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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검사 유증상자만…오미크론 확산에 검사 방식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가 기숙학교 19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 도입 시범 사업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해 6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자가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기숙학교 19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 도입 시범 사업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해 6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자가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무증상ㆍ선제검사 희망자에겐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를 받도록 해 진단 검사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전파력이 빠른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기존 PCR(유전자증폭)검사만으로는 검사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7일 브리핑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경우 PCR 검사를 진행하되, 무증상자 등에 대해서는 신속항원검사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진단검사에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통제관은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지만 전파력은 현재 우세종인 델타 변이의 2∼3배로 높아 2월에는 우세종화가 예상된다”며 “가장 정확도가 높은 RT-PCR(유전자증폭) 검사를 기본으로 하되 자가검사키트로 보완하는 새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는 현재 약국이나 마트,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살 수 있다. 당국은 키트 사용 확대에 따라 비용 지원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보다 전파력이 강해 지난 2년간 이어온 K-방역 체제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방역을 떠받치는 검사(T)-역학조사ㆍ추적(Trace)-격리 치료(Treat) 모두 버틸 수 없을 만큼 확진자 숫자가 폭증할거로 예상돼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7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개최한 ‘오미크론 발생 전망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1~2월 중 국내에서 우세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월 말 이후 오미크론 유행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 2월 중순엔 우세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 변이보다 최대 180%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3월 초~중순 신규 확진자는 2만명, 중환자는 2000명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사례를 보면 11월말 하루 확진자가 100명 이하로 떨어졌으나 오미크론이 널리 퍼지면서 지난 6일 하루 4000명대로 확 뛰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 가장 먼저 과부하가 걸리는건 검사 수요다. 정부는 하루 70만~80만명까지 받을 수 있는 PCR 검사 역량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있다. 이 때문에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결과가 빨리 나오는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6일 오후 서울의 한 GS25 편의점에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를 진열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5월 6일 오후 서울의 한 GS25 편의점에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를 진열하고 있다. 뉴스1

지금은 누구나 PCR검사를 받고 있다. 감염 가능성이 높은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나 무증상 선제검사자도 모두 PCR검사를 받다보니 시간과 비용, 인력이 낭비된단 지적이 이어진다. 앞으로는고령의 기저질환, 미접종자 등 감염됐을 때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은 사람에 대해 PCR 검사를 하고, 무증상ㆍ경증자는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하게 된다. 만약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PCR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요양병원ㆍ요양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집단 거주하는 시설은 기존의 주기적인 검사에 더해 자가검사키트 검사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대본 이기일 통제관은 “현재 해당 시설 종사자에 대해 수도권은 주 2회, 비수도권은 주 1회 진단검사를 진행 중인데, 검사 사이사이에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말했다.

학교 등 집단감염이 잇딴 시설에 대해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는 방안도 나왔다.

이 통제관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학교 등 집단감염이 용이한 시설에 대해서도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PCR검사 역량 무한정 못 늘려" 

정부는 그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신속항원검사를 배제해왔는데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면서 입장을 선회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ㆍ특이도가 낮다고 바이러스를 아예 검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PCR 검사 역량을 무한정으로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을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속항원검사는 비인두(코와 목 뒤쪽 점막)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성 성분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15분~30분 이내로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게 한계다. 위음성률(양성인데 음성 값이 나오는 비율)이 10%로 높다. 100명 중 10명 정도는 가짜음성이 나온다는 얘기다. 위양성률(음성인데 양성 값이 나오는 비율)은 4% 정도다.

방지환 서울시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무증상자 선제검사에 PCR을 동원하는 현재 검사방식은 문제가 있다”라며 “지금도 하루 수십만건 검사가 이뤄지는데, 오미크론이 확산하면 100만~200만명 무한정 검사를 할 수 없는 일이니 검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방 교수는 신속항원검사 정확도에 대해 “전염력이 높은 기간엔 신속항원검사 민감도가 괜찮은 편이라 검사 목적에 맞게 장점을 살려 써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PCR 검사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확인하는 방식이다보니 전염력이 없어진 상태에서도 계속 양성으로 나온다는 단점이 있다. 방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전파를 하려면 배양이 가능할 정도의 바이러스가 상당량 나와야 하는데 증식 가능한 바이러스 여부는 신속항원검사가 잘 잡아내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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