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것 같았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김부선씨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진실 게임’이 법정에서 계속 논란이 되면서다. 최근엔 김씨가 자신을 허언증 환자로 몰았다며 이 후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특정 부위 점’이 다시 논란이 됐다. 김씨가 2018년 “이 후보의 신체 특정 부위에 점이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당시 이 후보가 반박 근거로 내놓은 신체 검증 결과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재판부, “직접 사실조회 해보라” 의견도
지난 5일 서울동부지법 민사16부(우관제 부장판사)에서 열린 재판에서 김씨 측은 2018년 10월 이 후보의 몸에 점이 있는지를 확인한 아주대병원 의료진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씨 측은 “병원 판정은 이 후보의 ‘셀프검증’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이 후보는 김씨가 “이 후보의 신체 특정 부위에 난 점을 봤다”는 주장을 이어가자 아주대병원에서 자발적으로 신체검증을 받은 결과를 제시했다. “점이나 점을 제거한 흔적이 없다”는 의사소견서로 양측의 공방이 끝난 것 같았지만, 김씨가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이 재판에서 소견서가 다시 거론된 것이다.
[이슈추적]
김씨 측은 “소견서만으로 이 후보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지난해 11월 병원에 이 후보에 대한 진료기록부 등을 두 차례 요구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병원 측은 환자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진료 관련 기록을 넘길 수 없게 하는 의료법 21조를 근거로 추가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 이 후보의 소송대리인 나승철 변호사는 “소장 청구 원인에는 점 얘기가 없다. 단지 (이 후보를) 망신 주기 위해 원고 측이 관련 없는 얘기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공방하자 재판부는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정도면 상당한 긴밀 관계가 아니냐는 간접증거가 될 수 있다”며 “정확하게 검증이 이뤄졌다는 걸 밝힐 수 있도록 피고 측이 (병원에)사실조회를 먼저 한 번 하시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판사의 권유성 발언에 이 후보 측 변호인은 “저희가 입증책임이 없는데 왜 먼저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검토해보겠다는 입장만 냈다.
“점 없다”고 한 의료진, 법정 설까
신체 특정 부위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이 민·형사 재판에서 간접증거가 되곤 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 조용현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는 “불륜이나 성범죄 관련 재판에서 내밀한 부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신체감정으로 확인되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 측은 지난해 법원에 이 후보에 대한 신체감정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 후보가 자진해서 추가 신체감정에 응하지 않으면 2018년 당시 의료진의 기록이 ‘점 논란’의 최종 판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가 김씨 측이 신청한 의료진들을 증인으로 세울지는 미지수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의사의 소견서 등 기록은 통상 그 자체로 증거 가치를 갖는다. 기록이 허위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재판부가 그 기록을 존중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에서 의료진까지 증인으로 나올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다. 조용현 변호사는 “4년 전 이 후보가 받은 신체감정이 법원의 명령에 의한 게 아니라 자발적인 검사였다면 재판부에 따라 증거 가치를 다르게 볼 수 있다”며 “소견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의사를 증인으로 부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씨와 이 후보의 다음 재판은 대통령 선거일(3월 9일) 이후인 오는 3월 23일에 진행된다. 재판부는 이날 사실조회 결과를 토대로 의료진 2명에 대한 증인신청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