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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약 강도 높이는 이재명...이번엔 민간 분양가 상한제 도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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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8월 3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을 담은 제 3차 정책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8월 3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을 담은 제 3차 정책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민간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도입하고 분양 원가 공개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값 안정화를 위해)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5번째 ‘무한책임 부동산’ 공약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민간주택 분양가 인하를 추진하겠다”며 “분양가상한제를 민간에도 도입하고,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해 분양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는 땅값과 건축비 등 원가에 일정 정도의 이윤만 얹어 분양가를 정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제도다.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처음 도입됐지만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년 폐지됐다. 부활한 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이었다. 지난 2020년 7월 말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민간택지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를 전국적으로 전면 확대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구상이다.

이 후보의 전격적인 발표에 당내에서도 이견이 속출하고 있다. 당 정책라인 관계자는 “이 시점에 다시 얘기할 필요가 없는 정책”이라며 “공급 확대 기조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 부동산 특위 관계자도 “지방 같은 경우는 안 그래도 사업성이 부족한데 상한제를 도입할 유인이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공급 위축을 걱정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지역들일수록 사람이 몰려드는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분양원가를 공개하게 되면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 간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며 “경기가 나빠지면 바로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쌓여가는 정책 간 모순…“경기지사 때부터 기조”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019년 8월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관련 당정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의원회관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019년 8월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관련 당정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의원회관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논란의 여지는 이 후보도 인정했다. 이날 서울 일정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는 “분양원가 공개랑 분양가 상한제 문제는 계속 논쟁거리”라면서도 “민간 분양가가 지나치게 과중하게 책정돼 집값을 상승시킨다는 의견 많았기 때문에 적정선을 넘어서는 분양가는 통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대위 정책본부 관계자는 “경기도 지사 시절부터의 정책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게 이 후보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8월 국토교통부가 서울·과천·분당 등 ‘투기과열지구’에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저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다. 특별한 노력 없이 부동산을 소유했다는 우연한 사정 때문에 과도한 이익을 차지하는 불합리한 사회를 우리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후보와 선대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면서 정책 간 모순도 쌓여가고 있다. 지난달에도 이 후보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등 부동산 세제 완화 공약을 주도하는 동안 후보 직속 부동산개혁위원회가 “토지이익배당금제(배당금제) 도입 추진”을 발표해 “좌·우 깜빡이를 동시에 켜고 있다”(수도권 재선 의원)는 말이 나왔다.

당내에선 부동산 정책 콘트롤타워 부재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 후보가 ‘부동산 공약’을 문재인 정부와 정책 차별화의 초점으로 삼으면서 당 내부에는 부동산 정책 관련 위원회 및 조직이 7개(부동산 특위·부동산 개혁위·부동산 공급 특위·기본사회위·부동산 공정사회 특보단·사회대전환위·부동산 세제 워킹그룹)나 들어서 있다. 민주당의 한 정책라인 관계자는 “난립하는 위원회가 조정 없이 각자 정책을 제안하면서 후보의 메시지도 중구난방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원의 한 재선 의원은 “관리의 대상인 부동산 가격 문제를 정책 한방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대위 내부는 “부동산 민심을 달랠 정책 승부수 없이 서울 중도층의 표심을 돌릴 수 없다”(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속도 경쟁도 이런 인식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후보가 지난 6일 10만호 추가 건립을 골자로 하는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을 먼저 내놓자 이 후보 측에선 “공약을 물먹은 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수도권의 뜨거운 감자인 ‘재건축 안전 진단 규제 완화 방침’을 두고도 양 진영이 속도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공공주택 정책 수단도 “모두 적용”

이날 이 후보는 “부담능력과 선호에 따라 선택 가능한 공공주택을 다양하게 공급하겠다”며 ‘공공주택 공급’ 다양화 방안도 내놨다. ▶저렴하게 평생 거주 가능한 ‘임대형 기본주택’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는 ‘건물 분양형 기본주택’ ▶소유지분을 순차 적립해 가는 ‘지분 적립형 기본주택’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하는 ‘누구나집’ ▶가격 상승분을 공공과 공유하는 ‘이익공유형 주택’ 등이 거론된 방안이다.

무주택자와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생애최초주택 구매자를 비롯한 서민·실수요자들이 보다 낮은 금리로 더 많은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각종 정책 모기지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청년층을 위해 미래소득을 고려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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