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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지옥'서 살아남았다…'솔로지옥' 대박난 2가지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예능 프로그램으로 처음 글로벌 순위 차트에 진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 [사진 넷플릭스]

한국 예능 프로그램으로 처음 글로벌 순위 차트에 진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 [사진 넷플릭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맥을 못 추던 글로벌 OTT 시장에서 연애 리얼리티 ‘솔로지옥’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7일까지 매주 2편씩 총 8회 에피소드를 모두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은 9일 플릭스패트롤의 전세계 순위 차트에서 5위에 올랐다. 넷플릭스가 공식 발표하는 주간 순위 차트에서도 비영어 TV 부문 8위(12월 27일∼1월 2일)를 차지했다. 한국 예능의 첫 월드 차트 진입 기록이다.

‘오징어 게임’ ‘지옥’ ‘고요의 바다’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돼 여러 차례 세계 정상을 밟아본 드라마와 달리 예능 프로그램은 유재석의 ‘범인은 바로 너’, 김태호 PD의 ‘먹보와 털보’ 등도 글로벌 흥행 몰이에 실패했다. “웃음 코드가 나라마다, 문화권에 따라 다르기 때문”(김성수ㆍ정덕현 평론가)이다.

그렇다면 ‘솔로지옥’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김재원ㆍ김나현 PD를 만나 물었다. 두 PD는 ‘솔로지옥’ 제작사인 JTBC 소속으로, ‘장르만 코미디’ ‘트래블러-아르헨티나’ (김재원)와 ‘1호가 될 순 없어’(김나현) 등이 전작이다.

 '솔로지옥'의 한 장면. 커플이 돼야만 탈출할 수 있는 '지옥도'에서 청춘 남녀의 탐색전이 치열하다. [사진 넷플릭스]

'솔로지옥'의 한 장면. 커플이 돼야만 탈출할 수 있는 '지옥도'에서 청춘 남녀의 탐색전이 치열하다. [사진 넷플릭스]

◇“솔직하고 자존감 높은 출연자 덕”=‘솔로지옥’의 무대는 커플이 돼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다. 이 곳에서 8박 9일을 보내는 동안 마음 맞는 짝을 만나면 단 둘이 최고급 호텔 리조트 스위트룸에서 1박을 보낼 수 있다. 한여름 해변을 배경으로 솔로 남녀의 감정 변화가 뜨겁게 펼쳐진다.

두 PD는 프로그램 성공의 첫째 비결로 “자신의 매력을 알고 솔직하게 자기 표현을 한 출연자들”을 꼽았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자존감이 높다. 다른 나라 시청자들도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솔로지옥’에서 남성 3명으로부터 선택을 받은 출연자 송지아를 두고 “20대 연애 국가대표”(김나현)에 비유하며 “‘핫한 데이팅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기획 의도에 대한 답변 같은 인물”(김재원)이라고 했다. 김재원 PD는 “기존에 보지 못한 캐릭터다. 주체적이고 패션ㆍ뷰티에도 관심이 많고 내면에 자신을 녹여낼 줄 안다”고 말했다. 유튜버인 송지아는 ‘솔로지옥’ 공개 이후 60만명 수준이었던 구독자가 162만명까지 늘어나며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인 만큼 출연자 검증 과정도 까다로웠다. 모든 출연자들은 녹화 시작 전 정신과 전문의 상담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과정도 거쳤다. 김재원 PD는 “넷플릭스가 요구한 검증을 받은 분들이라 루머ㆍ비방 등에 대해 걱정을 안했다”며 “도를 넘는 비방이나 성희롱 등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솔로지옥' 김재원 PD. [사진 넷플릭스]

'솔로지옥' 김재원 PD. [사진 넷플릭스]

'솔로지옥' 김나현 PD.  [사진 넷플릭스]

'솔로지옥' 김나현 PD. [사진 넷플릭스]

◇“자막 없애고, 길이 줄이고”=자막을 최소화한 것도 글로벌 시청자 공략에 효과적이었다. 김재원 PD는 “해외 리얼리티 프로그램엔 자막이 없기 때문에 자막이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디오가 안 들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막을 쓰지 않았다. 자막이 없으니 출연자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됐다. 김나현 PD는 “제작진이 강요하는 느낌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러닝 타임도 짧게 했다. 김재원 PD는 “해외 연애 리얼리티는 러닝 타임이 40~50분 사이인데, 한국은 80~90분보다 긴 예능도 많다”며 “가능하면 짧게 가보자, 길어도 70분까지 가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길이를 줄이기 위해 플래시백 등을 최대한 자제했고, ‘러브라인’ 이외의 요소는 과감하게 가지치기 했다. 한결 속도감 있게 출연자들의 감정 변화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다.

두 PD는 연애 리얼리티 자체의 매력도 높게 쳤다. “자기 연애는 힘들지만 남의 연애사는 재미있지 않냐. 좋아하는 이성이 거절했을 때, 받아줬을 때 등의 감정은 숨길 수 없다. ‘데이팅’만큼 ‘리얼’을 담기 쉬운 포맷도 없다”면서 “시즌 2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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