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휴게소 카페 ‘임대료 폭탄’ 1년새 900만→5380만원,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1.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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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29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옛 대관령휴게소. 36㎡(약 11평) 남짓한 분식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3)씨 부부의 얼굴은 어두워 보였다. 10년 넘게 떡볶이와 어묵을 팔아온 점포 임대료가 1년새 크게 올라서다. 이씨는 “최고가 경쟁 입찰 때문에 1년에 1000여만원이던 임대료가 올해 2960만원으로 뛰었다”며 “코로나로 영세상인들의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곳도 많은데 외려 임대료가 급등한 건 부당하다”고 하소연했다.

대관령휴게소에 입점해 장사하는 영세상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처지다. 휴게소 내 개인이 운영하는 점포 9곳의 임대료가 올해부터 많게는 6배나 높아졌다.

지난달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옛 대관령 휴게소 입점 상인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걸어 놓은 모습. [사진 상인연합회]

지난달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옛 대관령 휴게소 입점 상인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걸어 놓은 모습. [사진 상인연합회]

대관령휴게소는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길목에 위치한 휴게소다. 2001년 이 구간을 직선화한 새 도로가 놓이면서 휴게소 앞을 지나는 도로가 지방도로가 됐다. 휴게소 자체는 강원도 소유지만, 현재 평창군이 위임을 받아 유지·관리 및 운영을 하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해 3월까지는 대관령마을영농조합법인에 매년 800만~1000만원의 임대료를 내며 영업을 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4월 평창군시설관리공단을 출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운영권을 회수한 공단은 공유재산법에 따라 경쟁 입찰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휴게소 안팎에선 “가게 입찰을 받기 위해 ○○가 높은 금액을 쓴다”라는 식의 소문이 급속하게 퍼졌다. 실제 이번 경쟁입찰에서 점포 두 곳이 기존에 내던 금액과 비슷한 금액을 써냈다가 입찰에서 떨어져 당장 가게를 비워줘야 할 처지가 됐다. 휴게소 내 잡화점을 운영해 온 이모(55·여)씨는 “입찰가보다 높은 금액을 적어내면 아무리 열심히 팔아도 남는 게 없어 생계유지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131㎡(약 39평) 규모의 카페를 운영해 온 배모(39)씨는 “경쟁 입찰에 4000만~5000만원을 써내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돌아 오픈 당시 시설 투자에 1억원이나 쓴 카페를 지키기 위해 더 높은 금액을 쓸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해까지 900만원가량 내던 임대료를 앞으로 6배가량 높은 5380만원이나 내게 됐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대관령면 점포의 경우 1층 기준 평당 임대료는 월 5만~8만원 수준”이라며 “아무리 위치가 좋더라도 1년 임대료가 5000만원을 넘는 건 너무 과하다”고 말했다.

평창군시설관리공단 측은 “지난해 4월 출범 후 곧바로 경쟁 입찰을 하지 않고 상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12월 말까지 9개월간 유예기간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상인들은 점포의 면적에 따라 임대료를 냈다고 한다.

상인들은 그 뒤로도 사용 허가 기간을 연장해 경쟁 입찰 시기를 더 늦춰 달라고 요청했지만 평창군시설관리공단 측은 거절했다. 한왕기 평창군수는 “공공재산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시설관리공단을 만들었고, 법상 수의계약이 불가능해 공개경쟁 입찰을 한 것”이라며 “기존 상인 외에도 입찰에 응한 사람들이 있어 임대료를 낮출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워지자 점포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부도 착한 임대인을 지원하기 위해 임대료 인하액의 일정 비율을 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처럼 민간에는 “착한 임대인이 돼달라”고 강조하면서 공공기관은 “법대로 하겠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단과 사용계약을 맺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영업손실에 대한 부분을 보존해주는 방안 등을 조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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