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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일주일 새 5조 '매물폭탄'…증시 '1월 효과' 사라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해부터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3일~7일 5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4조7644억 원을 팔아치웠다. 사진은 코스피가 1%대 반등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새해부터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3일~7일 5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4조7644억 원을 팔아치웠다. 사진은 코스피가 1%대 반등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회사원 조모(36)씨는 ‘1월 효과(새해 주가 상승 심리로 1월의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를 기대하며 지난해 연말 상여금으로 주식 투자를 했다가 새해부터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시가총액(시총)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사들였는데 투자한 지 일주일 만에 10% 넘는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조씨는 “기관이 계속 물량을 던지는데 버틸 재간이 없다”며 “(이러다) 손실액이 더 커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해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새해부터 기관의 매도세가 거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3일부터 5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팔아치운 금액은 4조7644억원으로 5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개인(3조7205억원)과 외국인(1조0349억원)이 매물을 받아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7일 코스피(2954.89)는 지난해 말(2977.65)보다 0.8%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996.16)는 지난 6일 이후 10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5거래일간 기관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1조4706억원)를 비롯해 SK하이닉스(4165억원), 네이버(3366억원), 카카오(2541억원) 등 시총 상위 종목이었다. 또 게임주인 크래프톤(1536억원)과 위메이드(1422억원), 하이브(1335억원), 삼성SDI(1111억원) 등도 1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기관 매물이 몰린 종목 상당수는 주가가 10% 넘게 급락했다. 위메이드(-18%)가 가장 많이 빠졌고, 크래프톤(-14.2%), 하이브(-13.7%), 카카오페이(-13%), 카카오(-12.7%), 네이버(-10.1%) 순으로 급락했다. 시총 1·2위인 삼성전자(-0.3%)와 SK하이닉스(-1.2%)는 실적 기대감으로 선방했다.

기관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 주가 변동.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관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 주가 변동.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근 기관의 매물이 쏟아진 데는 연말 배당차익을 노린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이다. 기관 순매도 대부분은 금융투자(증권사)에서 나왔다. 금융투자는 5거래일 동안 전체 기관 순매도의 72%(3조4330억원)를 팔았다. 증권 전문가들은 금융투자의 매물폭탄은 연말 배당차익거래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한다.

배당차익거래는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배당락일(12월 29일) 이전에 배당이 있는 현물은 사고, 배당이 없는 선물을 팔면서 배당 이익을 얻는 투자다. 현물 투자로 배당을 챙기는 동시에 선물 투자(매도)로 주가 급·등락을 헤지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배당락일이 지나면 기관은 다시 선물은 되사고 현물을 팔면서 매물이 쏟아지는 것이다. 지난해 초에도 금융투자는 배당락일 이후 5거래일간 1조4975억 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올해는 단순한 프로그램 매매뿐 아니라 기관의 위험 회피 심리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최근 매파(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주식 같은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위축된다. 또 현재 이익보다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성장주도 금리 인상은 주가에 변수로 작용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높은 성장률을 보인 성장주에 대한 이익 실현 욕구와 함께 금리 인상 부담이 (기관의) 매물 출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올해 '1월 효과'를 누리긴 어려울까.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지나면 기관의 매도 압력은 진정될 것"이라며 "대외 악재로 주가가 하락할 때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이어지면 국내 주요 기업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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