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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김정은 비핵화 의지 믿느냐보다, 해야한다는게 중요"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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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고, 안 믿고가 뭐가 중요합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0일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거기에 의존하면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대북 정책과는 차별점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이 후보의 답변은 ‘문 정부의 대북 정책은 2018년 초 직접 확인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신뢰에 기반을 두는데, 후보는 이를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그는 우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믿지도 않고, 안 믿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할 것인지가 고민의 대상”이라며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뭣 하러 고민하느냐. 그가(김정은이) 어떤 생각을 하든 간에 비핵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의도를 따지기보다 비핵화라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레드 라인’(임계선)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레드 라인이라는 게 외교 관계에서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상대방이 레드 라인을)진짜 넘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을 해놨는데 (아무 것도)안 할 수도 없고, 스스로 족쇄이고 자가당착에 빠질 것”이라면서다. 그는 “(북한에 대한 레드 라인을)만드는 것도 쉽지 않고, 내부적으로는 설정할 수 있겠지만 이를 공표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라고 말했다.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문 교환 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문 교환 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문 대통령이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을 레드 라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과 대비된다.

평소 “북한에도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 후보에게 최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제가 권한을 갖고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매우 유감스럽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존에 과연 도움이 되느냐”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북한의 핵 활동 재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발표와 위성 사진 증거 등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도 없고, 가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남북관계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추정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 후보가 최근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선수단만 참가하고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밝힌 것과 관련, ‘미국이 보이콧의 이유로 든 중국 내 인권 문제에 동의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중국의 인권 문제에 관심 갖기보다는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관심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추구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우리 국익에 손상이 가는 방식으로까지 할 필요는 없다”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올림픽 보이콧 동참으로 보게 될 실(失)이 득(得)보다 크다는 취지였다. ‘중국으로부터의 역풍보다는 미국으로부터의 역풍을 더 감당하기 쉽다는 뜻이냐’고 다시 묻자 이 후보는 “미국이 우리에게 보이콧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왜 거기에 답을 제시하나. 미국은 양해한 것으로 아는데, 그걸로 족하다”며 “가정적 질문을 해서 가능성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손실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또 “상대방이 양자택일로 던진다고 그중에 선택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배제되는 상황으로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가 그럴 만한 여력이 됐고, 상대방이 (양자택일을)던져도 우리가 제3의 선택지를 제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미국의 ‘양해’는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지난해 12월 미 국무부 “한국 정부가 내릴 결정”이라고 반응한 걸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국무부는 그러면서도 “(결정 전)동맹 및 파트너들과 이번 결정을 협의하고 알렸다”고 명확히 해 실망감을 숨기지도 않았다.

한‧일 관계의 뇌관인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해 이 후보는 ‘법률가 이재명’과 ‘정치인 이재명’으로서의 견해를 다르게 제시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이뤄질 경우 한‧일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발하는 것과 관련, 법원 판결대로 이를 집행해야 한다고 보는지, 아니면 다른 피해자 지원 방안을 통해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 지난 2018년 10월 30일 전범기업들이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승소 판결 뒤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 지난 2018년 10월 30일 전범기업들이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승소 판결 뒤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저는 법률가라 국가가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대신 합의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 법원의 판결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치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일단 (일본과)만나서 이야기하고, 서로 득이 되는 길을 찾자고 하고 싶다”며 “일본이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과거사 문제와 사회‧경제적 협력 문제를 뒤섞은 측면이 있는데, 이를 분리해 투 트랙으로 하되 서로 양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3의 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대화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 양국이, 피해자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사람이 만든 문제를 왜 사람이 해결하지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법대로 하는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양국의 국내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냐’고 다시 묻자 “양국의 국민 정서(에 부합해야 하고), 양국 정부의 합리적인 대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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