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요즘 尹은 ‘이준석 스타일’…이대남 겨냥 광폭 행보 득점만 할까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껄끄러운 관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6일 극적인 봉합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여러 지점에서 생각과 정서가 다르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후보의 최근 행보는 한마디로 이준석 스타일”(당 관계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여성가족부 폐지나 병사 봉급 월 200만 보장 등의 공약을 잇따라 내놓는 윤 후보의 모습이,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여성할당제 폐지, 반(反)페미니즘을 내걸고 바람을 일으킨 이 대표와 똑 닮았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변신’에 이 대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 대표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의 정책·공약에 대한 젊은 층의 반응이 정말 좋다”며 “여론조사에 반영되기까진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만, 조만간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제시한 ‘연습 문제’인 도시락 배달 라이더 일정도 주 중에 소화할 예정이다.

“20·30 남성 완승했던 오세훈 모델 참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인천역 앞 광장에서 산업화?교역일번지 인천지역 공약 발표를 마친 후 시민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0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인천역 앞 광장에서 산업화?교역일번지 인천지역 공약 발표를 마친 후 시민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0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벤치마킹하다시피 하는 것은 등 돌린 20·30대 표심을 붙잡기 위해서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청년의 보수화’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돌 정도로 젊은 층의 반(反)여당 정서가 상당했지만, 최근 윤 후보는 각종 20·30대 지지율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보다 열세다. 당 관계자는 “이대남(20대 남성) 지지율부터 먼저 회복한 뒤 세대별 맞춤 공약을 순차적으로 내놓는 전략으로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앞서는 세대포위 구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인사는 “젊은 남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압도했던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오세훈 모델’을 참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오세훈 40.9%, 박영선 44.0%), 30대 여성(오 50.6% 박 43.7%)에서는 접전 양상이었지만, 20대 남성(오 72.5%, 박 22.2%)과 30대 남성(오 63.8%, 박 32.6%)에서는 오 후보가 큰 차이로 이겼다.

윤 후보가 SNS에 단문 형식으로 파격 공약을 내놓는 것은 이재명 후보와의 이슈 주도권 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그간 이 후보가 탈모 건강보험 공약, 토지이익배당제 등을 제시하며 논란 속에서도 정책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던 데 반해 “윤 후보는 내부 갈등만 부각되고 정책이 묻힌다”는 지적이 국민의힘 내부에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등 공약을 놓고 여당이 공세를 퍼붓는 등 쟁점화하자 “정책 이슈를 선점했다는 측면에선 나쁘지 않은 신호”(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라는 자체 평가가 나왔다.

野 일각 “단기 표심 노린 즉흥 공약, 독 될 수도”

12월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 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에게 환영의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12월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 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에게 환영의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이런 ‘이준석식 행보’가 대선 국면에선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야당의 전직 의원은 “이슈 몰이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전당대회와 달리 전국 단위 선거인 대선에서는 가벼운 행보만 반복하면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보수진영이 내걸었던 ‘경제 민주화’ 등 굵직한 어젠다가 아니라 일시적 파급력에만 초점을 맞춘 단발성 공약만 내놓다가는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취지다.

깜짝 영입된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사퇴한 직후 돌연 여가부 폐지 등의 공약이 쏟아지는 것을 두고 “단기 표심을 노린 즉흥적인 정책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당 초선의원)는 당 안팎의 우려도 적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윤 후보의 병사 봉급 인상 공약에 대해 “월 200만원이 안 되는 부사관 등의 월급은 어떻게 할 거냐”고 의문을 제기했고, 홍준표 의원은 같은 날 “그 공약은 헛소리”라고 공격했다.

현장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변화와 쇄신’ 청년보좌역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현장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변화와 쇄신’ 청년보좌역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 후보의 젊은 남성 지지율이 상승하더라도 대선 직전 젠더 갈등 이슈가 폭발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여성 의원은 “여가부 폐지 등은 다른 측면에선 여성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양날의 검 같다”고 공약 수위 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면 김철근 당대표실 정무실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대남 뿐 아니라 이대녀(20대 여성)들을 위한 공약도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후보는 20·30대 남성에만 공약이 치중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성이니 여성이니 분류하는 시각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병사 봉급 인상의 경우 병사의 부모님도 부담을 더는 등 꼭 20대 남성만을 위한 공약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사들이 젊은 시기에 헌신과 희생으로 국가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저임금도 보장하지 않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