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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주식 손실에 대규모 횡령했나... 풀어야 할 의문점들

중앙일보

입력

19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이모(45)씨가 횡령금 상당수를 주식에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투자 손실을 본 후 1400억원대를 횡령한 정황도 나타났다.

'회삿돈 19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씨가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8일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회삿돈 19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씨가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8일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회사 계좌에서 자신의 증권사 계좌로 총 1980억원을 이체했고, 이 중 100억원을 다시 회사에 입금했다. 수사 당국은 이씨가 횡령금 대부분을 주식 거래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1400억원을 대규모 이체하기 전 수백억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손실액을 메꾸기 위해 이씨가 대규모 금액을 횡령했는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전체적인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은 9일 압수물 분석과 남은 횡령금의 행방을 찾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차명으로 핸드폰을 사용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피의자의 은신처에서 압수한 핸드폰 등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했고, 현재 분석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해 이씨 범행에 가담한 공범 여부 등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회수하지 못한 금괴 354㎏에 대한 추적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찰은 이씨가 횡령금으로 사들인 금괴 851㎏ 중 497㎏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남은 금괴는 찾고 있다. 어디를 중점적으로 수색하는지 등 추적 내용은 수사 사항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신분 드러내며 주식 거래 의문  

이씨가 지난 8일 구속되며 경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씨가 상장사 역대 최다 금액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산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횡령금 1430억원으로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 7431주(전체의 7.62%)를 사들였다. 상장사 주식 5% 이상 보유한 이씨는 신상정보가 공개되며 ‘파주 슈퍼개미’로 주목받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횡령을 하면 현금화를 먼저 하는 게 일반적이다. 신분이 드러날 건 감수하면서도 대규모 매수를 한 건 의아한 부분”이라고 했다. 한국거래소는 이씨의 주식거래에 대해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5일 오후 8시부터 피의자 주거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대상물을 옮기고 있다. 파주=석경민 기자

서울 강서경찰서는 5일 오후 8시부터 피의자 주거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대상물을 옮기고 있다. 파주=석경민 기자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6차례에 걸쳐 동진쎄미켐 주식 336만 7431주(약 1112억원)를 매도한 이씨가 매도금 상당 부분을 금괴 구매에 사용한 것도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이씨는 지난달 직접 한국금거래소 파주점을 6차례 들려 681억원어치 금괴를 사들였다.
 한국금거래소 측은 “주식 투자 자금을 회수해 안전자산으로 돌리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보도가 난 이후 경찰에 거래 내용을 신고했다”고 했다. 이는 경찰이 지난 5일 은신처에 숨어있던 이씨를 검거하는 단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 회사자본의 97% 횡령?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일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지난해 12월 31일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횡령 추정 액수는 1980억원으로 추정된다. 석경민 기자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일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지난해 12월 31일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횡령 추정 액수는 1980억원으로 추정된다. 석경민 기자

이씨가 회사 자기자본(약 2047억원)의 약 96.7%를 횡령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서지용 교수는 “피의자가 자금을 관리하는 직책이어도 공모 없이 이처럼 대규모 횡령이 가능한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회사는 상호 견제에 의해 관리되는 게 일반적인데, 어떻게 이런 큰 금액이 모니터링 대상이 되지 않았는지 밝혀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재무 관리 직원 두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잔액증명서를 위조하는 데 공모했는지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아직 피의자 신분 전환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오스템 측은 “이씨가 잔액 증명서를 위조하며 발생한 범행”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단독 범행 여부에 대해서는 오스템 측은 “수사상황으로 회사가 확인할 부분이 아니다”고 했다.

한편 이씨의 범행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곧 수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를 횡령·자본시장법(시세조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청은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에 배당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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