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개 독소조항, 이재명 지시” 김만배…1800억 배임 탈출할까 [法ON]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法ON

法ON’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독소조항이라고 7개 조항이 언급됩니다. 이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정적 사업을 위해서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입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성남시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가 “대단히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10일 법정에서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는 하지만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침을 따랐을 뿐이라며 핵심 배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일당’의 첫 공판에서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뉴시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뉴시스

그는 지난해 11월 22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1827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49일 만에 열린 첫 재판에서 “성실히 임해서 재판장께서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데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배임 혐의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의 정책 판단으로 돌리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재판이 끝나고 난 뒤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이 후보 측 “독소조항 아니라 이익환수 조항…시 공식 방침” 반박

김씨 측이 이날 꺼내 든 카드는 ‘이재명’이다. 김씨측은 이날 재판에서 재차 “‘7개 독소조항’이라는 것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기본구조로, 당시 정책 방향에 따라 성남시의 지시·방침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7개 독소조항이란 김씨가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2015년 초 민간사업자 이익 극대화를 위해 공모지침서에 들어가야 할 7개 필수조항에 대해 설명을 듣고 유동규(53·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공원사업비·임대주택부지 제공 외 공사는 추가 이익 분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고정이익 환수 ▶건설사는 배제하고, 금융권 컨소시엄으로 신청을 제한하며 ▶개발한 택지를 민간사업자가 직접 사용해 아파트 시행 사업을 할 수 있게 하고 ▶화천대유가 아파트 시행 이익을 독점할 수 있도록 자산관리회사로 선정하는 내용 등이다. 그 외 ▶시중은행만 참여하도록 대표사 신용등급 기준은 AAA로 하며 ▶증권사 등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대표사 금융주간사 실적 기준을 7000억원으로 하며 ▶사업비 조달 평가 기준도 CD금리 수준인 2.5% 이하로 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재판에서 이재명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자 이 후보 측은 4시간 뒤 아예 공식 입장을 냈다. 이 후보 측은 ▶독소조항이 아닌 ‘이익환수 조항’이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사적 지시가 아닌 ‘성남시 공식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주장하는 ‘독소조항’ 표현과 김만배씨 변호인이 변론시 사용한 ‘이재명 지시’ 등의 표현을 인용한 기사는 사실관계도 틀리고, 대선에 영향을 주는 보도”라며 “사실관계에 입각한 정정보도를 요청한다”고 했다.

김씨 등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과 유동규(53·구속기소)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5년 2월 공모해 ‘초과 이익 환수’ 조항 등을 삭제하고 7개 조항을 삽입했다. 이를 검찰은 ‘7개 독소조항’으로 봤다. 예상보다 많은 이익이 나면 성남도개공이 이익을 환수한다는 조항이 사라지면서 화천대유 측이 수천억원대 막대한 이익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 조항은 사업자 선정 이후 사업협약·주주협약에도 반영돼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대주주 7명은 택지개발 배당 이익금 4040억원 외에 직접 5개 블록 택지에서 아파트 시행 사업을 벌여 추가로 4000억원의 분양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김씨 측은 “막대한 개발 이익을 얻을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한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는 성남시 분당과 경기도 부동산 경기가 모두 하향하는데, 인허가와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위험성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성남도공은 위험을 지는 대신 ‘확정적 수익’을 얻는 방식을 택한 것 뿐이라는 논리다.

김씨 측은 화천대유의 대장동 사업 참여를 주식 투자에 빗대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지나간 일의 전문가”라며 “어제 자 주식을 오늘 보면 ‘그럴 줄 알았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바로 어제로 돌아가면 과연 오늘 어떤 일이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시장의 활황으로 이윤이 커지자 동업자 간 이견이 생겨서 과장된 언사 등으로 사실관계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대장동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 형식이든 어떤 형태로든 더 완벽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대장동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 형식이든 어떤 형태로든 더 완벽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앞서 검찰은 ‘대장동 피고인’들이 2015년 대장동 민·관 합동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화천대유 등에 유리하도록 7개 독소조항을 그대로 반영해 공모지침서를 작성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게 했다며 기소했다.

검찰은 화천대유, 천화동인 1~7호가 최소 651억원 가량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최소 1176억원 상당의 시행이익을 챙겨 공사에는 그만큼(총1827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아직 분양이 완료되지 않은 블록 등도 있어 배임액은 늘어날 수도 있다. 김씨에게는 이런 특혜를 대가로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실제 5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도 적용했다.

檢 ‘대장동 로비’ 녹취파일 제출한 정영학만 “공소사실 인정”

이날 공판엔 김만배·유동규씨를 비롯해 천화동인 4·5호 소유주 남욱(48·구속기소) 변호사, 전 성남도공 투자사업파트장 정민용(47·불구속기소)변호사가 나왔다. 이들은 입을 모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진실이 밝혀졌으면 한다”고 사실상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정치·법조인에게 50억원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한 이른바 ‘50억 클럽’의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 등을 검찰에 제출해 ‘키맨’으로 부상했던 정영학(53·불구속기소) 회계사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가장 늦게 재판에 넘겨진 정민용 변호사는 “대장동은 이 사안이 나올 때까진 제게 대단히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였다”며 “변질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슬프고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 공소사실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입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날 재판에서는 한모 공사 개발사업 2팀장을 증인으로 불러 심리를 이어간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주요 혐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주요 혐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