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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템 직원 금괴 354㎏ 어디 빼돌렸나…‘윗선’ 연루 열쇠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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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호 14면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7일 어지러움을 호소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7일 어지러움을 호소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경찰서는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씨에 대해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회수하지 못한 1000억 원대 횡령금 행방과 공범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이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 횡령이다. 앞서 이씨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관리 팀장으로 일하며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회사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지난 5일 붙잡혔다. 경찰은 이날 “250억원 상당의 증권계좌와 금괴 497㎏, 현금 4억3000만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가 횡령금으로 구입한 수십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은 범죄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 범죄수익이나 여기서 나온 자산의 처분을 막는 것이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경찰이 확보하거나 밝혀낸 횡령금은 약 350억원어치의 금괴를 포함해 6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씨가 빼돌렸다고 추정되는 회삿돈은 1880억원으로, 1200억원 이상이 빈다. 경찰 관계자는 “돈이 흘러간 자금계좌를 추적하는 등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경찰은 이씨가 횡령금으로 구매한 금 851㎏ 중 회수하지 못한 354㎏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 금괴의 행방이 이번 사건에 이씨의 공범이 있는지를 밝히는 단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금괴를 찾지 못했고 추적 중이다. 자세한 수사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이씨가 횡령하거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돈을 빼돌리는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이씨와 함께 재무팀에서 근무했던 직원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이씨의 횡령 과정에서 잔액 증명서를 위조하는 데 연루됐는지 등을 중점으로 조사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직원이 횡령에 가담했는지에 대해 “수사 중인 사항으로 회사가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이씨가 “몸이 안 좋다. 힘들다”며 병원 치료를 요구해 구급차에 태워 병원 진료를 받게 한 뒤 다시 유치장에 입감했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의 검진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건강에는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이씨의 아내와 처제를 6일 피의자로 입건하고 소환 조사를 했다. 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이씨는 횡령금으로 아내 명의로 경기도 파주시 소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28억9000만원에 매입하고, 약 30억원의 제주의 고급 리조트 회원권을 샀다고 한다. 또 처제 명의로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아파트를 16억5000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6일 아내와 처제를 불러 횡령 사실을 알았는지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오스템임플란트 회장 등 ‘윗선’이 연루됐는지도 관심사다. 앞서 한 언론사가 윗선 개입 의혹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 회사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은 이날 “횡령 직원의 ‘(직원이) 회장을 독대해 지시를 받았고, 금괴 절반을 건넸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빼돌린 금괴의 은닉과 수사 교란을 목적으로 한 허위 주장이다”고 반박했다. 이날 이씨의 변호인도 “언론사와 통화한 적 없고,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의자가 단독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지’라는 질문엔 “확답할 수 없다. 피의자가 언론 대응을 싫어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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