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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차이나](4) 음료 시장에서 대박난 中 중소기업,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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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년 만에 기업가치 1000억 위안(18조 7460억 원)에 육박한 기업이 있다. 이곳은 지난 2021년 12월 중국 후룬(胡潤)연구소가 발표한 ‘글로벌 유니콘 지수 2021’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 음료 제조 업체 ‘위안치썬린(元气森林·Genki Forest, 이하 겐키 포레스트)’의 이야기다.

[사진 163.com]

[사진 163.com]

겐키 포레스트가 출시한 음료 포장지에는 중국어 간체(气)나 번체(氣) 대신‘気’란 일본어 글자가 쓰여 있다. 음료에 부착된 제조 업체에도 ‘일본 주식회사 겐키 포레스트 제조’라고 적혀있다. 일본 브랜드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브랜드는 사실 중국 토종 브랜드다. 중국 시장에서 한때 ‘일본풍 브랜드’가 잘 팔린다는 소문이 돌며 중국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일본 특성을 앞세워 마케팅했다. 중국 브랜드보다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겐키 포레스트 역시 일본풍 포장에 힘입어 성공했다. 2020년 말 기준 겐키 포레스트의 매출은 기존 목표 매출인 25억 위안(4687억 5000만 원)을 훌쩍 넘어선 27억 위안(5061억 9600만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매출(8억 위안, 1500억 5600만 원)의 3배 이상인 수준이다.

레드 오션 ‘게임’ 시장 버리고 ‘일본풍’ 소비재 열풍 올라탄 겐키 포레스트 창업자

겐키 포레스트를 설립한 탕빈썬(唐彬森)은 온라인 게임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이었다. 2014년 게임 회사를 매각하고 벤처 캐피털 분야로 진출, 소매 분야 위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탕빈썬(唐彬森) [사진 inews.qq.com]

탕빈썬(唐彬森) [사진 inews.qq.com]

일본 특성을 내세운 소비재에서 사업성을 내다본 2016년 4월 탕빈썬은 겐키 포레스트를 설립하고 온라인 위주로 음료를 판매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2016년 말 ‘란(燃)’ 차 시리즈 신제품을 개발했다. 2년 후인 2018년 초에는 ‘일본어(気)’를 새긴 탄산수를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건강을 중시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 각광 받았다. 두 제품의 활약으로 겐키 포레스트 역시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9년 톈마오(天貓) ‘618 쇼핑 축제’에서 226만 병을 판매해 음료 분야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솽스이(雙十一·11월 11일) 쇼핑 축제’에서는 글로벌 음료 제조 업체인 코카콜라와 펩시를 제치고 전체 매출 2위를 차지했다.

[사진 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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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의 중국 토종 브랜드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다. 톈마오와 징둥(京東)이 공개한 판매 통계에 따르면 겐키 포레스트의 ‘란’ 차 시리즈 매출은 중국 최대 생수 업체 눙푸산취안(農夫山泉) 산하 차 브랜드인 ‘둥팡수예(東方樹葉)’ 판매량을 앞질렀다. 이 밖에도 샤오훙수(小紅書), 웨이보(微博) 등 각종 SNS에서 겐키 포레스트의 ‘란’ 차 시리즈 언급량이 둥팡수예와 같은 대기업 브랜드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겐키 포레스트의 급속한 성장은 인터넷 기업이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또 이미 포화된 음료 시장에서 신흥 브랜드가 선보인 ‘슈가프리(Sugar free)’ 전략이 제대로 먹혔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관련 업계는 겐키 포레스트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건강한 음료 콘셉트’과 ‘독특한 포장 디자인’을 꼽았다. 주요 시리즈인 차와 탄산수가 최근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건강을 더욱 중시하게 된 소비자의 심리를 저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긴 로고 대신 단순하고 명료한 일본어와 우아한 패턴이 건강 음료의 주요 소비자인 여성들에게 호감을 얻었다.

