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3M은 어떻게 용접을 접착테이프로 대체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2.01.09 08:00

업데이트 2022.01.09 08:13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115)  

스타트업은 기존 산업 논리로는 풀지 못한 고객의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새로운 해결책은 기존 산업에 적용되던 원칙을 바꿔 새로운 산업을 태동시키기 마련이다.

창업가는 자신이 창출하게 될 새로운 산업을 주변 사람과 투자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이 친숙하게 이해하고 있는 기존 정의에 억지로 맞춰 생소하기만 한 새로운 사업과 제품을 설명하고 개발하려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해결책이 주는 제품 가치를 훼손시키고 혼란을 가중해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낳기도 한다. 만약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피처폰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개발했다면, 테슬라가 처음 나왔을 때 내연기관 자동차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개발했다면 과연 오늘날과 같은 결과로 이어졌을까 의문이 든다.

새로운 방법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기존 산업과 시장에 머물러 있는 고객을 스타트업이 새롭게 정의한 산업과 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산업과 시장은 무서울 정도로 급변하고 융합하고 있어 기존 정의로 설명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스타트업이 이제 막 새롭게 정의한 산업과 시장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고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산업에 대한 정의를 고정형 영원불변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고, 언제나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라 여기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존 산업의 그루들이 만든 철옹벽 같은 권위와 끊임없이 비교해가며 주눅 들어서는 갖추기 어려운 태도다.

3M의 스카치테이프는 ‘문구용 필름형 붙이는 제품’이라는 기존 산업 정의를 넘어 ‘불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편하고 강력하게 붙일 수 있다’라는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접착테이프 산업에 대한 인식과 정의를 바꾸었다. [사진 pixabay]

3M의 스카치테이프는 ‘문구용 필름형 붙이는 제품’이라는 기존 산업 정의를 넘어 ‘불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편하고 강력하게 붙일 수 있다’라는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접착테이프 산업에 대한 인식과 정의를 바꾸었다. [사진 pixabay]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접착테이프 제품으로 ‘스카치테이프’가 있다. 이 제품은 3M이 출시한 접착테이프 브랜드지만 많은 사람이 문구용 접착테이프 모두를 대표하는 일반명사처럼 여길 정도로 산업에서 문구산업용 제품으로 분류된 제품이다. 3M이 스카치테이프라는 제품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자동차, 기계장치, 전자제품, 건축자재, 안전시설 등의 산업에 적용되는 접착 테이프 시장에 진출했을 때 문구산업용 제품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사람들의 혼란과 반발이 작지 않았다. 기존 문구산업용 제품의 각종 사례와 제품 특성을 기준으로 시장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강력한 제품 경쟁력을 갖춘 후 보다 폭넓은 고객 경험과 다양한 경쟁 제품으로 목표 산업을 확대하여 완전히 다른 정의를 내리게 된다. 화학적 결합을 넘어 나사와 용접과 같은 물리적 결합까지 접착테이프로 대체할 수 있다는 과감하고 새로운 산업 정의를 내려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스타트업 전략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기존 산업과 시장이 정의한 제품의 고객가치 이상으로 월등한 고객가치를 창출해 전달하는 것이다. 틀에 박힌 고정형 관점에서 산업을 정의하려 하지 말고 고객의 문제와 스타트업이 창출하는 월등한 고객가치에 집중하여 산업을 새롭게 재정의해보는 적극적이고 유연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직간접 경쟁제품 대비 월등한 고객가치를 제공하지 못한 채 기술과 자본의 규모만 믿어서는 확보된 고객과 브랜드로 무장하고 자본과 기술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 월등한 고객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창출해 산업을 새롭게 정의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미약한 자원으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 시장 경쟁에서 중장기적으로 승리를 얻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3M의 스카치테이프는 ‘문구용 필름형 붙이는 제품’이라는 기존 산업 정의를 넘어 ‘불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편하고 강력하게 붙일 수 있다’는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접착테이프 산업에 대한 인식과 정의를 바꾸었다. 구글의 경우도 검색에만 집중한다는 월등한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당시 넷스케이프와 야후가 주도하던 인터넷 브라우저 검색 산업과 시장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정의했다.

1998년 당시 야후와 구글의 서비스 모습. [사진 구글]

1998년 당시 야후와 구글의 서비스 모습. [사진 구글]

앞선 사례에서도 살펴봤듯이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고객가치가 고객이 충분히 인지하고 감탄할 정도로 월등한지 파악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은 직접 경쟁 제품뿐 아니라 간접 경쟁 제품과 비교해보는 방법이 있다. ‘어떤 제품보다 쉽고 견고하게 붙는다’는 3M 스카치테이프의 고객가치를 직접 경쟁 제품인 접착테이프뿐 아니라 간접 경쟁 제품인 나사나 용접과 비교 분석해 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새로운 해결책으로 새롭게 산업을 정의하고자 할 때의 경쟁 분석은 단순하게 경쟁 제품에 대한 기능 분석을 넘어 향후 우리 제품을 통해 고객과 시장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하는가를 분석하는 데 힘써야 한다. 경쟁 분석을 통해 경쟁사가 채우지 못하고 있는 고객의 필요는 무엇이며, 혹 고객은 해당 필요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는가를 파악한 후 사업과 제품 개발에 반영해보자.

창업가로서 산업과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열정과 의지는 높이 사야 하나,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하는 것은 기존 산업이 제공하던 것에 비해 월등한 고객가치 창출에 몰입함과 동시에 산업에 만연한 기존 정의에 흔들리거나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관련 분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창업하는 경우 산업 통념에 매몰돼 새롭게 정의하고 판을 뒤집을 시도를 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기존 산업에 대한 취약점, 문제점과 미흡함에 심한 갈증을 느껴온 경험이 풍부한 창업가라면 오히려 쉽게 새로운 해법과 정의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의 새로운 시도는 기존에 잘 정립된 정의와 환경을 부정하기 때문에 수많은 반대와 심하게는 모함과 비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도를 갈구하는 모든 창업가의 초창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업계 권위자를 포함한 주변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멸시와 냉대, 조롱과 외면이다. 따라서 초기 새로운 시도에 대한 스타트업의 방향과 비전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귀하고 귀하다.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것 중 일부만 이해하고 있음에도 창업가의 꿈과 열정, 그리고 태도가 좋아 열심으로 지지하는 사람을 창업 초기에 만나는 것은 참으로 복중의 복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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