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자'엔 이준석 바람 안불었다…"2030 지지 부풀려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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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김경록 기자

‘2030세대의 지지를 받는…’, ‘청년의 대변자’, ‘청년 지지율 대주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앞에는 주로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37세라는 생물학적 나이와 30대 최초 당대표라는 정치적 의미, 그리고 청년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폭발적 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대표는 이런 상징성을 지렛대 삼아 지난해 6월 당대표 선출 이후 국민의힘에서 목소리를 키워왔다. 최근 이 대표의 갑작스런 지방행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탈퇴가 가능했던 것도 “청년 지지율에서 확실한 정치적 지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당내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준석 발(發)’ 국민의힘 내홍이 반복되면서 당내에서도 “이 대표가 불러온 ‘청년 지지’라는 게 실체가 있는 것이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 스스로 ‘2030세대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정치적으로 마케팅해왔는데, 사실 그런 주장 자체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부풀려졌다”는 근거 중 하나는 2030세대가 단일한 정치적 입장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2030 여성이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돌풍’이 불면서 2030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평가가 있는데, 여성만 따로 떼놓고 보면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이준석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예컨대 20대(18~29세) 여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8~12%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낮은 수준이었다. 페미니즘 성향이 짙은 젊은 여성들에겐 반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이 대표가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의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함께 ‘변화와 단결’을 강조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회의에선 이준석 당 대표 사퇴 결의도 논의됐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함께 ‘변화와 단결’을 강조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회의에선 이준석 당 대표 사퇴 결의도 논의됐다. 뉴스1

또 정치권은 2030세대를 하나의 ‘청년층’으로 분류하지만 20대와 30대 사이에도 이질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리서치가 2018년 12월 실시한 ‘2030세대의 젠더 및 사회의식’ 여론조사에서 ‘가족의 생계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남자에게 있다’는 명제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20대 초반 남성은 40.7%에 그쳤지만, 30대 후반 남성은 71.4%에 달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회과학 연구원은 “20대와 30대를 MZ세대라고 부르지만, 20대는 공정이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 반해 30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사실 두 세대를 하나로 묶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세대 중 확실한 이 대표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건 20대 남성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성·연령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 전후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계층은 20대 남성뿐이다. 그들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해 3월 17%였다가 전당대회가 있던 6월 35%로 올랐다. 다른 성·연령층에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1월부터 완만하게 증가하는 추세였다. 게다가 이 교수는 “일부 20대 남성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소수 여론이 20대 남성 전체의 실제 여론을 과잉대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중 20대(18~29세) 남성 비율은 9.1%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실제로는 적은 지지층을 등에 엎고 당을 흔들어왔던 것일까. 이에 대해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표가 실제 얼마만큼의 청년 지지를 끌고 다니는지’와 ‘이 대표가 당 또는 대선후보로부터 배제당했을 때 청년 지지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따로 봐야 한다. 전자는 실체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당이나 후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6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6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최초의 30대 대표’로 홍보하며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온 건 사실인데, 지금에 와서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면 ‘이준석 바람’뿐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유입된 젊은 층까지 실망하고 떠날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가 2030세대의 전부를 대변하진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젊은 세대의 가려운 부분이나 정서에 효과적으로 호응하는 부분이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그런 점이 아쉬운 부분이기 때문에 이 대표를 한 명의 정치인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최근 행보가 당내에서 몽니로 비친 점은 그의 ‘청년 정치’라는 상징성을 깎아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이 대표를 향해 ‘젊은 꼰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창선 평론가는 “최근 이 대표의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 때문에 20대 남성이라고 해도 자신들과 이 대표를 한 묶음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엔 “너(이 대표)랑 몇 살 차이 안 나는 경력 겨우 10년 정도 되는 한낱 보좌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가 “밑바닥 고통을 모르는 네가 무슨 2030 청년을 대변하는가”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또 “내 눈에는 자극적인 이슈에 편승해서 편가르기 하는 실력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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