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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서 ‘칼 군무’ 로봇회사 주목받는 진짜 이유…정의선 지배구조 개편 2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CES 2022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해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CES 2022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해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글로비스)가 지난 5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873만2290주 중 123만2299주와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주식 전량(251만7701주)을 주당 16만3000원에 팔았다.

[뉴스분석] 현대차 지배구조 시나리오 분석

글로비스 지분 매각…6000억 확보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는 정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구축하겠다는 포석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지 1년이 넘었지만, 정 명예회장이 여전히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체절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그래픽 참조〉 향후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순환출자 구조. 그래픽 차준홍 기자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순환출자 구조. 그래픽 차준홍 기자

이번 글로비스 지분 매각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가 지분의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을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지정한다. 부당한 내부거래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제까지 정 회장은 글로비스 지분의 23.29%를, 정 명예회장은 6.71%를 보유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정 회장 지분 19.99%만 남는다. 또 정 명예회장 부자는 약 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의선 ‘지배력 강화’ 필요한 상황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3월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당초 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의 모듈·AS 사업 부문을 분리해 글로비스와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반대하면서 두 달 만에 백지화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정 회장은 칼라일과 손을 잡았다. 칼라일이 만든 특수목적법인 프로젝트 가디언홀딩스가 이번에 정 명예회장 부자의 지분을 매입했다.

칼라일 초청 단독대담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칼라일 초청 단독대담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3가지

현대차그룹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정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낼지 아직 명확한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일단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막대한 상속세가 내야 한다. 정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5.33%)과 현대모비스 지분(7.15%) 가치는 이날 기준으로 4조2000억원 수준이다. 상속세 최고 세율과 대주주 할증을 적용하면 상속세만 2조5000억원이 넘는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거론하는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우선 2018년과 유사하게 그룹 계열사·사업부를 떼어내 지주사 역할을 맡기는 방안이 거론한다. 현대모비스·글로비스 합병을 재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지주사 역할을 맡길 기업이나 사업부를 기업공개(IPO) 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현대모비스-글로비스 합병 추진 당시엔 합병 비율 때문에 시장에서 불만이 많았다. 엘리엇 측이 반대한 이유도 여기서 비롯했다. 지주사 역할을 맡을 기업 혹은 사업부에 대한 평가를 시장에 맡긴 뒤 지배구조를 개편한다면,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를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인식이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큰 그림에서 보면 지배구조 변화의 일환이겠지만 2018년 같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특정 계열사의 지분을 끌어올리거나, 거꾸로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매입해야 할 지주사 역할을 맡을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켄벤션센터(LVCC)에서 개막한 'CES 2022' 전시장 내 현대차 부스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개 '스팟' 3마리가 방탄소년단(BTS) 음악에 칼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켄벤션센터(LVCC)에서 개막한 'CES 2022' 전시장 내 현대차 부스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개 '스팟' 3마리가 방탄소년단(BTS) 음악에 칼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가치를 키우거나 상장을 추진하는 방법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렇게 하면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서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정 회장이 보유한 자산 가치를 높아지면 향후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기업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거나 지배구조를 개편할 때 자금 여력도 생긴다.

지난 2018년 이후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좇아보면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음 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과 흡수합병했다. 지난 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로봇 군무’로 주목받은 보스턴다이내믹스도 눈여겨봐야 한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19.99%)와 현대엔지니어링(11.72%)·현대오토에버(7.33%)·보스턴다이내믹스(2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 기술 투자에 그룹 재원을 집중하면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핵심 회사의 가치가 커져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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