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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돕는 AI 로봇, 영화 보는 자율차…신기술 대거 과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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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호 06면

CES 2022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로봇개 ‘스팟’ 3마리가 방탄소년단 음악에 맞춰 칼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로봇개 ‘스팟’ 3마리가 방탄소년단 음악에 맞춰 칼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올해도 소비자들을 찾아왔다. ‘CES 2022’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온라인 행사로만 진행됐던 지난해와 달리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막했다. 159개국에서 2200여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은 미국(약 1300개) 다음으로 많은 502개 기업이 참가했다. 대·중견·중소기업 210곳과 스타트업 292곳이 함께해 역대 최다 규모를 이뤘다.

이번 CES에선 특히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의 일상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로봇과 모빌리티 관련 신기술이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와 상호 작용이 가능한 인공지능(AI) 로봇인 ‘삼성 봇 아이’를 최초 공개했다. 삼성 봇 아이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이동할 뿐 아니라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함께 공개된 ‘삼성 봇 핸디’는 사람처럼 길게 팔을 뻗을 수 있어 가사 도우미의 역할을 매끄럽게 해낸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불참

두산그룹 부스에서 사과를 수확·포장하는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연합뉴스]

두산그룹 부스에서 사과를 수확·포장하는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연합뉴스]

일반 가정집 실내처럼 꾸민 삼성전자 부스 안에서 두 로봇은 사용자 가족의 식사를 위해 테이블 정리를 해주는 모습 등을 시연했다. 영국의 스타트업 엔지니어드아츠는 인간을 꼭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메카’를 처음 공개했다. 아메카는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람과 흡사한 표정을 짓는 등 실제 사람을 꼭 빼닮아 관람객들을 발길을 붙잡았다.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실어 사람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인식할 수도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의 제품 매니저 마커스 홀드는 “로봇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2016년부터 이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크리스마스께 제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도 총수인 정의선 회장이 개막 전야 행사 무대에 반려견 형태의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함께 올라 화제를 모았다. 정 회장은 “앞으로는 스마트폰처럼 매일 로봇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의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로봇을 접목한 미래형 모빌리티 사업 추진에 힘쓰고 있다. 자동차 기업이 로봇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면, 가전 기업은 거꾸로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LG전자는 AI 기반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LG 옴니팟’을 선보였다. 탑재된 전자 제품과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용자는 차내에서 영화 감상과 캠핑은 물론 운동까지 할 수 있다. 예컨대 자율주행 중인 차내 화면에 가상 인간이 등장해 탑승자에게 피트니스 동작을 알려주는 식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은 일반 가전 대신 로봇과 모빌리티가 CES 무대의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기업들은 글로벌 트렌드인 친환경 기술을 소개하는 데도 힘썼다. 두산그룹은 수소 생산·활용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소개했다. 두산중공업이 해상 풍력 터빈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과 폐자원을 수소화하는 과정 등을 선보였다. SK그룹 역시 CES에 처음 참가한 SK E&S를 통해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수소 밸류체인 구축 전략을 소개했다.

검역 강화·인력 부족 겹쳐 차질도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증강현실(AR) 기반 미래 운전 기술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증강현실(AR) 기반 미래 운전 기술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대기업들도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는 이번에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자동차 기업들이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BMW는 전자 잉크를 활용해 차량 외부의 색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iX 플로우’를 선보였다. 차량 윤곽에 맞게 정밀하게 재단된 래핑에 특수 안료를 함유한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캡슐이 있어 전기장의 자극에 따라 색이 변한다. GM은 기존의 픽업트럭을 전기차로 재해석한 2024년형 ‘쉐보레 실버라도 EV’를 공개했다. 전기로 움직이면서도 픽업트럭 특유의 힘 있는 오프로드 주행까지 가능하다.

