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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윤석열의 GTX...취지는 좋지만 순환선 등 효과 의문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수도권 광역 교통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 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수도권 광역 교통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 1]

 '수도권 어디서나 서울 도심까지 30분 출근시대'.

 지난 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연장과 신설을 담은 대선공약을 발표하면서 강조한 내용이다. 윤 후보가 야심차게 발표한 사실상 첫 번째 교통 관련 공약이자 최대의 표밭인 수도권을 정면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GTX는 최고속도가 시속 180㎞이며 역 정차시간을 포함한 평균 운행속도(표정속도)는 시속 100㎞에 달해 기존 지하철보다 훨씬 빠르다. 윤 후보는 우선 이미 공사 중이거나 사업이 확정된 1기 GTX 가운데 A노선은 기존 운정~동탄에서 운정~평택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B노선은 송도~마석에서 기존 경춘선을 활용해 춘천까지 연결하고 덕정~수원인 C노선 역시 위로는 동두천, 아래로는 평택까지 늘인다는 방침이다. 노선 연장을 통해 GTX 수혜권을 최대한 넓히겠다는 의미다.

 GTX 3개 노선 연장, 3개 신설   

 2기 GTX로 불리는 3개 노선도 새로 추진한다. 지난해 논란 끝에 '김부선'(김포~부천)으로 결정된 D노선을 수도권 남부에서 동서를 잇는 김포~대장~신림~사당~삼성~하남~팔당 구간으로 확대한다.

GTX는 표정속도가 시속 100㎞에 달한다. [출처 국토교통부]

GTX는 표정속도가 시속 100㎞에 달한다. [출처 국토교통부]

 또 삼성역에서 분기해 삼성~수서~광주~이천~여주를 잇는 노선도 추가해 옆으로 눕힌 Y자 형태로 건설키로 했다. 윤 후보는 "김포~팔당 구간은 신설하고, 삼성~여주 구간은 신설 및 기존 경강선을 일부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북부에서 동서를 잇는 E노선은 인천~김포공항~정릉~구리~남양주를 잇게 된다. 김포공항~구리 구간은 새로 건설하고 나머지 구간은 기존 공항철도와 경의중앙선을 함께 사용한다.

 마지막 F노선은 고양~안산~수원~용인~성남~하남~의정부~고양을 잇는 형태로 수도권 거점지역을 연결하는 순환선이다. 성남~고양 구간은 신설하고, 나머지 구간은 서해선과 수인분당선을 활용하게 된다.

 총 사업비 17조 6400억원 투입 

 윤 후보는 또 GTX 차량기지 입체화와 노선 주변 부지 개발을 통해 1만~2만호 안팎의 '콤팩트 시티'를 여러 곳 조성해 청년세대가 살기 좋은 형태의 주택 25만호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GTX 노선 연장과 신설에 드는 재원은 17조 6400억원가량으로 추산했다. 윤 후보 측은 이 중 3조~4조원은 국비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민자 유치와 역세권 개발 수익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후보가 공약한 GTX 노선망. [출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공약한 GTX 노선망. [출처 국민의힘]

 기존 3개 노선의 사업비(약 15조원)를 합하면 GTX 사업에만 모두 33조원이 투입돼 4대강 사업(약 22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최대 규모가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약의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반응이다.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수도권 대중교통의 표정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GTX의 영향권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부동산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동성 확대, 부동산 안정 기여" 

 고준호 한양대 교수도 "GTX 확충을 통해 수도권을 30분 생활권으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은 국민 이동성 확대 측면에서 좋은 취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선 기존 철도망을 활용해 GTX 노선을 연장하거나 새 노선을 구축하겠다는 방안은 사업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다른 열차 운행에 적지 않은 지장을 주게 된다.

 C노선이 안산선 구간 운행 여부를 쉽게 확정 짓지 못하는 것도 GTX 운행을 늘리려면 기존 4호선 열차 운행을 상당수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계획된 GTX 노선망.

현재 계획된 GTX 노선망.

 김동선 대진대 교수는 "기존선을 이용해서 노선을 연장하는 경우 기존선에 GTX를 얼마나 운행할 수 있을지, 수요는 얼마나 더 나올지 등을 좀 더 따져봐야 한다" 고 지적했다.

 기존선 운행 지장, 운영비 부담 커 

 운행 노선이 길어짐에 따라 늘어나게 되는 운영비 부담도 고려해야만 한다. 정진혁 연세대 교수는 "철도는 외곽으로 갈수록 투입되는 비용이 크게 올라가는데 수요가 안 따라오면 운영비 적자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장된 노선에서 종전에 계획된 열차 운행 간격을 맞추려면 열차를 추가 구입하고 정차역도 늘려야 하는 등 투자비와 운영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신설 노선 중에선 특히 순환선인 F노선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고준호 교수는 "수요를 창출하는 서울 도심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순환선은 향후 운영비 조달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지역에서는 D노선의 강남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김포지역에서는 D노선의 강남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김동선 교수도 "철도는 도심까지 빠르게 연결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라며 "비슷한 노선이었던 교외선이 수요 부족으로 운행 중단된 사례 등을 보면 순환선도 제대로 수요가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순환선은 수요 없고 효과도 논란  

 E노선 역시 상대적으로 교통망이 부족한 수도권 북부 지역을 고려한 측면은 있지만 역시 수요는 부족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D노선의 확대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박동주 교수는 "공사 난이도와 사업비 문제가 있긴 하지만 김포신도시의 강남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강남구간의 혼잡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이 밝힌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우려도 있다. 손기민 중앙대 교수는 "정부 지원 없이 이례적으로 철도사업과 개발사업의 위험부담을 동시에 짊어질 민간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윤 후보 측 계획과 달리 정부가 초기에 상당 부분 비용을 책임지지 않으면 사업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윤 후보가 공약한 GTX 확충 계획은 취지는 좋지만 만약 실행에 옮기게 된다면 세부적으로 대폭적인 재검토와 수정이 필요하다는 게 많은 교통전문가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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