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피온·스필버그 최다 3관왕…인종·성별 다양성에 사활 건 美골든글로브

중앙일보

입력 2022.01.10 17:19

업데이트 2022.01.10 21:40

화려한 수상 무대도, 레드카펫, 생중계도 없었지만, 쇄신을 향한 노력은 빛났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베벌리 힐스 힐튼 호텔에서 비공개 개최된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단연 인종‧성별 다양성 회복이 화두였다. 맨 처음 나란히 호명된 두 수상자 모두 비백인 배우였다.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최초 골든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오영수,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푸에르토리코계 배우 아리아나 데보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포즈’의 미카엘라 제이 로드리게즈가 트랜스젠더 최초로 트로피를 차지하며 골든글로브 역사를 다시 썼다. 수상 직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상은 더 많은 재능 있는 젊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줄 것”이라며 “젊은 LGBTQAI 아가들아 이제 문 열렸으니 별에 닿아보자!”는 글을 남겼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볼 수 없었던 수상 스타들의 모습이다.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파워 오브 도그'와 영화 부문 공동 최다 3관왕(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에 오른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가운데)과 출연 배우 아리아나 데보스(왼쪽), 주연의 레이첼 지글러가 지난해 11월 뉴욕 시사회장에 나란히 섰다. [AP=연합]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볼 수 없었던 수상 스타들의 모습이다.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파워 오브 도그'와 영화 부문 공동 최다 3관왕(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에 오른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가운데)과 출연 배우 아리아나 데보스(왼쪽), 주연의 레이첼 지글러가 지난해 11월 뉴욕 시사회장에 나란히 섰다. [AP=연합]

거장 캠피온·스필버그 나란히 최다 3관왕

특히 영화 부문은 다문화 작품이 트로피를 휩쓸었다. 올해 공동 최다 3관왕은 남녀 거장의 작품이 나란히 올랐다. 동명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토대로 다인종간 화합을 강조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여우조연상과 함께 뮤지컬/코미디-작품상과 콜롬비아계 신예 레이첼 지글러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남성 중심 이야기로 채워져온 미국 서부 무대 시대극을 여성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는 드라마-작품상과 감독상, 신예 코디 스밋 맥피의 남우조연상을 안았다. 지난해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에 이어 2년 연속 여성 감독 영화가 작품상‧감독상을 동시에 품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베벌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생중계 없이 비공개로 치러진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 모습이다. [AFP=연합]

9일(현지 시간) 미국 베벌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생중계 없이 비공개로 치러진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 모습이다. [AFP=연합]

영화 연기상 6개 중 절반 비백인 수상

배우 윌 스미스가 세계 테니스 여제 세레나‧비너스 윌리엄스 자매를 캘리포니아 빈민촌에서 길러낸 아버지 리차드의 실화를 연기한 ‘킹 리차드’로 드라마-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영화 부문 연기상 6개 중 절반을 비백인 배우가 가져갔다.

 제인 캠피온 감독은 영화 '파워 오브 도그'로 영화 부문 드라마-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3관왕을 맛봤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시사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AFP=연합]

제인 캠피온 감독은 영화 '파워 오브 도그'로 영화 부문 드라마-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3관왕을 맛봤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시사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AFP=연합]

실존 인물 영화 강세도 두드러졌다. 미국 전설적인 희극인이자 배우 루실 볼을 배우 니콜 키드먼이 빼닮게 연기한 ‘빙 더 리카르도스’가 드라마-여우주연상, 미국의 천재 뮤지컬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을 앤드류 가필드 주연으로 영화화한 ‘틱, 틱... 붐!’이 뮤지컬/코미디-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영국 배우 겸 감독 케네스 브레너는 각본‧연출을 겸해 1960년대 북아일랜드 노동자 가정의 삶을 그린 반자전적 영화 ‘벨파스트’로 각본상을 받았다.
음악상은 SF 서사시 ‘듄’의 음악감독 한스 짐머, 주제가상은 역시 짐머가 음악감독을 맡은 첩보 액션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가수 빌리 아이리시가 부른 ‘노 타임 투 다이’에 돌아갔다. 외국어영화상은 비영어권-작품상으로 명칭을 바꾼 올해 첫 트로피를 일본 떠오르는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에 선사했다.

 배우 윌 스미스는 새 영화 '킹 리차드'(사진)로 골든글로브 드라마-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세계 테니스 여제 윌리엄스 자매를 선수로 키워낸 아버지 리차드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AP=연합]

배우 윌 스미스는 새 영화 '킹 리차드'(사진)로 골든글로브 드라마-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세계 테니스 여제 윌리엄스 자매를 선수로 키워낸 아버지 리차드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AP=연합]

오영수 영미권 배우 제치고 수상, 이정재 불발

TV 드라마 및 시리즈 부문은 성전환 배우 최초 여우주연상을 제외하면, 다양성이 돋보였던 후보군에 비해 수상은 대부분 영미권 백인 스타가 차지했다.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인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이정재의 남우주연상까지 3개 후보에 올랐지만, 남우조연상 트로피만 안았다. ‘오징어 게임’ 수상이 불발된 TV 드라마 작품상‧남우주연상은 모두 미국의 백인 막장 재벌 가족을 그린 풍자극 ‘석세션’, 그 주연을 맡은 미국 배우 제레미 스트롱이 가져갔다. 다만 TV 드라마 남우조연상 부문은 ‘더 모닝쇼’ 빌리 크루덥‧마크 듀플라스, ‘테드 래소’ 브렛 골드스타인, ‘석세션’ 키에란 컬킨 등 영미권 백인 후보들을 제치고 오영수가 차지했다.

'미나리' "인종차별" 골든글로브, 오영수와 회생할까

9일(현지 시간) 생중계 없이 비공개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 깐부 할아버지 배우 오영수가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에 한국 최초로 호명되고 있다. [AFP=연합]

9일(현지 시간) 생중계 없이 비공개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 깐부 할아버지 배우 오영수가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에 한국 최초로 호명되고 있다. [AFP=연합]

올해 골든글로브는 주최 측인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의 다양성 배척에 반발한 할리우드 스튜디오‧스타들이 시상식을 보이콧하면서 비공개 개최로 전환됐다. 지난해 골든글로브가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를 한국말 작품이란 이유로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하자 각계에선 “인종차별”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이 거셌다. 백인 주인공 영화 ‘바벨’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영어 비중이 작은데도 작품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를 물꼬로 골든글로브가 그간 비영어 작품을 배척해온 점이 재조명됐다. 또 골든글로브상 투표권을 가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원 87명 중 흑인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 등이 밝혀지자 할리우드에선 시상식 보이콧 움직임이 나왔다. 워너브러더스를 비롯해 넷플릭스‧아마존스튜디오 등을 고객으로 둔 100여개 홍보대행사가 잇따라 협조를 끊겠다고 나섰고 톱스타 톰 크루즈는 그간 받은 골든글로브 트로피 3개(‘제리 맥과이어’ ‘7월4일생’ ‘매그놀리아’)를 반납했다. 마블 히어로 스타 스칼렛 요한슨, 마크 러팔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면초가에 처한 골든글로브측은 시상식에 앞서 다양한 인종‧성별의 신규 회원 21명을 확충하고 공정성을 위한 이사회 등을 신설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현지에선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골든글로브에 등을 돌렸던 현지 매체 대부분도 수상 결과 보도에 그치고 있다. 9일 비공식 개최된 시상식에 직접 참석한 LA타임스 기자는 이날 기사에서 내부 소식통인 네덜란드 언론인을 인용해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진정으로 방향을 잡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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