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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감당 자신없다"면서···'연금 더주기' 덥석 문 이재명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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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소확행 국민공모 캠페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소확행 국민공모 캠페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기자의 촉: 연금개혁 뒷전, 연금 더주기 덥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정책 공약 대결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후보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시리즈'로, 윤 후보는 '석열씨 심쿵약속'으로 포장한다. 윤 후보가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는 새 이 후보의 소확행은 41호까지 치고 나갔다.

피임·낙태 건보 적용, 난임부부 부담 완화 등 가려운 데를 잘 짚은 공약이 있지만, '탈모 건강보험 적용' 같은 황당한 것까지 진도를 냈다. 상당수가 저출산·고령화와 관련 있는 것인데, 이 중 눈에 띄는 게 39호 공약 '일하는 어르신의 국민연금! 깎지 않고 제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이다.

소득 있다고 국민연금 깎인 사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소득 있다고 국민연금 깎인 사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만 62세가 돼 국민연금을 받을 때 황당할 때가 있다. 일해서 월 소득이 254만원 넘는다고 연금을 최대 절반까지 깎아버린다. 소득이 있으니 연금은 적게 받으라는 뜻이다. 5년 간 삭감한다. 은퇴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데, 왜 애먼 연금을 깎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렇게 깎이는 사람이 지난해 약 10만명이다. 1인당 연 142만원 깎였다. 월 12만원 가까이 된다. 평균 국민연금이 월 54만원밖에 안 되는 데다 일을 유도해도 시원찮을 판에 근로 의욕을 꺾어버린다. 고령화 시대에 역행한다며 폐지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이 후보가 이런 문제점을 포착해 감액제도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공약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소득 있다고 연금 삭감된 사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소득 있다고 연금 삭감된 사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물론 국민연금이란 게 낸 돈보다 훨씬 많이 받아가게 설계돼 있으니 소득이 일정액 넘으면 삭감하는 게 맞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월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해당한다. 하지만 지난해 삭감자 10만여명 중 약 절반이 254만원 초과액이 100만원 안 된다. 즉 월 소득이 364만원이 안 된다는 뜻이다.

세계는 고령화와 전쟁 중이다. 한결같은 대책은 오래 일하게 돕는 것이다. 우리처럼 보험료 방식의 연금제도를 운용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연금을 싹둑 자르는 데는 그리스·일본·스페인밖에 없다(덴마크 등 4개국은 미확인). OECD도 한국 정부에 폐지를 권고한 지 오래다.

그러나 이 후보의 39호 공약에 마냥 손뼉만 치기 어렵다. 삭감 폐지보다 훨씬 시급한 게 연금개혁이다. 이 후보는 연금개혁 공약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7월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제 임기 안에 할 수 있을지,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 없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KBS 일요진단에서는 "(중략)연금개혁은 해야 한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론 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어떻게 하겠다’라는 것 자체가 독선에 가깝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재정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보건복지부]

이재명 후보의 연금개혁 입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재명 후보의 연금개혁 입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연금학회 윤석명 회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높은 연금수령자는 연금을 깎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폐지하는 게 바르다고 본다. OECD도 연금에 세금을 매기는데, 소득 있다고 깎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폐지를 권고한다"며 이 후보의 공약에 공감을 표한다. 윤 회장은 "하지만 20·30세대를 생각해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매우 절박하다. 고통스러워도 미래를 위해 먼저 연금개혁을 공약해야 한다"며 "그런데 표 떨어진다고 연금개혁은 말하지 않고, 표가 되는 삭감제도 폐지만 공약으로 낸 건 앞뒤가 안 맞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의 39호 공약은 자신의 취약 포인트 60대를 공략하는 데 유효할지 모른다. 하지만 2030은 누가 연금개혁을 제대로 할지 매의 눈으로 주시한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지금 제도를 방치하면 2057년 기금이 고갈돼 소득의 25%를 보험료로 내야한다. 안그러면 2030이 연금을 못받을 수도 있다.

 연금개혁은 말라죽어 가는 숲을 살리는 일이다. 숲은 나 몰라라 하고, 나무 한 그루, 잡초 하나만 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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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자 정보         https://www.joongang.co.kr/election2022/candidates/LeeJae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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