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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수처, 자기네 인사위·수심위·자문위원까지 털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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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1월 11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인권 수사 절차를 확립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위촉한 수사심의위원을 포함해 비판적 성향의 인사위원·자문위원들까지 무차별 통신조회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수처는 수사심의위원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통신자료(휴대전화 가입자 신상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 인사위원인 야당 추천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도 조회했다. 한 공수처 자문위원은 공수처로부터 네 번이나 신상 정보를 털렸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공수처에 쓴소리도 마다치 않는 법조계 인사들이다.

‘인권 수사’ 위한 수심위 회의 한 번 안 열고 수심위원 신상 털었다

1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지난해 10월 13일 한 통신사가 가입자 정보로 보유 중인 이창현 교수의 전화번호,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 등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다.

이창현 교수는 사법연수원 19기 출신으로 검사, 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등으로 활동해온 형사소송법 전문가다. 지난해 6월 공수처 수사심의위원으로도 위촉됐다. 현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심의위원회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수심위에선 ▶직접수사 개시 여부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의 수사 진행 방향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문어발식 과잉 수사와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내부 견제 시스템으로 만든 기구다.

그런데 공수처는 이후 6개월 넘도록 10명가량의 수심위원이 참석하는 수심위 회의는 한 번도 열지 않았다고 한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관용차 에스코트 CCTV 영상을 보도한 TV조선 기자와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를 상대로 법원의 통신영장(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허가)을 청구할 때도 수심위 검토조차 거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공수처는 언론 불법 사찰 논란 외에도 수사와 관련해 온갖 잡음을 냈다. 특히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하며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상대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2회)이 모조리 기각되는 망신을 당했다.

또 지난해 9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원에 의해 압수수색 자체가 취소되기까지 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수심위를 만든 건데, 공수처는 인권 수사 절차를 거치기는커녕 몰래 수심위원의 뒤나 캤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이창현 교수가 공개적으로 공수처를 비판해왔다는 점에선 보복 의혹도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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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야당 추천 인사위원 김영종 전 안양지청장도 조회

공수처는 또 야당 추천 인사위원인 김영종 전 청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한 차례 통신자료를 조회했다고 한다. 인사위는 지난해 3월부터 처장과 차장을 제외한 검사의 임용 등을 심의·의결하고 있다. 김 전 청장은 “공수처뿐만 아니라 인천지검, 서울중앙지검 등으로부터 총 4차례 조회당했다”라며 “수사 대상이 아닌 사람에 대한 과도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창현 교수와 김영종 전 청장은 공수처에 비판적 성향인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이기도 하다. 이 학회에선 이 교수와 김 전 청장을 포함해 20여 명 이상이 공수처에 통신자료 조회를 당했다고 한다. 학회는 운영 중이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폐쇄하고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으로 ‘망명’할지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일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연합뉴스

지난해 4월 2일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연합뉴스

공수처, A 자문위원만 총 네 차례 조회…“감시 목적인가”

공수처는 지난해 4월 위촉한 자문위원 14명 중 익명을 요구한 A씨에 대해서도 통신자료 조회를 총 네 번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자문해달라고 모셔 놓고는 중대 범죄의 피의자 다루듯이 반복적으로 통신 조회를 했다니 너무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A씨는 또 “김진욱 공수처장이 불법 사찰 논란 초기 ‘한 번 조회했을 때 피의자가 아닌 사람으로 판단되면 이후 수사대상에서 배제시켰다’라고 해명했는데, 나는 대체 왜 네 번씩이나 조회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A씨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도 아닌 데다 고위공직자범죄의 공범으로 지목되지도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한 사람을 반복적으로 조회한 것에 대해 “감시 목적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11일) 현재까지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사람은 333명(449건) 이상인 것으로 집계된다. 공수처 수심위원인 이창현 교수와 인사위원 김영종 전 청장, 자문위원 A씨와 더불어 취재기자(가족 포함) 185명, 국민의힘 의원 91명,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공익신고인인 장준희 부장검사, 윤석열 후보 팬클럽 5명 이상(50대 가정주부 포함)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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