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일본, ‘I턴’하는 대기업 직원 위한 위성 오피스 설치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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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77) 

홋카이도에 있는 샤리초의 인구는 약 1만명이다. 웅장한 샤리다케(해발 1547m)라는 산을 바라볼 수 있고, 세계 자연유산의 시레토코에 가깝고 자연이 풍부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시레토코라보’라는 재택근무 거점이 있다. 2층의 건물에 회의실과 사무공간, 약 6명이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오호츠크해에 감동하고 통근 스트레스도 없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 수도권의 대기업에서 일하는 재택근무자는 이곳에서 무료로 체류할 수 있다.

시레토코라보의 이용자는 2박 3일부터 1주일 이내의 단기 체류가 많다. 개인과 대기업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장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3월 현재 히타치제작소와 손해보험 재팬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226개사, 531명이 시레토코라보를 이용했다. 현재 샤리초를 비롯해 많은 지자체에서 재택근무 인재를 유치해 지역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ICT 환경과 오피스 시설이 지방에 갖춰지면 지방으로 이주해 일하려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일 방식과 함께 일하는 장소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사진 pixabay]

ICT 환경과 오피스 시설이 지방에 갖춰지면 지방으로 이주해 일하려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일 방식과 함께 일하는 장소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사진 pixabay]

2015년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을 활성화하고, 지역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향 재택근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향 재택근무란 도시에 있는 기업이 지방에 위성 오피스를 설치해 수도권의 기업과 인재를 끌어오는 대책이다. 지역을 활성화하고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도 일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도시에서 지방으로 ‘I턴’한 사람과 개인이 위성 오피스나 지역거점에 머물면서 일할 수 있다. 지방에서 자녀를 교육하고 싶은 사람, 지방에 사는 부모와 살고 싶은 사람도 지방에 거주하면서 도시의 사무실처럼 똑같이 일할 수 있다. 애착이 가는 지역에 살면서 재택근무로 일하며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다. 도시에서 지방으로 사람과 일자리가 흘러가도록 하여 지역 활성화를 실현하는 효과적인 대책이다. 일본 정부는 2018년까지 고향 재택근무제를 확대하기 위해 지자체와 민간기업에 지방에 위성 오피스 환경을 정비하는 비용을 보조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실증실험을 포함해 55개 사업을 보조해주었다.

사가현은 재택근무 추진의 표준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2016년부터 재택근무, 위성오피스, 모바일 워크 방식으로 공무원 약 4000명 이상이 재택근무로 일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과제로 지적되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웹회의 시스템으로 해소하고 있다. 자택과 출장지에서도 자료를 공유할 수 있고, 효과적인 ICT 시스템을 구축해 재해 상황에도 언제든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히로시마현은 지역기업의 재택근무를 확대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정비하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일 방식을 추진하는 기업 비율을 2020년까지 80% 이상으로 높이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나가노현 시오지리시는 오타키무라에 있는 옛날 여관을 개조한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였고, 후지미마치에는 학교 유휴시설을 위성 오피스로 만들었다. 오지리시에는 고용지원 시설을 이용한 재택근무 센터, 3개의 공유 오피스를 관리하는 재택근무 클라우드가 마련되어 있다. 이런 클라우드로 관리하는 버츄얼 오피스에 의해 지방에 거주하면서 도시의 일을 할 수 있다.

시오지리시는 처음 25명의 이동 인구를 목표하였지만, 2015년 56명의 성과를 올렸다. 고향재택근무 실증사업을 통해 연간 목표 4억5000만엔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달성했다. 생산성도 높아졌다. 사업 전에 업무 생산성이 높다는 사람이 17%였지만, 사업 후에는 78%가 개선되었다고 대답했다. 워라밸의 만족도도 사업 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사업 전에 41%가 높다고 했지만, 사업 후에는 무려 94%가 만족감을 보였다.

군마현 다카사키시도 고향 재택근무 실증사업에 참여하였다. 도쿄에서 일하는 인재를 다카사키로 이전할 목적이었다. 도쿄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겪는 육아와 간병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편리한 위성 오피스와 재택근무 센터를 정비하였다. 상시 접속할 수 있는 태블릿을 도입해 재택 근무자의 고독감을 줄이고, 위성 오피스를 설립하여 도시 중소기업의 이용을 촉진했다. 외부지역에서 이주한 여성이 자녀를 키우면서 일할 수 있는 재택근무 센터 ‘다카사키치’를 설립하였다. 2015년 33명의 인재가 이주하는 성과를 냈다. 현재 주식회사 크레인이 빈집을 활용한 위성 오피스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경험하였다. 대도시에 밀집된 위험과 감염증 확대를 방지하는 대책으로 지역 분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앞으로 ICT 환경과 오피스 시설이 지방에 갖춰지면 지방으로 이주해 일하려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일 방식과 함께 일하는 장소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일본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지역 활성화 대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과 연계해 직원의 지방 이주를 돕고 있다. 도쿄에 있는 기업의 위성 오피스 유치를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지자체도 강력하고 지원하고 있다. 지방의 위성오피스가 늘어나고 더 우수한 업무환경을 갖춘다면 도쿄 대기업에 일하는 수많은 인재를 지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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