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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영익의 이코노믹스

물가 치솟을 땐 실질가치 지킬 자산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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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이너스 실질금리’ 대처법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미국의 실질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과거 통계를 보면 실질금리가 실질 경제성장률에 선행했다.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이다. 미국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대표적 명목금리이다. 소비자물가는 물가를 측정하는 대표 지표다. 2021년 11월 현재 10년 국채수익률은 월평균 1.56%였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6.81% 상승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5.25%였다. 1953년 4월부터 10년 국채수익률이 발표됐는데, 그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미, 물가가 금리보다 상승폭 커
현금 가치 떨어져 구매력도 저하
주식·금 등 실물자산 중요하지만
아직 불확실성 커 신중한 투자를

역사적으로 실질금리의 장기 평균은 2.17%였다. 2000년 이후로는 1.01%로 낮아졌지만, 실질금리는 장기적으로 플러스 상태를 유지했다. 금리란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로 넘기는 데에 대한 대가이다.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야 저축할 유인이 생긴다. 그래서 플러스 실질금리가 정상이다.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진 실질금리가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명목금리인 국채수익률이 오르거나 물가상승률이 낮아져야 할 것이다.

금리 인상 예고에도 시장금리 낮아

김영익의 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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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국채수익률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1970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국채수익률은 평균 6.1%였고, 같은 기간 명목 GDP 성장률은 6.2%였다. 2000년 이후로는 평균이 각각 3.2%와 4.0%로 낮아졌다. 미 의회에서 추정하는 명목 잠재성장률은 2021년 4.8%, 2022년 4.3%이다. 최근 1.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국채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의미다.

그림미국의 마샬케이 급증, 금리 하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림미국의 마샬케이 급증, 금리 하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시장금리가 이렇게 낮은 이유를 실물에 비해 많은 통화공급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나타내는 지표가 광의통화(M2)를 명목 GDP로 나눈 ‘마샬케이’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돈을 대규모로 찍어냈다. 위기 이후에 마샬케이가 한 단계씩 높아졌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돈을 많이 풀었다. 2020년 2분기 마샬케이가 0.93으로 2019년 말(0.71)보다 32.1%나 급증했다. 마샬케이와 국채수익률 사이의 상관계수가 -0.76일 만큼, 실물경제에 비해 과다하게 돈이 풀렸다.

여기다가 Fed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시장금리를 낮은 수준에 머물게 하고 있다.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보면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 가운데 20.8%를 Fed가 보유하고 있다. 2008년 4.4%에서 4.7배나 늘어난 셈이다. 금리가 오르면 Fed가 다시 국채를 매수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2022년 3월까지 양적완화를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공개된 점도표에는 2022년에 2~3차례 연방 기금금리를 올리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미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통화정책의 또 다른 목표인 고용도 개선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채수익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 성장해야 실질금리도 정상화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Fed가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데도 국채수익률은 왜 오르지 못하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은 실질 경제성장률이 조만간 떨어지고 물가도 안정될 것이라는 채권시장의 기대에서 찾을 수 있다.

실질금리는 사후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앞서 본 것처럼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이 실질금리이다. 사전적으로는 실질금리의 대용변수로 실질 경제성장률이 사용된다. 1970년에서 2021년 3분기까지 실질금리는 평균 2.2%였고, 실질 경제성장률은 2.7%였다. 2020년 이후로는 각각 1.1%로 1.9%로 낮아졌다. 미 의회가 추정하는 2021년과 2022년 실질 잠재성장률은 1.9%와 2.0%이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실질금리는 1%를 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실제 실질금리는 -5%대다.

미국의 실질금리·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의 실질금리·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97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실질금리가 실질 경제성장률에 2~7분기 선행했다. 〈그림 2 참조〉 인과관계 분석을 해보아도 실질금리가 실질 경제성장률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현재 큰 폭의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시차를 두고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 둔화로 물가 점차 낮아질 듯

블룸버그 컨센서스(2022년 1월 기준)에 따르면 2021년 미국 경제는 5.6% 성장했고, 2022년과 2023년 예상되는 성장률도 각각 3.9%와 2.5%이다. 여기서는 경기침체 조짐을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경기에 선행하는 일부 지표는 경기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매월 발표하는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2021년 6월을 정점으로 11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주식시장 거품도 문제다. 2021년 2분기에 GDP 대비 331%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3분기에는 324%로 낮아졌다. 미국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도 역시 사상 최고치인 53%에서 더는 올라가지 않고 있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금액도 11월에는 약간 줄었다. 다가올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이 둔화하거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수요 위축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다. 2021년 4분기를 고점으로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주식시장의 거품이 붕괴하면 그 속도는 더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 결국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 상승이 아니라 경기둔화에 따른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그 폭이 줄어드는 과정이 전개될 전망이다.

한국 실질금리, 2000년 이후 최저치

한국의 경우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2021년 4월부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고 있다. 특히 12월 국고채 10년 수익률(2.2%)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3.7%)을 차감한 실질금리는 -1.5%로 10년 국고채가 발행되기 시작했던 2000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1년부터 2021년 3분기 통계로 분석해보면 실질금리가 경제성장률에 1분기 선행(상관계수 0.61)했다. 앞으로 명목금리가 오르기보다 경제성장률 혹은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폭이 축소되겠지만, 당분간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살아야 할 것이다.

물가상승률과 주요 자산가격 상승률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물가상승률과 주요 자산가격 상승률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가계 자산배분 측면에서 실질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자산을 찾아야 한다. 그런 자산이 주식·부동산·금 등이다. 〈그림 3 참조〉 2000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통계로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월평균 2.3%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KOSPI) 상승률은 9.1%였다. 여기에다 배당수익률 1~2%를 고려하면 주식수익률은 10%를 약간 넘었다.

또한 전 도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KB국민은행 주택가격 통계 기준)은 평균 5.5%였고, 금값 상승률은 월평균 10.0%였다. 모두 물가보다 더 올라 자산가치를 보존하고도 남았던 셈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들 자산 투자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특히 주가와 경기(물가)는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순환한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주가가 물가에 1년 정도 선행했다. 그사이에 경기가 끼어 있다. 주가가 현재의 경기 상태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에 4~5개월 앞서갔다.

주가가 오르면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으로 이어진다. 이 시기에 소비를 포함한 총수요가 늘면서 물가가 상승한다. 물가가 오르면 시장금리가 곧바로 상승하고 정책당국도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와 경기(기업수익)이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금리가 오르면 주가 상승세는 둔화하거나 떨어지기도 한다. 물가상승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줄여 소비 위축을 초래한다. 금리상승 역시 소비나 투자 감소 요인이다. 금리상승에 이어 경기마저 둔화하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주식과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웃돌았다.

그러나 경기순환으로 보면 아직은 이들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시기는 아니다. 당분간은 명목 가치라도 지키면서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견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