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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도 맥심도 가격 인상.…“올해도 원두값 계속 오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타벅스가 8년 가까이 동결한 커피 가격을 결국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급등한 원두 가격을 비롯한 비용 상승 때문이다. 연합뉴스

스타벅스가 8년 가까이 동결한 커피 가격을 결국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급등한 원두 가격을 비롯한 비용 상승 때문이다. 연합뉴스

스타벅스와 맥심을 필두로 커피 가격 인상 릴레이가 시작됐다. 커피 주요 산지의 이상기후와 세계적 물류 대란이 겹치며 커피 원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인스턴트 커피 1위 업체가 각각 총대를 멘 만큼, 경쟁사들도 줄줄이 소비자 가격을 올릴 전망이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4100→4500원

동서식품은 7일 맥심과 카누 등 커피 제품의 출고 가격을 오는 14일부터 평균 7.3%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진 동서식품]

동서식품은 7일 맥심과 카누 등 커피 제품의 출고 가격을 오는 14일부터 평균 7.3%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진 동서식품]

스타벅스 코리아는 오는 13일부터 음료 46종의 가격을 100∼400원 인상한다고 7일 밝혔다. 7년 6개월만의 가격 인상이다. 인기 메뉴인 카페 아메리카노 톨(350ml) 사이즈는 4100원에서 4500원으로 400원이 오른다. 카페라테와 카푸치노는 각각 400원, 카라멜 마키아또와 돌체 라떼 등 15종은 300원이 인상된다. 프라푸치노 등 7종은 200원 , 돌체 블랙 밀크티 1종은 100원이 오른다.

이날 동서식품도 8년 만에 가격 인상 소식을 알렸다. 14일부터 ‘맥심 오리지날 170g’ 리필제품은 5680원에서 6090원으로,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1.2kg’은 1만1310원에서 1만2140원으로, ‘맥심 카누 아메리카노 90g’은 1만4650원에서 1만5720원으로 출고 가격이 각각 오른다.

두 업체 모두 국제 커피 원두 가격 급등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상승한 물류비용, 주요 원·부재료 가격 상승을 인상 이유로 꼽았다. 스타벅스 측은 “가격 인상 요인이 매년 있었지만, 매장 운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미뤄왔다”고 설명했다.

‘최후의 보루’ 커피마저 가격 인상 대열 합류  

최근 1년 사이 급등한 아라비카 원두 가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뉴욕상품거래소]

최근 1년 사이 급등한 아라비카 원두 가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뉴욕상품거래소]

지난해 외식 물가 중 유일하게 가격이 오르지 않았던 커피마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연초부터 외식 물가가 들썩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대중적인 기호식품인 커피 가격이 오르면 외식업계의 전방위적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식 물가 품목 39개 중 커피를 제외한 38개 품목의 가격은 4.8%가량 올랐다.

그동안 커피는 국제 원두 가격 상승으로 인상 요인이 충분했지만, 프랜차이즈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오히려 가격(지난해 12월 기준)이 전년 대비 0.02%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프랜차이즈 카페 1위 스타벅스와 커피믹스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는 맥심·카누가 가격을 올리면서 백기를 든 모습이다. 2014년에도 스타벅스 가격 인상 뒤 이디야커피, 할리스, 커피빈 등이 뒤따라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서리·가뭄 등 이상기후에 원두 가격 2배 뛰어  

브라질 커피 원두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브라질 커피 원두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제로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은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뛰었다. 이상 기후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난, 물류대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아라비카 커피 원두 선물 가격은 약 81% 올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라비카 원두는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문제는 올해도 가격 상승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의 지난해 3분기 말 커피 원두 수확량이 예년보다 40%가량 줄면서 원두 가격(지난해 12월 기준)이 1kg당 3.7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7.7% 올랐다. 올해 원두 수확량은 더 감소할 전망이다. 농축산물 무역거래 플랫폼 트릿지에 따르면, 브라질 내 한 아라비카 원두의 공급업체는 과거 평균적으로 연간 300만t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올해 수확량은 20~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커피 원두 작황이 부진한 이유는 지난해 6~7월 예상치 못한 서리와 연이어 발생한 극심한 가뭄으로 어린나무가 죽고, 건강한 나무로 회복하기 어려워지면서다. 커피나무가 충분히 자라기까지 3~5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커피 생산량 회복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 차질에 원두값 내리기 어려워” 

국내 커피시장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커피시장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콜롬비아와 인도, 베트남 역시 습한 기후로 지난해 커피 농사를 망쳤다. 특히 베트남은 중앙 고지대 일대의 원두 수확 인력이 부족해 임금이 두 배가량 상승하는 고충까지 겪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커피 생산국 에티오피아는 내전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역이 주요 커피 농장과 떨어져 있어 생산량엔 차질은 없다. 그러나 국제 원두 가격 상승을 고려해 기존 수출 계약을 파기하고, 가격을 올리는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수칙에 따른 물류 문제도 원두값 인상을 부추겼다. 브라질 커피 수출 협회에 따르면, 원두 공급업체들은 컨테이너와 선박 예약, 운송 회사의 잦은 선적 지연으로 수출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혜선 트릿지 연구원은 “특정 지역의 생산량이 줄어 커피 원두 가격이 상승하면 다른 지역 생산량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가격 하락 여지가 생긴다”며 “그러나 지난해 생산량 감소 폭이 워낙 컸던 탓에 커피 원두값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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