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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문자에 전화건다는 李…'이재명 심는다'도 3시간만에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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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호모 사피엔스)로 불린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라는 뜻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한 쌍방향 소통이 장기인 그는 대선 후보가 된 지금도 밤낮을 가리지 않는 SNS 활동으로 유명하다. 선대위 실무진과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텔레그램 소통을 한다. “일반인들이 보낸 문자들도 챙겨 보고 때론 전화를 건다”는 목격담도 돈다.

지난해 9월 12일 오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였던 이재명 후보가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 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마치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12일 오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였던 이재명 후보가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 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마치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뉴시스

“카톡방 1700개 만들겠다”…선대위, 의원들에 “카톡 홍보” 지시

그래서일까. 최근 이재명 선대위 인사들도 SNS를 활용한 선거 운동 방식을 대폭 늘리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는 이 후보의 기조에 맞춰, SNS를 활용한 국민 여론 수렴 계획들이 각 본부 단위로 쏟아져 나온다.

선대위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7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1700개 이상의 카톡 플랫폼 대화방을 만들어 정책들을 수렴하는 ‘모두의 대화’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두의 대화’는 박 의원과 하승창 선대위 사회혁신추진단장 등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선대위에선 “정책과제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선거 캠페인”(하 단장)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명 선대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모두의 대화. 재명이네마을 캡처

이재명 선대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모두의 대화. 재명이네마을 캡처

이 후보의 온라인 플랫폼인 ‘재명이네 마을’을 통해 국민이 대화 주제를 올리면, 비슷한 주제를 올린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카카오톡 채팅방을 개설해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다.

 이렇게 모여진 대화 내용이 다시 선대위에 공유되고,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라고 한다. 박 의원이 언급한 수치 ‘1700개’는 전국 광역단체 17곳에서 각 100개씩의 채팅방을 만들겠다는 계획에서 나왔다.

대국민 정책 수렴 캠페인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에도 앞서 적용됐다. ‘이재명 플러스’라는 앱을 통해 국민 제안을 받고, 이를 공약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달 30일에 공모를 시작했는데, 8일만인 7일 기준으로 2600여개의 제안이 접수됐다.

민주당 선대위 직능본부가 7일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상대로 카톡 홍보를 장려한 내용.

민주당 선대위 직능본부가 7일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상대로 카톡 홍보를 장려한 내용.

이와 별도로 선대위 직능본부는 지난 7일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에게 카톡 단체방 개설을 통한 선거 운동도 장려했다. “각 단체별 책임자 중심으로 카톡방을 운영해 이 후보의 홍보 논리를 정리하고 퍼 날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SNS 대응 효과…“탈모 공약 홍보 영상, 3시간 만에 완성”

SNS를 적극 활용한 덕에 이 후보와 선대위가 ‘재미를 본’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탈모 공약’이다. 당초 탈모 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단 내용은 선대위 차원의 공약이 아니었다. 지난 2일 청년선대책위가 ‘리스너 프로젝트’의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온 여러 내용 중 하나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탈모치료제 건보 적용'을 공약했다.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탈모치료제 건보 적용'을 공약했다. [유튜브 캡처]

그런데 탈모 공약이 이튿날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탈모 갤러리’ 등에서 화제가 됐다. 그 다음날인 4일에도 여러 커뮤니티의 관심이 계속됐다. ‘이재명을 뽑지 않고 심는다’는 식의 ‘밈’(인터넷으로 전파되는 화젯거리)이 만들어지자, 온라인소통단(단장 김남국 의원)이 이날 오후 1시쯤 이 후보에게 직접 보고를 했다고 한다. “온라인 반응이 좋으니 후보가 직접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 후보도 “좋은 생각”이라며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이 후보가 머리를 만지며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영상물 촬영이 완료되기까진엔 그로부터 3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영상이 공개된 후 각 커뮤니티에선 “이 후보의 트렌드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평가가 꽤 나왔다.

“필터 버블 갇힐 가능성”…“여론몰이로 비칠 수도”

다만 SNS를 통한 대응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이 후보를 필터 버블에 갇히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필터 버블'은 인터넷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제공되는 정보에만 의존해 사용자가 자신만의 거품에 가둬지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신 교수는 "대국민 소통이라지만, 실제 민주당과 적극 소통하는 계층은 대부분 지지층 아니겠냐”며 “그걸 전체 국민의 여론으로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커뮤니티를 이용한 여론 습득에 대해서도 “일부 커뮤니티만의 의견이 과대 대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선대위 내부에서도 일부 불만이 있다. 한 보좌진은 “후보 사이클에 맞춰 밤낮없이 텔레그램이 울리는 것도 피로감이 있고, 민주당이 SNS를 통해 여론몰이를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생겨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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