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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4선 서울시장’ 도전 오세훈…"정말 잘못" 시의회 정면비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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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쪽방상담소 공동작업장 앞에서 열린 찾아가는 성탄절 사랑의 희망박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쪽방상담소 공동작업장 앞에서 열린 찾아가는 성탄절 사랑의 희망박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1일 서울시의 새해 예산안이 간신히 서울시의회 문턱을 넘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 간 ‘장외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오 시장은 자신의 공약사업 예산이 깎인 배경을 두고 시의회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고, 시의회는 “정치공학적 비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오 시장이 사실상 첫 4선 서울시장에 도전한 만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吳 “민주당, 정말 잘못된 방향 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페이스북에 서울시의회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월세 난민의 아픔해소보다 중요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고 썼다. [페이스북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페이스북에 서울시의회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월세 난민의 아픔해소보다 중요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고 썼다. [페이스북 캡처]

10일 오후 오세훈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말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계신 분은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님과 민주당 시의원님들이십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오 시장의 공약 사업인 상생주택(민간토지를 서울시가 직접 임차해 짓는 장기전세주택) 예산이 깎이는 과정에서 ‘사업 내용의 구체적 보완을 요구했으나 (서울시가) 무시했으며 예산 복구 요청도 하지 않았다’는 김인호 의장의 당초 주장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7일 오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줄임말) 예산 시리즈1- 장기전세주택’ 글이 발단이 됐다. 오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시의회가 상생주택 예산 약 40억원 중 97.4%를 감액해 월세난을 해소하려는 시도조차 틀어막았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김 의장은 이런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해 방향을 잘못 잡은 오발탄이라고 응수했다.

이후 오 시장이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발탄 지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오 시장은 “11월 제303회 정례회에 출자 동의안을 재상정하기 위해 도시계획위원님들에 대한 방문 설명은 물론, 의장단, 대표위원, 상임위원장단 대상 현안설명회를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드렸다”고 썼다. 그러면서 “도시계획위원회 한 위원님은 특혜시비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는데, 사업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드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지적을 할 수 있었겠는가. 민주당 시의회는 월세 난민의 아픔 해소보다 중요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계신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의회, “사실과 다른 정치공학적 비판”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연합뉴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연합뉴스]

오 시장과 김 의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설전을 벌인 건 지난 6, 7일에 이어 사흘째다. 오 시장은 10일 김 의장에 대한 반박글 외 ‘지못미 예산 시리즈2 - 지천르네상스’를 연달아 올렸다. “민주당 시의원이 사업 추진 의도를 왜곡하고 사업의 최초 제안자가 누구인지 질의하며 ‘오세훈표 사업’이라는 정치적 딱지를 붙였다”고 주장했다. 해당 예산은 당초 75억→15억원으로 깎였다.

김 의장은 곧바로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또 반박했다. 그는 “오늘도 총구 방향이 제대로 어긋났다”며 “해당 사업에 대한 기본구상이나 타당성 조사도 없이 시장방침에 따라 무작정 편성된 예산안을 서울시의회는 그대로 수용할 수 없었다. 사업에 대한 기본구상, 타당성 조사, 기본설계, 실시설계, 공사착공이라는 절차를 거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라고 맞받았다. 앞서 상생주택 예산에 대해서도 “제목만 그럴 듯 했지 구체적 내용이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천르네상스 예산 삭감 관련 SNS 글에 대해 즉시 반박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천르네상스 예산 삭감 관련 SNS 글에 대해 즉시 반박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서울시 조례 놓고도 맞붙은 ‘吳 vs 金’ 

양측의 갈등은 이 뿐만이 아니다. 6일엔 앞서 시의회가 통과시킨 ‘서울시 기본 조례 일부개정안’이 문제가 됐다. 개정안은 ‘시장, 교육감 등 관계 공무원이 본회의나 위원회 회의에서 의장이나 위원장 허가 없이 발언할 경우 의장 또는 위원장이 발언을 중지시키거나 퇴장을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회의에 다시 참석하려면 의장 또는 위원장이 사과를 명한 후 이에 따라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법이나 조례로 양심을 강제할 수 있고 표현을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서울시 의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면서 “근원적으로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력이 민주세력 아니었던가. 민주당이라는 당명이 무색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 “서울시와 시의회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화두는 회복”이라며 “더 이상의 진흙 던지기를 멈추자”고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吳, 정권교체론 지원하며 홀로서기 준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가 5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가 5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문가들은 오 시장과 김 의장이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존재감 부각’에 들어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 의장 역시 차기 동대문구청장 후보 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 시장으로서는 더불어민주당이 99석을 차지한 시의회에 대한 비판이 현재의 정권교체론을 후방지원하는 차원의 의미가 있다”며 “특히 3월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보니 ‘홀로서기’를 위반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오 시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상 첫 4선 서울시장 도전을 시사한 것과 관련, 유재일 시사평론가는 “서울시장은 차기 대선까지 자기 조직을 운영하기 가장 적합한 자리”라며 “다만 재선이 되더라도 예산권은 시의회에 있는 만큼, 시의회 구성을 변화시키려는 기반 다지기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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