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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이 어쩌다가…경기부양책 발표 하루 전 주식에 '몰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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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핵심 인사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득한 사실이 적발돼 줄줄이 불명예 사퇴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돼 사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돼 사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하는 등 부도덕적 처신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자 오는 14일 사임한다고 보도했다. 클라리다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였다.

앞서 지난해 9월과 10월,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연은)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은 총재가 주식·부동산 투자 등으로 각각 물러났다. 이로써 부도덕한 주식 거래로 사임한 연준 이사진은 3명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전 연준 직원은 FT에 “고위직 세 명이 연달아 윤리적 문제로 회사를 떠나는 상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고 말했다.

연준 긴급성명 하루 전, 채권→주식 갈아타

 미국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되며 사의를 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되며 사의를 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공개된 클라리다 부의장의 주식 매매 내역에 따르면 2020년 2월24일 매각했던 주식펀드를 사흘 뒤인 27일 다시 사들였다. 최소 100만 달러(약 12억원)에서 최대 500만 달러(약 60억원)를 채권펀드에서 주식펀드로 옮겼다. 클라리다는 이를 연준에 보고하지 않았다.

클라리다가 채권에서 주식으로 갈아탄 시점은 연준이 “팬데믹 대응을 위해 통화정책을 바꾸겠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이다.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에 돈이 풀리며 주식 시장은 상승한다.

특히 클라리다 부의장은 주식펀드를 매수한 당일인 27일 오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직접 통화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끔찍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클라리다 부의장은 “당시 거래는 미리 계획한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이라며 “거래 내역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며 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사임서에도 주식 거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앞서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 역시 부적절한 주식거래로 직업윤리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조기 사임했다. 카플란 전 총재는 통화 긴축정책 전환을 주장하면서 알파벳·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주식과 펀드를 100만 달러(12억원) 이상 사고팔며, 사익을 얻었다.

또 로젠그렌 전 총재는 앞에선 주택시장 과열을 지적하면서 본인은 4개의 별도 부동산 투자신탁 지분을 보유한 사실이 확인돼 질타를 받았다. 둘은 연준의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통했다.

“도덕성·신뢰의 문제…충격적”

전문가들은 연준 핵심인사의 잇따른 도덕성 논란에 “매우 충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제학자는 “연준이 ‘코로나 구원투수’를 자처했던 2020년과 2021년, 내부에서 누가·언제·무엇을·어떤 비공개 정보를 기반으로 거래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일재정안정성프로그램의 선임연구원인 케일럽 니가드는 “연준의 윤리담당관이 (클라리다의) 거래를 옹호하는 것은 정말 믿기 힘든 일”이라며 “이것은 국민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신은 클라리다 부의장의 사임은 연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를 클라리다 부의장의 후임으로 지명했으며, 오는 13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인사청문회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연준은 고위급 임원들의 금융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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