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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금녀의 벽 깬 17세 호주 소녀

중앙일보

입력

호주 프로야구 멜버른 에이스에서 데뷔전을 치른 제네비브 비컴. [호주 프로야구 홈페이지]

호주 프로야구 멜버른 에이스에서 데뷔전을 치른 제네비브 비컴. [호주 프로야구 홈페이지]

17세 소녀가 장벽을 무너뜨렸다. 호주 프로야구 제네비브 비컴이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프로 무대에 섰다.

멜버른 에이스는 지난 2일(한국시각) 비컴과 육성선수 계약을 발표했다. 그리고 8일 열린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 경기 6회 초 비컴을 마운드에 올렸다. 호주리그 최초로 여성 선수가 출전하는 순간이었다.

왼손투수인 비컴은 최고 시속 84마일(135㎞)의 패스트볼과 커브를 던졌다. 제구가 다소 흔들리며 볼넷을 주긴 했지만 안타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 2사 1, 2루에서 뜬공을 유도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비컴은 16세 이하 호주 야구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9 호주 청소년 야구 선수권에도 출전했다. 호주 리그엔 육성선수 규정이 있고, 멜버른은 이 카드를 비컴에게 사용했다. 지난 2일 계약한 비컴은 빠르게 데뷔전을 치렀다.

메이저리거 출신 피터 모일란 멜버른 감독은 "비컴이 어렸을 때부터 던진 걸 지켜봤다. 누군가는 형식적인 선택이라고 보겠지만, 100% (실력으로) 멜버른의 육성 리스트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청소년 대표 시절 비컴의 투구 모습. [사진 브렌단 비컴]

호주 청소년 대표 시절 비컴의 투구 모습. [사진 브렌단 비컴]

야구는 성별 구분이 없는 종목이다. 하지만 신체적 능력 차이 때문에 여자 선수가 프로 팀 레벨에서 활약한 사례는 없다. 메이저리그, 일본, 한국 모두 아직까지 금녀의 리그로 남아 있다. 국내에선 미국 여자 대표팀에 발탁됐던 재미동포 출신 제인 어가 프로야구 구단 테스트를 받고, 독립구단에서 뛰기도 했지만 결국 프로 선수로 데뷔하진 못했다.

호주 리그는 메이저리거 출신들이 뛰기도 한다. 한국에선 레전드 구대성이 활약해 널리 알려졌다. 국내 프로 구단들이 교육리그 차원으로 선수를 파견하기도 했고, KBO리그에서 기회를 잃은 선수들이 재기의 장으로 도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봉, 시즌 운영, 선수 수준 등 모든 면에서 아직은 세미프로에 가깝다.

그러나 비컴이 여성 선수로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이겨낸 것은 사실이다. 비컴은 경기 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하기 싫은 일을 하라고 강요한다면 듣지 않다도 좋다"고 했다. 그 역시 야구 대신 소프트볼을 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이어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라.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다면 분명히 어딘가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라. 불가능은 없다. 보다시피 할 수 있다"고 했다.

비컴의 다음 목표는 미국 대학이다. 내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대학 야구팀에서 선수로 뛰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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