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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아웅산 수지에 징역4년 추가…최장 100년 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2월 쿠데타로 문민정부를 무너뜨린 미얀마 군사정권이 아웅산 수지(76) 국가 고문에게 두번째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수지 고문의 형량은 6년으로 늘었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 가택연금 상태인 그는 군정법원에서 현재까지 6년형을 선고받았다. [EPA=연합뉴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 가택연금 상태인 그는 군정법원에서 현재까지 6년형을 선고받았다. [EPA=연합뉴스]

10일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법원은 이날 수지 고문에게 무전기 불법 수입·소지 및 코로나19 방역 조치 위반 혐의 등 3개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앞서 수지 고문은 지난해 12월5일 선동 및 코로나19 방역조치 위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 사령관의 사면으로 2년 감형됐다. 현재까지 두 번의 재판으로 수지 고문의 형량은 6년이 됐다.

수지 고문은 뇌물수수 및 공직자비밀엄수법 위반 등 10여개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기소된 상태다. 미얀마 형법상 뇌물수수와 비밀누설은 각각 최장 징역 기간이 15년과 14년이다. 로이터통신은 남은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군정이 두 번째 선고공판까지 징역형을 내림에 따라, 남은 재판에서도 장기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이날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재판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수지 고문의 변호인들은 언론과 대중에 대한 접촉이 금지된 상태다. 외신들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수지 고문이 이날 재판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 총선에서 수지 고문이 이끈 문민정부가 압승해 재집권에 성공하자, 이를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당시 총선에서 수지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상‧하원 중 선출 의석의 83%를 차지했고, 군부 출신이 모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7% 의석을 얻는데 그쳤다. 미얀마 군정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 NLD가 총선에서 1100만 건 이상의 부정을 저질렀다며 총선 결과를 취소했다.

쿠데타에 성공한 군부는 수지 고문을 체포해 가택연금하고, 반(反) 군부 시위대에 대해서는 유혈 탄압을 지속 중이다. 미얀마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민간인은 최소 1447명이며, 구금된 사람은 8500명에 달한다. 유엔 전문가들은 “민간인 시위대에 군부의 가혹한 탄압이 계속될 경우, 결국 시위대의 무장으로 이어져 미얀마가 내전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얀마 시위대가 아웅산 수지의 사진을 들고 저항의 상징인 세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얀마 시위대가 아웅산 수지의 사진을 들고 저항의 상징인 세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CNN은 이날 군부가 수지 고문에 대해 각종 혐의를 덧씌운 것은 국민적 인기가 높은 그의 재기를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정치적 이유로 짜맞춘 빈약한 혐의로 수지 고문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미얀마 군사정권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겠다고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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