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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정부 시위 "카자흐 일"이라더니…시진핑 "단호히 반대" 돌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카자흐스탄 공군기지에 착륙한 러시아 수송기에서 내린 벨라루스 평화유지군이 행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 카자흐스탄 공군기지에 착륙한 러시아 수송기에서 내린 벨라루스 평화유지군이 행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주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와 유혈 진압으로 중국의 주변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北 유사사태 경우 중국·러시아 역할 바뀔 것”

지난 3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82)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토카예프(69) 현직 대통령에게 각각 수교 30주년 기념 축전을 보냈던 시진핑(習近平·69) 중국 국가주석은 나흘 뒤인 7일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다시 구두 메시지를 보내 유혈 진압을 “과감하고 유력한 조치”였다며 지지했다. 시 주석은 “외부 세력이 고의로 카자흐스탄에 불안을 조성하고 ‘색깔혁명’을 책동하는 데 단호히 반대하며, 중국과 카자흐스탄 우호를 파괴하고, 양국 협력을 교란하려는 기도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국가를 외부 세력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를 ‘색깔혁명’으로 규정했다.

시 주석의 이날 ‘지지’ 발언은 전날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방관’ 발언과 180도 달라진 점도 주목된다. 왕원빈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카자흐에서 현재 발생한 사건은 카자흐 내정”이라며 “당국이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수수방관하는 듯한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하지만 다음날 시 주석은 “형제이자 이웃이며 영구적인 전략 동반자인 중국은 모든 것을 다해 필요한 지지를 제공하겠다”며 “중국은 카자흐가 신뢰할만한 친구이자 의지할만한 동반자이고, 중국 인민은 영원히 카자흐 인민과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전날 지지나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점과도 달라졌다.

6일 세스 프란츠먼 이스라엘 예루살렘 포스트 중동 특파원은 국경을 맞댄 권위주의 정권은 카자흐 불안정이 주변 국가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사를 쓰고 카자흐의 반정부 시위가 중국에 끼칠 영향에 주목했다.

지난 2015년 9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82, 왼쪽 세번째) 카자흐 초대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서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9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82, 왼쪽 세번째) 카자흐 초대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서있다. [중앙포토]

특히 카자흐스탄은 중국과 국경 1770㎞를 마주하고 약 160여 만명의 카자흐족이 중국 내 소수 민족으로 거주하고 있다. 1500㎞의 국경과 170여 만명의 조선족 교포가 소수민족이 사는 북한과 비슷하게 중국의 국경을 맞대 14개국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카자흐 유혈사태에 대응하는 중국의 입장은 만일 북한 유사사태 발생 시 중국의 행동을 엿볼 수 있는 잣대로도 주목된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카자흐의 경우 중국이 배제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sation)를 내세워 푸틴에게 평화유지군의 진주를 요청하면서 간여 권한이 없는 중국이 구두 지원에 그치고 있지만, 지난해 갱신한 ‘북·중 우호 협력 상호원조조약’은 2조에 자동 개입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며 “만에 하나 북한에 유사 사태가 발생할 경우 카자흐에서의 러시아와 중국의 역할이 정반대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대일로’ 발상지 카자흐…러시아와 더 밀접

카자흐는 지난 2013년 9월 시진핑 주석이 ‘신실크로드 이니셔티브’를 처음으로 발표한  ‘일대일로(신 육·해상 실크로드)’의 발상지다. 2015년 항전승리 70주년 천안문 열병식에 초대받은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은 시진핑→푸틴→박근혜→나자르바예프 순서로 의전상 환대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19년 9월에는 토카예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양국관계를 “영구적인 전면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러시아 공수부대 진주에서 보듯 카자흐와 러시아의 양자 관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오주청(趙竹成) 대만 정치대 러시아연구소 겸임교수는 “카자흐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유라시아 대륙 철도 통과국인데다, 카자흐스탄의 석유와 천연가스, 우라늄 광산을 중국이 필요로 하고, 카자흐가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문화·언어·군사 등의 측면에서 보면 중국과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카자흐만큼 가깝지는 않다”고 ‘독일의 소리’에 말했다.

시위대가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 동상을 끌어내려는 모습. [트위터]

시위대가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 동상을 끌어내려는 모습. [트위터]

공수부대 진주시킨 러시아 셈법

카자흐를 사이에 둔 중국, 러시아의 삼각관계가 겉보기와는 달리 복잡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외교관계를 살피는 키르기스스탄 유럽안보조직학원(OSCE Academy)의 니나야우 연구원은 6일 트위터에 “과거 몇 년간 러시아는 줄곧 중앙아시아로부터 중국이 구매하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통제하려 시도했다”며 “토카예프 카자흐 대통령은 에너지 통제권을 러시아에 줬고 이것이 글로벌 석유·천연가스 시장에 ‘폭발성 결과’가 됐다”고 이번 사태의 배후를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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