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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심장이 사람 몸에서 뛴다" 말기환자 이식수술 첫 성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에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심장을 말기 심장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의료계 최초로 진행됐다. 현지 언론들은 이식받은 환자는 즉각적인 거부반응 없이 사흘째 회복 중이라고 보도했다.

 메릴랜드 의대 수술팀이 7일 유전자 처리한 돼지 심장을 인체에 이식수술하는 장면. AFP=연합뉴스

메릴랜드 의대 수술팀이 7일 유전자 처리한 돼지 심장을 인체에 이식수술하는 장면. AFP=연합뉴스

10일 AP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매릴랜드대 의대와 의료센터 연구진은 지난 7일 시한부 심장질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의 동의를 받아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매체들은 아직 수술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현재 환자가 수술 후 사흘째 회복 중이며 이식된 장기는 사람 심장처럼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이번 획기적인 수술로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우리는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지만, 세계 최초로 이뤄진 이 수술이 앞으로 환자들에게 중요한 새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최초로 꼽히는 장기 이식에는 인간 면역체계의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돼지 장기 세포면의 당(糖) 성분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제거한 돼지의 심장이 사용됐다.  심장 이식을 받은 베넷은 수술 하루 전 “죽느냐 이식 수술을 하느냐였다. 너무도 막연한 시도이긴 하지만, 내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말했다고 메릴랜드 의대 측은 전했다.

 유전자 조작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57)와 메릴랜드 의대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가 10일 공개한 모습. 메릴랜드대 의대 제공

유전자 조작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57)와 메릴랜드 의대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가 10일 공개한 모습. 메릴랜드대 의대 제공

앞서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지난해 12월 31일 ‘확대 접근’(동정적 사용) 조항을 통해 긴급 수술을 허가했다. 심각한 질환으로 위독한 환자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 같은 실험적 의약품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기증에 의존하는 이식용 장기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의료계에선 사람과 장기 크기가 비슷한 돼지 등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장기 기장을 기다리는 환자는 11만여 명에 이르고, 매년 6000명 이상이 장기를 구하지 못해 사망한다.

UNOS 최고의학책임자(CMO)인 데이비드 클라센 박사는 메릴랜드대의 장기이식에 대해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라며 “다만 이번 수술은 이종 간 장기이식이 최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시험적인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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