관람객이 프랑스 기업 다쏘시스템 부스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뉴스1]

관람객이 프랑스 기업 다쏘시스템 부스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뉴스1]

이외에 일반 가전에서도 기업들은 기술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부 고객사와 언론사를 대상으로 프라이빗 부스를 마련,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3종(55·66형 TV용과 34형 모니터용)을 전시했다. QD-OLED는 나노미터 크기의 청색 자발광 소재를 광원으로 한 제품으로, 색 재현력이 우수하고 시야각이 넓어 차세대 TV 시장 경쟁에 가세할 신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록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제품의 대외적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코로나19에 따른 검역 강화와 하역 인력·장비 부족이 겹치면서 국내 중견·중소기업 일부가 물류 문제로 전시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한범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에서 지난해 10월 발송한 장비·기자재가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항만에 묶여 있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선적한 화물은 그동안 통상 2~3주면 미국 서부에서 하역 작업을 마치고 인수가 가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 서안의 항만이 꽉 막혀 있는 상태다. 해운조사기관인 씨-인텔리전스는 미국 서안의 항만 적체는 전 세계 선대 공급의 약 12%가 사라진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급하게 항공편을 물색해 장비를 다시 보내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선보인 S자형 폴더블 디스플레이 ‘플렉스 에스’. [연합뉴스]

삼성디스플레이가 선보인 S자형 폴더블 디스플레이 ‘플렉스 에스’. [연합뉴스]

일부 기업은 부스 설치에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 전시관 내 설비·장치 등을 담당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현장에서는 “셔틀버스 운전기사도 귀하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버스 운전기사를 구할 수 없어 LA에 요청했다”며 “CES 주최 측도 버스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우버 기사도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국내 중견기업 관계자는 “직원들끼리 밤을 새워 부스를 만들었다”며 “전시장을 다니는 관람객도 2년 전과 비교해 뚜렷하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삼성·현대차·LG·소니 등 너도나도 메타버스로 몰려가

CES 2022에 참가한 국내외 기업들은 최근 산업계 화두인 3차원의 가상공간 ‘메타버스’에 주목했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로 인한 인류의 단절 속에서 급격히 주목받은 기술이다. 소니와 HTC 등은 대면 만남을 넘어 가상공간에서 커뮤니케이션과 게임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가상현실(VR) 헤드셋 제품을 공개했다. 쇼핑·콘서트 등 일상에서의 생활을 가상으로 대체하는 메타버스 기술도 소개했다. P&G는 자사의 첫 메타버스 플랫폼 ‘뷰티 스피어’를 공개했다. P&G의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가상공간에서 체험해 보고 다른 이용자들과 후기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글과컴퓨터그룹도 가상공간에서 회의를 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XR판도라’를 선보였다. 판도라 개발기간은 약 1년 6개월로 한컴의 각종 서비스와 연동을 준비하며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이번 플랫폼은 PC와 모바일 모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3차원 실사 느낌의 사람들끼리 회의를 하면서, 인터넷 검색과 필기는 물론이고 문서도 가상공간에서 공유하고 편집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CES 개막에 맞춰 미국 뉴욕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837’을 본딴 ‘삼성837X’를 메타버스로 구현해 공개했다. 가상 부동산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에 자리를 한 삼성837X 매장은 사용자들에게 ‘연결극장’ 서비스와 ‘지속 가능한 숲’을 보여줄 예정이다. 연결극장에서는 현재 CES에서 발표한 삼성의 주요 뉴스를 확인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숲은 디지털 세상 속에서 수십 만 개의 나무 사이를 걸을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6일(현지시간) CES에서 실시간 3차원 콘텐트 개발·운영 플랫폼 회사인 유니티와 메타버스 공장인 ‘메타팩토리’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와 유니티는 올해 말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완공에 맞춰 HMGICS를 그대로 본뜬 첫 메타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실제 공장과 동일한 쌍둥이 공장을 가상공간에 건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싱가포르 공장을 운영·관리할 수 있다. 현대차 측은 “메타버스를 통해 공장 운영을 고도화하고, 제조 혁신을 추진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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