실제 소비자 조사에서도 아름다운 포장 디자인이 구매를 끈다는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입소스(Ipsos)는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식품 음료 업계 포장 트렌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응답자 중 83%가 “새롭고 독특한 포장 디자인으로 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입소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첫 번째 디자인 요소는 ‘혁신적인 제품명(63%)’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 마케팅 방면에서 겐키 포레스트의 전략이 중국 소비자에게 완벽하게 먹혔다는 뜻이다.

[사진 겐키 포레스트 공식 홈페이지]

[사진 겐키 포레스트 공식 홈페이지]

광고 채널 선정도 적절했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식음료 업체는 많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해당 플랫폼 사용자의 성향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겐키 포레스트의 주력 제품인 ‘란’ 차 시리즈와 탄산수는 모두 ‘슈가프리’ 음료다. 설탕과 지방을 가장 두려워하며 다이어트와 365일 씨름하는 2030세대 여성이 겐키 포레스트의 주요 타깃층인 셈이다.

샤오훙수는 여성 사용자가 대부분으로, 관련 통계에 따르면 이들은 샤오훙수에서 ‘당 조절’ ‘당 끊기’ 등 키워드를 자주 검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칼로리’ ‘열량’과 관련된 피드 역시 각각 36만여 개, 10만여 개로 집계됐다. 이에 겐키 포레스트는 샤오훙수를 주요 광고 혹은 홍보 채널로 활용, ‘제로 슈가, 제로 펫, 제로 칼로리(zero sugar, zero fat, zero calorie)’ 특성을 내세운 자사 음료를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과거에 비해 다이어트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콜라로 대표되는 탄산음료에서 점차 멀어지는 추세다. 다만 이들 역시 ‘맛’을 중시하기 때문에 음료의 감칠맛을 더하는 ‘단맛’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했다. 겐키 포레스트와 같이 설탕을 대신해 칼로리가 낮은 대체 재료를 첨가한 ‘슈가프리 음료’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겐키 포레스트는 일본어를 활용한 깔끔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일본풍 디자인으로 ‘슈가프리 음료’ 시장에서 자리를 확고하게 잡았다. 중국 브랜드 관련 잡지인 ‘브랜드 관찰(Brand Observer·品牌觀察)’에 따르면 코카콜라, 캉스푸(康師傅), 퉁이(統一)에서 출시한 슈가프리 음료보다 겐키 포레스트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163.com]

[사진 163.com]

과욕이 부른 짝퉁 논란

일본풍 디자인을 고수하는 겐키 포레스트는 2019년 말 밀크티 시리즈를 출시했다. 문제는 이 포장 디자인이 일본 유명 과자 브랜드인 후지야(FUJIYA)의 마스코트 캐릭터이자 연유 캔디 ‘밀키’의 브랜드 캐릭터인 ‘페코’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지식 플랫폼 ‘즈후(知乎)’ 등에서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겐키 포레스트가 선보인 음료 캐릭터(오른쪽)는 일본 후지야의 마스코트 캐릭터인 페코(왼쪽)와 비슷하다는 논란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 소후닷컴]

겐키 포레스트가 선보인 음료 캐릭터(오른쪽)는 일본 후지야의 마스코트 캐릭터인 페코(왼쪽)와 비슷하다는 논란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 소후닷컴]

이 밖에도 명확하지 않은 일본어 표기, 중국어와 영어가 혼재된 점 등 문제점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르며 짝퉁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일본풍 전략 유지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독이 되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해 4월에는 겐키 포레스트가 제품 홍보 과정에서 ‘제로 자당’과 ‘제로 슈가’에 대한 차이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겐키 포레스트는 이후 문제가 된 밀크티 포장 라벨을 ‘저당·저지방’으로 교체하고 재료 중 ‘결정과당’을 제거했다.

이러한 이슈 때문에 웨이보 인기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겐키 포레스트에 한 업계 관계자는 ‘슈가프리 음료’ 시장에서 1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시장인 만큼 신흥 브랜드의 성장세에 눌리지 않기 위해서는 음료뿐 아니라 다양한 ‘슈가프리’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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