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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에 구애…돌변한 尹 뒤엔, 참모보다 더 믿는 이들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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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쓴 윤석열 후보가 배달 상자를 메고 도시락 배달을 할 거예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 인사는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셀링 포인트가 될 만한 이번 주 일정이 뭐냐”고 묻자 이같은 ‘윤석열 배달 라이더’ 계획을 전했다. 이 인사는 “청년세대를 비롯해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배달 노동자의 애로사항을 몸소 체감하고 공약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준석 대표가 20·30세대의 표심을 다시 얻기 위해 낸 ‘연습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로 요즘 윤 후보 행보를 보면 이 대표와 극적인 재결합 후 젊은 층 정서를 겨냥한 구애 강도를 부쩍 높이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윤 후보는 이날 ‘석열씨의 심쿵 약속’ 네 번째 공약으로 “온라인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나라”를 발표했다. 전체 이용가능 게임물은 본인인증(법정대리인 동의 의무)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온라인 게임의 본인 인증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게 골자다. 온라인 게임은 20·30 남성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슈다.

이어 페이스북에 “병사봉급 월 200만원”이라는 한 줄짜리 공약을 올렸다. 올해 기준 병장 월급이 약 67만원인데, 이를 3배 가량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정책을 총괄하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통화에서 “윤 후보 당선 즉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 공보단은 설명자료를 통해 “국가가 병사의 최저임금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는 윤 후보의 신념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젊은이들에 대해 국가가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반영한 공약”이라고 부연했다. 윤 후보는 지난 6일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7일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짧은 메시지를 통해 20·30 남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익명을 원한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지난 연말 윤 후보 지지율 폭락 요인에는 청년 세대의 변심이 있었다는 게 내부 분석 결과”라며 “최근 윤 후보가 보이는 일련의 모습도 이런 2030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윤 후보는 “비과학적 주먹구구식 방역 패스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페이스북 글도 올렸다. 정부가 10일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도 방역 패스를 적용하는 것을 겨냥해 “내일부터 ‘마트 갈 자유’조차 제한되는데, 외식의 제한은 물론 장을 봐 집에서 밥도 해 먹을 수 없게 하는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백신 접종이 최선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생필품 구매를 위한 최소한의 자유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윤 후보 측은 “메시지의 서민 도달률을 높여나가기 위해 생활밀착형 발언·공약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려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려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확 달라진 윤 후보의 뒤에는 당내 청년 보좌역들이 있다. 윤 후보가 이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케이스가 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토론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지난 5일 선대위 해체 선언을 하기 직전에 한 참모가 “이재명 후보와 토론을 회피하는 듯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건의하자, 윤 후보는 “지지율이 떨어지니 잔소리가 자꾸 는다”고 웃어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재차 참모들이 “이건 청년 보좌역들이 낸 제안”이라고 설명하자, 윤 후보가 곧바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한편 윤 후보는 당 경선 경쟁 주자였던 홍준표·유승민과의 ‘원팀’ 구성에도 바짝 신경 쓰고 있다. 윤 후보의 회동 제안을 받은 홍 의원은 이날 ‘청년의꿈 홍문청답’ 홈페이지를 통해 “제가 27년간 몸담은 이 당은 일이 잘되면 몇몇 내시들이 공을 독차지했다”며 “이번에도 보나 마나 그럴 것이기 때문에 도와주더라도 뒤에서 도와주는 형식이 맞지, 앞장서서 총대 메는 바보짓은 이제는 안 하려고 한다”고 적었다. 윤 후보 측 인사는 통화에서 “연락이 잘 안 닿는 유승민 전 의원은 그분 집 주소까지 확보하며 접촉을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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