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청년보좌역과 상의하라"…이래서 한줄공약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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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메시지를 고른 건 윤석열 후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중앙선대본부 관계자가 9일 전한 말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후보의 메시지가 간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에서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윤 후보 메시지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멸치와 콩, 열라면 등을 구입했다. [사진 국민의힘 선대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멸치와 콩, 열라면 등을 구입했다. [사진 국민의힘 선대위]

지난 7일 ‘여성가족부 폐지’란 단 일곱 글자로 페이스북에서 1만개가 넘는 댓글을 끌어낸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여당의 반발이 거셌지만, 이슈를 주도한 건 윤 후보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7일 공유한 '여성가족부 폐지' 포스팅. 단 일곱글자만 올린 이 메시지엔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7일 공유한 '여성가족부 폐지' 포스팅. 단 일곱글자만 올린 이 메시지엔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캡처]

이 일곱 글자 메시지는 선대본부 메시지팀의 한 청년 실무진이 직접 썼다고 한다. 단문과 장문 메시지를 모두 작성해서 후보에게 가져갔는데,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란 단문을 직접 골랐다고 한다.

윤 후보는 8일 이마트에선 멸치와 콩을 사면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난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행보였다.

애초 이 일정은 “직접 장을 보며 오른 물가를 살펴보자”는 평범한 제안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멸치와 콩’(멸공의 패러디)을 얹은 건 윤 후보의 일정팀 소속 30대 참모였다. 장예찬 선대본부 청년본부장은 “선대본부가 슬림해지며 보고 단계가 줄자 2030 실무진의 아이디어가 분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하철 9호선을 타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려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선대본부에선 '지옥철' 현장 방문이라 설명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하철 9호선을 타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려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선대본부에선 '지옥철' 현장 방문이라 설명했다. [연합뉴스]

선대본부 내부에선 윤 후보의 메시지가 달라진 이유로 두 가지 변화를 꼽는다. 선대 본부의 슬림화와 청년과 실무진을 대하는 윤 후보 본인의 자세 변화다. 장 본부장은 “여가부 폐지란 짧은 메시지도, 멸치와 콩을 사는 것도 후보가 안 한다고 했으면 그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 후보는 지난 6일 국민의힘 각 조직에 배치된 청년 보좌역들과 간담회 뒤 “선대본부의 모든 정책과 메시지는 청년 보좌역과 반드시 상의한 뒤 발표하라”는 특별 지시까지 내렸다. 당시 간담회에서 “역할이 전혀 없다”는 청년 보좌역들의 반발이 나오자 이에 즉각 반응한 것이다.

윤 후보의 직속기구인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소속의 김원재 부위원장은 “청년 보좌역과 상의하란 후보의 지시 이후 청년들이 선대본부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앙선대본부의 한 청년 보좌역은 “선대위 개편 전엔 5060 간부가 초안을 잡고 2030 실무진이 의견을 냈다면, 현재는 완전히 반대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단독 회동을 마치고 회의장에 돌아와 두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단독 회동을 마치고 회의장에 돌아와 두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런 윤 후보의 변화엔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 봉합이 영향을 미쳤단 분석도 있다. 이 대표가 선대본부에 복귀한 이후 캠프 내부에서 청년 세대들이 목소리를 낼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과정이 있었다”며 “선대위가 발전적 해체를 하며 공약 메시지의 혼란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자신의 역할에 대해선 9일 기자들과 만나 “제 역할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며 몸을 낮췄다.

선대본부 일각에선 윤 후보의 메시지 행보가 빨라지면서 내부 조율이 안 돼 혼선이 생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두고 선대본부 대변인이 “이름을 바꿀 뿐 백지화는 아니다”란 취지로 설명했다가, 윤 후보가 다시 “폐지가 맞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 그런 사례다.

하지만 선대본부 개편 역할을 맡았던 당 관계자는 오히려 더욱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윤 후보의 5일 선대위 개편 기자회견문도 만 40세 비서관이 초안을 잡았다”며 “지금 당장은 청년·수도권·중도층의 표심을 잡아야 한다. 그걸 풀 수 있는 열쇠는 2030 실무진들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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