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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뼛속까지 공화당' 체니, 버선발로 반긴 민주 의원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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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룩 업'에서 대통령 역할을 연기하는 메릴 스트립. [영화 공식 스틸 컷]

영화 '돈 룩 업'에서 대통령 역할을 연기하는 메릴 스트립. [영화 공식 스틸 컷]

장안의 화제인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을 보면 정치는 여의도이건 태평양 건너 워싱턴DC이건 요지경이란 생각을 하게 되죠. 6개월 후면 거대 혜성이 지구에 정면 충돌해서 인류를 포함한 이 행성의 모든 생명체가 즉사할 것이 확실한 상황인데도,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신경을 쓰는 건 자신의 대법관 임명동의안 의회 통과 여부이니까요. ‘돈 룩 업’은 뉴욕타임스(NYT)의 호평대로 특정 정파를 초월해 정치라는 세계의 부조리를 꼬집습니다. 언론이나 국민이라고 나을 것도 없습니다. 혜성 충돌보다는 셀럽 커플의 이별과 재결합 이야기에 귀를 더 기울이니까요.

영화 '바이스'.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딕 체니를 연기했습니다. [사진 콘텐츠판다]

영화 '바이스'.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딕 체니를 연기했습니다. [사진 콘텐츠판다]

‘돈 룩 업’은 애덤 맥케이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영미권에선 큰 화제입니다. 그는 정치 권력자들부터 금융 엘리트들에 대해 날카로운 풍자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죠.  2018년 작 ‘바이스(Vice)’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을 입체적으로 파헤쳤고, 2015년 작 ‘빅 쇼트(The Big Short)’는 2007년 리먼브라더스발 세계 경제위기를 조명했습니다. ‘바이스’는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했습니다. 부통령(the Vice Presidence)에서 따온 것도 있지만 ‘바이스’라는 말 자체는 ‘악(惡)’ ‘범죄’ 등의 뜻도 있으니까요.

체니 당시 부통령이 2007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실제 사진입니다. AP=연합뉴스

체니 당시 부통령이 2007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실제 사진입니다. AP=연합뉴스

맥케이의 미덕은 그러나 입체적인 시각에 있습니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들이 으레 하기 마련인 손쉬운 악마화를 맥케이는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체니 전 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견지하되, 그가 어떻게 강경 보수 세력인 네오콘의 상징으로 군림하게 됐는지를 깊게 파고들어 갑니다. 그의 개인사와 아픈 가정사도 다룹니다. 누군가를 악마화해서 미워하는 건 쉽지만 100% 악인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하죠.

지난 6일 워싱턴DC 의사당인 캐피톨 힐(Capitol Hill)에서 찍힌 영상을 보면서 맥케이 감독의 ‘바이스’가 떠올랐습니다.

지난 6일 의회에 나란히 등장한 리즈 체니 의원과 아버지 딕 체니 전 부통령, 그리고 열띤 취재 경쟁. 리즈 체니 의원은 일부러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계열 옷을 입은 듯 합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의회에 나란히 등장한 리즈 체니 의원과 아버지 딕 체니 전 부통령, 그리고 열띤 취재 경쟁. 리즈 체니 의원은 일부러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계열 옷을 입은 듯 합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체니 전 부통령이 친딸 리즈 체니 상원의원과 나란히 의회에 나타난 장면입니다. 꼭 1년 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그의 재선 실패를 두고 조작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의회에 난입했었죠. 리즈 체니 의원은 이 일을 기점으로 트럼프 지지자들과 자신이 속한 공화당과 거리를 두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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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보수이자 공화당원일 것 같았던 체니 전 부통령 역시 딸의 편을 들어줍니다. 이날 체니 부녀는 당시 사건 1년을 기념해 의사당을 방문했고, 그들을 기다리던 의원들과 반갑게 악수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가 비중있게 다룬 이 행사에 참석한 의원들은 죄다,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이었다고 합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결국 없습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결국 없는 건 여의도 정치 역시 같겠죠. 워싱턴DC 못지않게 혼돈의 도가니인 여의도의 춘삼월은 어떤 모습일까요. 적어도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는 외면하고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는 ‘돈 룩 업’의 모습은 보이지 않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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