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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도로 복제하고, 게임 속 촉감까지 전달한다…진격의 K-메타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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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구글 지도에서 서울 시청을 검색한다. 곧 시청을 그대로 ‘미러링(복제)’ 한 가상 공간에 아바타가 등장한다. 아바타는 가상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시청의 모든 공간을 탐색하고, 다른 아바타와 만나 대화한다. 회의실에선 대형 스크린을 통해 현실 인물과 ‘줌’ 같은 화상 회의가 가능하다.

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2에 참여한 국내 가상현실(VR) 스타트업인 비햅틱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촉각 슈트' 등 다양한 VR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2에 참여한 국내 가상현실(VR) 스타트업인 비햅틱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촉각 슈트' 등 다양한 VR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국내 증강현실(AR) 전문 스타트업 시어스랩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5~7일(현지시간)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첫선을 보인 ‘미러시티’의 실제 서비스 장면이다. 스마트폰 등 일반 카메라로 촬영한 데이터만으로도 인공지능(AI) 기술로 가상화가 가능해 가상 공간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 3차원(3D) 공간정보 서비스 스타트업인 모빌테크는 이번 CES에서 ‘레플리카 시티’를 선보였다. AI와 라이다 등 공간정보 기술을 기반으로 도시 외부의 형상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 도시다. 실제 모빌테크는 CES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주요 도로를 50분 만에 3D 구조물로 스캐닝해냈다. 서울 코엑스 등 축적된 데이터가 많은 지역에선 교통 표지판이나 나무까지 표현된다. 도로에는 향후 자율주행에도 쓰일 수 있도록 초록색의 자율주행용 도로 정보까지 표시돼 있다.

CES 전시 뜨겁게 달군 ‘K-메타버스’

이번 CES는 참여 기업 수와 관람객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메타버스 부스만은 활기를 띠었다. 그중에서도 국내 기업이 기획한 ‘K-메타버스’ 부스가 인기를 끌었다. 특히 공간 전체를 통째로 복제하는 메타버스 기업이 활약을 펼쳤다.

증강현실(AR) 전문 기업 시어스랩이 CES 2020에서 공개한 메타버스 플랫폼인 '미러시티'. [사진 시어스랩]

증강현실(AR) 전문 기업 시어스랩이 CES 2020에서 공개한 메타버스 플랫폼인 '미러시티'. [사진 시어스랩]

시어스랩의 미러시티는 실내 공간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미러링(복제)한다. 기자가 체험해보니 게임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딱딱한 화상회의 플랫폼과는 달리, 실제 공간을 그대로 구현한 장소라는 점에서 견학·회의 등 활용 범위가 높아 보였다.

지난 6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현재는 베타 버전이지만, 대기업이나 관공서·교육 기관 등에서 미러시티에 입점하겠다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가 미러시티에 입점하게 되면 초등학교 동창회를 학교를 그대로 본뜬 가상 공간에서 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티랩스 부스도 준비한 브로셔가 모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티브이알’은 로봇과 사람이 공간을 실사 수준으로 스캐닝한다. 대형 박물관·전시관 등 실사 수준의 영상을 제공하는데 안성맞춤이다. 티브이알이 모델링한 대전 미술관을 모니터로 관람했더니, 전시관을 옮겨 다니며 전시관 실내는 물론 미술 작품을 실사에 가깝게 볼 수 있었다.

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 참가한 티브이알(TEEVR)이 대전 시립미술관의 실내 공간 전체를 모델링한 장면. 김경진 기자

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 참가한 티브이알(TEEVR)이 대전 시립미술관의 실내 공간 전체를 모델링한 장면. 김경진 기자

이에비해 모빌테크의 ‘레플리카 시티’는 외부 공간을 가상화하는데 특화돼 있다.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모빌테크의 3D 공간정보는 메타버스뿐 아니라 자율주행 등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촉각 조끼·촉각 장갑 끼고 디제잉  

K-메타버스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 기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비햅틱스는 시각·청각 중심의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나아가 ‘촉각’을 구현하는 가상현실(VR) 기기를 개발하는 업체다. 지난해 40개의 진동 모터를 단 촉각 조끼(택슈트 X40)로 CES 혁신상을 받았다.

올해 CES에선 촉각 장갑(햅틱 글로브)을 공개했다. 실제 음악과 함께 가상 클럽에서 디제잉 해보니 손끝에서 ‘웅-웅-’하는 터치감이 느껴지고 몸에 진동이 울리면서 클럽에 있는 느낌이 났다. 가격은 조끼 하나에 499달러(60만원) 수준으로 영국의 VR 기업인 테슬라슈트의 10분의 1 가격 수준이다.

이 회사 곽기욱 대표는 “현재 100개 이상의 VR 게임 콘텐트에 비햅틱스의 기기를 프로그래밍해 둔 상태”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상황에 맞게 더욱 몰입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 참여한 모빌테크가 현지에서 50분 가량 차량으로 촬영해 3D 화면으로 구현한 라스베이거스 주요 도로의 모습. 촬영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공간 모델링이 가능하다. 김경진 기자

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 참여한 모빌테크가 현지에서 50분 가량 차량으로 촬영해 3D 화면으로 구현한 라스베이거스 주요 도로의 모습. 촬영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공간 모델링이 가능하다. 김경진 기자

이 밖에 AI 전문기업 솔트룩스는 메타 휴먼인 ‘에린’을 최초로 공개했다. 메타휴먼은 ‘초월’과 ‘사람’의 합성어로 가상 현실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인간을 말한다. AI와 결합해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상황을 인지하며 실시간 대화와 질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상 인간’보다 진화된 형태다.

안개 자욱한 길에선 유도선 보여줘 

역대 가장 많은 한국 기업이 참여한 이번 CES에선 메타버스 전시를 하지 않는 부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메타버스와 관련한 전시가 많았다. 전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메타버스가 있는 부스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AR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대한 체험형 전시를 열었다. 조수석 탑승객이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면 AR 디스플레이 위에 주변의 카페 정보가 나타나고 바로 디스플레이를 통해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운전 중 안개가 껴서 앞이 안 보일 경우엔 유도선을, 갑자기 멀리서 동물이 나타났을 때는 동물 윤곽을 보여 준다.

CES에 올해 처음으로 참가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메타버스 체험으로 부스를 꾸몄다. 김경진 기자.

CES에 올해 처음으로 참가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메타버스 체험으로 부스를 꾸몄다. 김경진 기자.

현대중공업의 자율 운항 선박회사인 아비커스는 6m 크기의 완전 자율운항 레저보트 모형을 설치하고 초대형 LED를 이용해 실제 대양을 항해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관람객은 레저보트 안에서 가상 현실 기술이 적용된 운항 시뮬레이션 게임을 체험했다.

롯데면세점은 롯데그룹 CES 전시 부스를 통해 버추얼 피팅룸과 메타버스 콘서트를 선보여 관람객에게 인기를 끌었다. 버추얼 피팅룸은 VR기기를 착용한 고객이 가상 쇼룸에서 가방과 액세서리·셔츠·바지 등 원하는 아이템을 장착하는 콘텐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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