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뜨거운 대선 테마주, 역대 선거 직후 평균 수익률 -7.7%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70호 02면

급등락 심한 대선 테마주

서울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박모(42)씨는 최근 이른바 ‘안철수 테마주’로 불리는 써니전자 주식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 박씨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주가가 반토막이 나버려 팔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었다”며 “보궐선거 이후 정치인 테마주는 다시는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한 번 흐름을 타면 주가가 치솟는 탓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즘 박씨와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국내 주식시장에는 이른바 ‘대선 테마주’가 급등세를 보이는 등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보통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유력 후보를 제외한 테마주는 열기가 꺾이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렇지 않다. 주요 후보들의 지지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이에 따라 주요 후보의 테마주가 수시로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대선 테마주 열풍의 진원지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다. 그동안 양강 체계를 형성해 왔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돌파하자 안 후보 테마주가 들썩이고 있다. 대표적인 테마주로 지목되는 안랩과 써니전자, 까뮤이엔씨은 올 들어 3거래일 만에 1조4916억원어치가 거래됐다. 이들 종목의 지난해 12월 한 달간 거래량(1조1274억원)을 3거래일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주가는 가파르게 뛰고 있다. 안 후보가 창업한 안랩은 올들어 19.2% 급등했다. 5일엔 12만500원을 찍었다. 지난 12월 초 주가가 6만6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거의 두 배가 된 것이다.

선거 직전·직후 하락, 급등주 원상 복귀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써니전자와 까뮤이앤씨는 5일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하며 올 들어서만 각각 36.5%, 62.5% 올랐다. 써니전자는 5일 종가가 663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에는 이 후보와 윤 후보 테마주가 증시를 달궜다. 이 후보의 테마주로 꼽히는 코이즈와 카스의 지난해 주가 상승률은 각각 364.6%, 121.9%에 이른다. 윤 후보 테마주 NE능률과 위즈코프는 같은 기간 각각 310.1%, 60.7%나 올랐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서 주식투자 블로그를 운영 중인 개인투자자 유모(40)씨는 “호재가 있어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주가가 요지부동인 주식도 많은데, 정치인 테마주는 지지율에 즉시 반응하는 게 매력”이라며 “짧은 시간에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면 본능적으로 올라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선 테마주 열풍은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보통은 각 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되고, 대선이 다가올수록 열풍은 점차 사그라졌다.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점차 굳어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이 요동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대선 테마주 열기가 뜨겁다. 특히 야권 유력 후보의 상황이 급변하면서 안 후보 테마주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대선후보 교체론까지 나오면서 지난해 당내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관련주까지 상승세다. 지난해 말 4439원이던 경남스틸은 5일 7000원으로 급등했다. 이 밖에도 홍 의원 테마주로 묶인 한국선재·티비씨 등도 올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지율의 변화가 있을 때 그 변화들을 이용해 테마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선 테마주는 그 자체가 특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이라는 막연한 가능성에 기댄 것이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합리적이지 않은 기대감에 편승한 주가 상승은 원상 복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치러진 4번의 대선(16~19대)에서 대선 테마주들은 선거일을 전후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선거 전 5거래일 동안 정치인 테마주의 평균 수익률은 -6.47%, 선거 직후 5거래일 평균 수익률은 -7.7%다. 4번의 대선 가운데 선거 5거래일 뒤 정치인 테마주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은 것은 16대 대선뿐이다.

“이젠 특혜·이권 몰아줄 수 없는 사회”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16대 대선은 그러나 정치인 테마주가 지금처럼 과열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익률도 0.2%에 그쳤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된 주식들은 선거 기간 동안 이례적으로 수익률이 급등하기도 했지만 선거일 직전과 직후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대선 테마주는 특히 낙선자와 당선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낙선자 테마주는 선거 다음날에만 3.91% 급락했다. 당선자의 테마주 역시 선거 다음날 평균 0.19% 하락했고, 5거래일 뒤 평균 하락율은 9.54%였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대통령이 되더라도 특정 회사에 노골적인 특혜를 주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박세익 체슬리자문 대표는 “지금은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는 회사라고 해도 특혜나 이권을 몰아줄 수 없는 사회 구조”라며 “투자자들이 몰려 일시적으로 주가가 올라 일부는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이런 투자는 투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대선 테마주 대부분은 특정 후보와 직접적인 연관도 없다. 써니전자는 송태종 전 대표가 과거 안랩에 재직했다는 이유로, 까뮤이엔씨는 표학길 사외이사가 과거 안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안 후보 테마주로 여겨지는 곳이다. 안랩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의 테마주 코이즈는 조재형 대표가 중앙대 동문이라는 점 외엔 직접적 관계를 찾기 어렵다. 윤 후보 테마주 NE능률은 최대주주가 파평 윤씨라는 게 테마주로 묶인 이유다. 이들 회사들도 대부분 특정 후보와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NE능률 측은 “과거는 물론 현재 회사와 윤 후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대선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의 변화를 가져 올 ‘빅 이벤트’여서 자본시장에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책을 보고 투자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후보 개인과의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 확인 불가능한 연관성에 의존하는 대신 정책 수혜 가능성을 보라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선 후보들 모두가 소액주주의 권리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이번 대선은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공매도 제도 손본다

대선을 두 달 앞둔 정치권은 자본시장 발전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 1000만명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증시 민심이 대권 가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한 자본시장 발전을 외치고 있다. 다만 방법에선 차이가 있었다. 우선 코스피 5000시대를 외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자본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선 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며 “주가조작과 시세조정과 같은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글로벌 유동성 공급 축소에도 끄덕하지 않는 대한민국 자본·외환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본시장 세제 혜택을 정비하고 해외 투자자가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외환제도를 구축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오너’로 불리는 대주주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지목하고 있다. 안 후보는 "대주주로서 지분만큼의 권한만 행사하도록 제도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공매도 제도를 두곤 세 후보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 현행 공매도 제도에 문제점이 있지만 당장 폐지하기보다는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공매도 제도는 유지하되,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차입기간은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윤 후보도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하는 식으로 보완을 제안했다. 안 후보는 공매도 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