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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밥주고 재워줬는데..."술 왜 안줘" 모텔 불낸 70대 최후

중앙일보

입력

술에 취한 상태로 홧김에 모텔에 불을 질러 투숙객 3명을 숨지게 하고 5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이 징역 25년을 확정 받았다. 당초 1심은 이 남성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형량을 5년 더 늘렸고 대법원도 징역 25년형을 확정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는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A(70)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법원이 이 70대에게 2010년 형법 개정 전까지 유기징역의 상한이던 최고형(현재는 30년)을 선고하게 된 사연이 있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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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너 죽고 나 죽자” 불 지른 방화범, 동종 전과도 有

A씨의 양형이 1심보다 무거워진 데는 이미 비슷한 범죄를 다수 저지른 점이 언급됐다.

재판부는 과거에도 동종 범죄(현주건조물방화미수죄 등)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적이 3번이나 있을뿐더러, 심지어 이 범행 때는 ‘지나친 음주를 자제하고, 인화물질 등이 필요할 경우 보호관찰관으로부터 허락 받고 구매할 것’이라는 특별 준수사항도 받은 상태였다는 점을 짚었다.

A씨는 지난해 11월 25일 새벽 2시 38분쯤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한 모텔에 불을 질러 다른 투숙객들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모텔 장기 투숙객인 A씨는 술에 취해 의자로 집기들을 부수다가 모텔 사장에게 술을 요구했고 거절당하자 “너 죽고, 나 죽자”라며 홧김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이 묵던 방에서 일회용 라이터로 종이와 옷가지 등에 불을 질렀고, 당시 불이 번지면서 다른 투숙객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고 5명이 상해를 입었다.

마포 공덕동의 모텔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된 A씨가 구속영장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포 공덕동의 모텔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된 A씨가 구속영장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텔 주인 두 달간 숙식 제공했더니 “술 달라”며 범행…法 “비난 가능성 크다”

재판부는 모텔 주인인 피해자가 형편이 어려운 A씨의 사정을 고려해 두 달 이상 숙식을 제공해줬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러나 A씨는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방화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려고 불을 붙였다가 불길이 커지자 모텔에서 도망 나온 것뿐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말한 범행 동기를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사건 범행에 대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피고인에게 두 달 이상 숙식을 제공해주었던 피해자가 운영하는 모텔에서 다른 투숙객들이 대부분 곤히 잠들었을 새벽 시간대에 불을 질러 위와 같은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들과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거나 피해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새벽에 불을 지른 후 혼자 도주하다가 인근 편의점 종업원에게 단지 본인이 ‘배 아프다’는 이유로 119 신고를 부탁했을 뿐,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항소심은 이에 따라 1심 형량이 가볍다고 판단, 형량을 5년 늘려 징역 25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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