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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처럼 검은 터틀넥 입고…이재명 "135조 디지털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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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신(新)경제의 목표는 종합국력 세계 5강의 경제 대국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지금 우리는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까지 동시에 맞으면서 역사적인 대전환 시대를 살고 있다”며 “바로 지금이 대전환의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날 이 후보는 그간 출마선언문과 경제 공약 발표를 통해 내보였던 ‘전환 성장’ 정책을 총정리해 발표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먹고사는 문제로 고통을 겪고 계신 국민께 향후 5년간 국가를 어떻게 운영해 경제 위기를 극복할지 상세히 설명해 드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앞서 있다고 자평하는 정책 능력을 부각해 지금까지 공들여 구축해온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무대인 셈이다.

이 후보는 이날 회색 재킷 안에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무선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한 채 무대에 올랐다. 짙은 파란색 바탕이 깔린 대형 스크린엔 시시각각 발표 내용을 간결한 이미지로 요약해 올렸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 아이팟·아이폰 같은 신제품을 직접 소개하던 맥월드(Macworld) 기조연설을 연상케 하는 무대였다.

4대 대전환 : 과학기술·산업·교육·국토

이 후보는 세계 5강을 위해 ▲과학기술 ▲산업 ▲교육 ▲국토 등 4가지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과학기술 분야에선 “인공지능, 양자기술, 우주항공 등 10대 미래전략기술을 ‘대통령 빅(Big)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며 “과학기술혁신 부총리제를 도입해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분야에선 ▲디지털 ▲에너지 ▲제조업 ▲중소·벤처기업 ▲서비스업을 성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선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 고속도로’와 김대중 대통령의 ‘인터넷 고속도로’에 이어, 바람과 햇볕이 달리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며 “태양전지, 풍력, 에너지 저장장치 같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서둘러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1일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모태펀드를 10조원, 기술보증의 보증규모는 2배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1일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모태펀드를 10조원, 기술보증의 보증규모는 2배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교육 대전환 분야에선 대학 개혁이 주된 화두였다. 이 후보는 “대학이 미래산업에 대응할 수 있게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바꾸겠다”며 “지역과 국가를 초월하는 온라인 중심 대학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토 대전환 방안으론 “대한민국을 5극 3특 체제로 만들어서 초광역 메가시티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5극 3특 체제’는 전국을 중부권(세종·대전·충청), 동남권(경남·부산·울산), 대경권(대구·경북), 호남권(광주·전남), 수도권 등 5대 메가시티로 재편하고, 새만금·전북특별권역, 강원평화특별권역, 제주특별자치도 3곳은 특별자치도 내지 특별권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국가균형발전은 배려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사회 개혁’과 ‘금융 개혁’ 강조…“정부는 과감한 선행 투자”

이 후보는 대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개혁 과제로 ‘공직사회 개혁’과 ‘금융 개혁’을 꼽았다. 이 후보는 “세계 5강에 걸맞은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며 “개방형 임용제를 확대해서 공무원의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을 관리하는 관료 중심형 정부가 아닌, 문제 해결형 ‘스마트 정부’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금융 개혁’은 투명성·공정성 강화가 핵심이다. 이 후보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서 한 번이라도 주가조작, 시장조작에 가담하면 다시는 시장에 발조차 붙이지 못하도록 징벌과 배상을 확실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어 “MSCI(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며 “연기금·보험사 같은 글로벌 장기투자가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선수 교체를 이뤄내겠다”라고도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1일 '신경제 비전 선포식' 배경 화면은 짙은 남색 계열 바탕 위주로 제작됐다. 이날 무대는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한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1일 '신경제 비전 선포식' 배경 화면은 짙은 남색 계열 바탕 위주로 제작됐다. 이날 무대는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한다. 김경록 기자

정부 역할의 방점은 ‘과감한 대투자’에 찍혔다. 이 후보는 “이재명 신경제의 성공은 결국 투자, 투자에 달려있다”며 “정부의 대대적인 선행투자를 통해서 민간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유인하고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고구려 기병처럼…135조원 디지털 투자로 200만 개 일자리”

이 후보는 이날 디지털 산업 육성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비전 선포식에선 “고구려 기병처럼 디지털 산업영토, 기술영토,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는 기회를 선점하겠다”며 “궁극적으로 약 135조 원의 디지털 전환 투자로 200만 개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디지털 혁신 정책공약 1호’를 발표를 하고 있다. 2022.1.11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디지털 혁신 정책공약 1호’를 발표를 하고 있다. 2022.1.11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오후 열린 선대위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회 정책 발표식에선 “디지털 미래 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며 소프트웨어·AI 등 디지털 관련 교육비를 정부가 선지원하고 취직 후 나중에 일부를 갚는 ‘한국식 휴먼캐피탈 제도’도 공약했다. 이 후보는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에서 이뤄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변화가 빠른 시대엔 정말로 해서는 안 될 것만 정한 다음, 나머지는 가능하면 자유롭게 풀어주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사후 규제를 하는 방식들을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며 ‘규제 완화’ 구상도 밝혔다.

이 후보는 12일에도 산업 분야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10대 그룹 CEO와 만나는 등 당분간 경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실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위기를 극복하는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라며 “준비되지 않은 후보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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