F 기종은 박정희 정부 때 도입하기 시작한 노후 기종이다. 공군 조종사들 사이에선 비상시 탈출을 돕는 사출장치의 상태가 다른 기종들에 비해 부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번 사고까지 2000년 이후 추락하거나 충돌한 사고기만 15대에 이르고, 이 과정에서 조종사 1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종사는 “벌써 도태됐어야 할 기종을 연한을 연장해가면서 계속 쓰고 있다”며 “목숨을 걸고 타야 하는데 누가 원해서 타겠느냐”고 말했다.

화성시 야산에 F-5E 전투기 추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화성시 야산에 F-5E 전투기 추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재 공군은 수원과 강릉기지(제18전투비행단)에서 각 2개 대대씩 80여대의 F-5E/F 전투기를 운용 중이다. 광주ㆍ원주ㆍ예천기지에 있던 F-5E/F 전투기는 FA-50 경공격기 등으로 대체됐다.

공군은 현재 운용 중인 전투기들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하는 KF-21 전투기의 도입 예상 시기인 2026년 이후에나 퇴역시킬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력과 안전 양쪽을 모두 감안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은 “전력 유지를 위해 당장 도태시키기 어렵다면 리스 방식으로 중고 F-16 전투기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며 “조종사 목숨을 담보로 임무를 수행하는 건 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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