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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있었네···男보다 힘들다는 女금연, 획기적 성공의 열쇠[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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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 올리는 복합 전략 
 박모(38·여)씨는 대학 입학 후로 줄곧 담배를 피웠다.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담배 냄새도 싫어 몇 차례 금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박씨는 “주변에 흡연자가 많아 같이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담배를 물게 된다”며 “지금은 연초와 전자담배를 함께 피운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9)에 따르면 여성 흡연율은 2015년 5.5%에서 2019년 6.7%로 증가했다. 특히 40대 이하 흡연율은 20년 전과 비교해 약 두 배 늘었다. 20대는 10명 중 1명이 담배를 피운다. 남성과 50~70대 여성 흡연율이 점차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흡연 시작 시기가 빠를수록 담배의 유해 물질에 더 오랜 기간 노출된다. 암·치매·심뇌혈관 질환 등은 물론 여성은 난임·유산·조기 폐경과 같은 내분비계 질환의 위험마저 커진다. 문제는 여성이 남성보다 담배를 끊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영국·호주·캐나다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 여성이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남성보다 31% 낮았다(니코틴과 담배 연구, 2015). 우리나라 역시 20~40대 여성의 금연 시도율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지만 흡연율은 반대로 급증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는 “담배의 중독 성분인 니코틴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빨리 분해되는데 이를 보충하기 위해 여성은 담배를 더 많이, 자주 피우고 금단 증상도 심하게 겪는다”며 “여성의 금연 성공을 위해 다양한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젊은 여성 흡연율 20년 새 2배 증가
여성의 금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첫째, 다이어트와 금연을 병행하는 것이다. 담배를 끊으면 평균 2~4㎏ 체중이 증가한다. 담배의 화학물질을 대사하는 데 쓰인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고 남기 때문이다. 특히 외모·체형에 민감한 여성은 체중 조절을 위해 흡연을 하거나 금연을 주저하는 비율이 남성보다 두 배나 많다(미국 예방의학저널, 2015).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구강모 교수는 “여성이 금연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이 체중 증가라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로 확인된 사실”이라며 “금연 후 6개월 이내에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것이 금연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섭취하는 열량은 줄이고 운동량은 늘리는 것이다. 담배 한 갑을 피우면 평균 200칼로리가 소비되므로 이를 고려해 식이요법이나 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김 교수는 “금단 증상이 심할 때 음식 섭취를 과도하게 줄이면 금연을 포기하게 될 수 있다”며 “칼로리 제한보다 중강도의 유산소 운동과 기초 대사량을 높이는 스쿼트·아령 등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추천했다.

운동 효과는 적금처럼 쌓인다. 도파민 분비가 촉진돼 금단 증상을 해소하는 동시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금연 성공률이 배가한다. 구 교수는 “금연하며 다이어트를 하기 어렵다면 비용을 들여 PT(개인 운동 교습)나 업체로부터 식단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며 “다이어트와 함께 피부 관리를 받으면 금연으로 인한 이득을 더 강하게 체감할 수 있어 금연 유지에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월경 주기를 고려해 금연을 시도한다. 매달 변화하는 성호르몬에 따라 금연 성공률은 달라질 수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팀이 흡연 기간·양이 비슷한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정신의학저널, 2014) 결과, 월경 직후 여성은 흡연을 부추기는 이미지를 볼 때 중독·충동과 관련된 뇌 부위 7곳이 활성화된 반면, 월경 전에는 뇌 한 곳에서만 같은 현상이 관찰됐다. 배란 후부터 월경 전까지 여성호르몬 수치가 최고점에 이르는데 이런 호르몬의 변화가 중독 성향과 금단 증상을 줄여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구 교수는 “다만 우울·불안·짜증 등의 ‘월경 전 증후군’이 심한 여성은 오히려 이 시기에 금연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사전에 호르몬 변화에 따른 신체·정신 건강의 변화를 스스로 체크한 후 금연 시기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가족·친구 등 주변의 격려도 중요
셋째, 의사·가족·친구의 지원을 받으면 담배를 보다 수월하게 끊을 수 있다. 여성은 니코틴 중독보다는 스트레스·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흡연 동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성 흡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해 담배 피우는 것을 숨기다 보니 정작 금연 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구 교수는 “대부분의 젊은 여성 흡연자 주변에는 또 다른 흡연자가 있다”며 “담배를 매개로 관계를 유지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획득하게 되면 흡연 동기는 강화되고, 금연과는 멀어진다”고 우려했다. 초기에는 습관(행위 중독)이었던 것이 니코틴 중독(물질 중독)으로 이어지며 갈수록 담배를 끊기 힘들어진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지인들의 도움이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3~7%에 그치지만 주변의 격려·지원을 받으면 최대 30%까지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전화 상담, 금연 캠프 등 여성 전용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대진 교수는 “여성은 패치·껌과 같은 니코틴 대체요법에 덜 반응해 초기부터 병원에서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을 복용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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