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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꺾이는데 커진 비용 부담…올해 수출 가시밭길 걷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역사를 새로 썼던 수출이 올해는 쉽지 않은 길을 갈 전망이다. 교역 성장세가 지난해 만큼 커질 수 없는 상황에서, 공급망 차질과 비용 상승 등 수출의 발목을 잡을 요인이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순 수입 증가, 수출 증가 두 배 넘어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11일 관세청은 1~10일 수입액(189억 달러)이 전년보다 57.1%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수입액(139억 달러) 증가율 24.4%의 두 배가 넘었다. 이달 초순 무역수지도(-49억4500만 달러) 적자를 봤다.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최근 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수입액 증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동절기에 난방 수요가 늘면서 에너지 수입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적자 우려를 키웠다. 실제 한국은 지난달 사상 최고 수출액(607억4000만 달러)을 기록했지만, 에너지 수요 증가로 수입액(613억2000만 달러)도 큰 폭으로 늘어 무역수지가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수입액이 늘면 시차를 두고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중간재 산업이 많은 한국은 수입 비용 증가 추세가 길어지면, 그만큼 수출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전체 수출액 감소로 이어진다.

공급망 차질, 장기화 가능성

지난 1일 코로나19로 시 전역이 봉쇄된 중국 산시성 시안시의 항공 사진이다. 인구 1200만 명의 시안시는 지난해 12월 23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시 전역이 봉쇄됐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코로나19로 시 전역이 봉쇄된 중국 산시성 시안시의 항공 사진이다. 인구 1200만 명의 시안시는 지난해 12월 23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시 전역이 봉쇄됐다. 연합뉴스

정부는 수입액 증가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가 동절기에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수입액 증가 이유는 다소 복합적이다.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상승뿐 아니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 따른 공급망 차질, 미국의 긴축 정책으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동시에 작용했다. 모두 단기간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수입 부담 증가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망 차질이다. 실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중국 정부가 시안시를 봉쇄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시안시 낸드플래시 공장을 생산량을 줄여야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도 올해 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항만 노동자가 부족해지면서 생긴 물류 대란도 공급망 차질을 부추긴다. 지난달 31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사상 처음 5000포인트를 넘은 5046.66을 기록했다. 한국이 자주 이용하는 미주 서안 노선은 컨테이너당 운임이 7681달러로 전년 같은 날 운임(4018달러)보다 91%가량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으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도 수입 부담을 더 키운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 값은 1201원으로 2020년 7월 24일(1201.5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1200원대를 기록했다. 과거 원화 가치 하락은 가격 경쟁력을 키워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중간재 품목이 많은 한국 경제 특성상 최근에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 비용 증가 부담이 더 크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등 코로나19에 가려져 있던 지정학적 리스크도 향후 기업 비용 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 시장 경기전망 하락

경제개발기구(OECD) 지난해 주요 지역 경기선행지수. OECD

경제개발기구(OECD) 지난해 주요 지역 경기선행지수. OECD

주요 수출 시장 경기도 지난해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모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은 지난해 7월, 유로존은 지난해 9월 중국은 지난해 3월 각각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찍고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선행지수는 3~6개월 후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지수가 전월보다 오르면 경기상승, 내려가면 경기하강을 의미한다. 지표대로면 올해는 지난해 강한 수출을 뒷받침했던 글로벌 경기 호조를 보기 힘들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선행지수의 신호가 예측력을 가진다는 전제하에 향후 세계 경제의 회복 기조는 약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경우 글로벌 교역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우리 수출 경기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공급망 차질 등 수입액 증가 요인은 단기간에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다”면서 “지난해 글로벌 경기 회복에 호조를 보였던 반도체·조선 등 주요 업종이 올해도 계속 좋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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