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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2→23%, 임대 현수막 뿐…인파 붐비던 동성로의 겨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안내가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안내가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6일 오후 대구 최대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 평일 퇴근 시간 이전임에도 인파로 붐볐다. 언뜻 보면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인파들 사이사이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건 상가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규모가 작은 상가뿐 아니라 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나 해외 의류브랜드가 자리하고 있던 대형 점포들에도 ‘임대’ 현수막이 즐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 전 동성로는 임대 현수막이 붙기도 전에 새 주인이 나타나는 인기 상권이었다. 후미진 골목이나 변두리 점포가 아닌 이상 동성로 한가운데서 비어있는 상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초 대구에서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번진 이후부터 동성로의 빈 상가는 크게 늘어났다. 대구 중구는 최근 2년간 동성로에서 100개 이상의 점포가 폐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성로 상권의 최대 이점인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사람들의 소비심리도 크게 낮아진 여파다. 이후 코로나19가 여전히 회복세에 접어들지 않으면서 동성로의 빈 상가들도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동성로 상권(상업용부동산)의 공실률은 1~2% 수준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연도별 4분기 동성로 상권 공실률은 2015년 2%, 2016년 1%, 2017년 3.8%, 2018년 2.3%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1분기(1~3월) 22.9%, 2분기(4~6월) 22.7%, 3분기(7~9월) 22.5%로 급등했다. 동성로의 빈 상가가 약 10배 늘어난 셈이다. 이는 전국 평균 공실률 10.9%(지난해 3분기)의 2배가 넘는 수준이기도 하다.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대구백화점 본점도 52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지난해 7월 잠정 휴점에 들어갔고, 롯데 영플라자도 2019년 영업을 종료했다. 동성로 인근에 위치한 도심 관광호텔 노보텔 앰베서더는 지난해 10월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직장인 김동훈(37)씨는 “최근 동성로를 찾았더니 임대 현수막이 붙은 점포가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은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동성로 한 공인중개사는 “빈 점포가 많은데도 새로운 주인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임대료가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당분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한몫하고 있다”며 “눈에 띄게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된 뒤에야 지역 경기가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상황을 타개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동성로 관광특구 지정도 사실상 무산됐다. 대구 중구청은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 동성로를 관광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연간 외국인 방문객 수 10만 명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동성로뿐 아니라 상가가 몰려 있는 지하상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반월당지하상가 내 메트로센터는 2019년에는 전체 403개 점포 중 비어있는 상가가 5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9개로 늘어났다. 291개 점포로 구성된 두류지하상가도 2019년 빈 점포 12개에서 지난해 52개로 크게 늘어났다. 동성로 지하상가인 대현프리몰도 2020년 57개, 지난해 34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반월당 지하상가 메트로센터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다 최근 폐업한 이지연(35·여)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심가를 찾는 인구 자체가 줄었다”며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리며 버텼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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