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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지하상가 인천…'재임차 전면금지' 앞두고 폭발 직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상위법 위반이며 사회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지자체)
“노후를 위해 얻은 점포인데 재임대를 막으면 생계는 어떡하나.”(지하도상가 업주)

지난해 10월 인천 부평지하상가에서 상인들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부평지하상가는 2014년 11월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로부터 '단일면적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상가'로 세계기록 인증을 받았다. 출입구가 많고, 공간 구조가 비슷해 한 번 길을 잃으면 헤매기 일쑤여서 ‘미로’라고 불린다. 심석용 기자

지난해 10월 인천 부평지하상가에서 상인들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부평지하상가는 2014년 11월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로부터 '단일면적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상가'로 세계기록 인증을 받았다. 출입구가 많고, 공간 구조가 비슷해 한 번 길을 잃으면 헤매기 일쑤여서 ‘미로’라고 불린다. 심석용 기자

전국 최대 규모인 인천 지하도상가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인천 지하도상가 점포의 양도·양수·재임차가 전면 금지되는 것을 두고 일부 점포주가 반발하면서다.

지하도상가 재임차 갈등은 인천시와 인천시의회의 이견으로 표면화됐다. 지난달 27일 인천시의회는 “상인들의 영업 기간을 보호해야 한다”며 양도·양수·재임차 허용 기간을 3년 더 늘리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인천시 측은 “상위법에 어긋나지 않게 인천시가 직접 임대를 하는 동시에 법적 테두리 내에서 기존 임차인과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대법원 제소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6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시 내 지하도상가는 3474곳이며 57.7%가 재임차 점포다. 인천시로부터 임차한 점포주가 다른 상인에게 점포를 임대하는 방식이다. 20년 전인 지난 2002년 인천시는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로 ‘행정재산’인 지하도상가 점포의 양도·양수·재임차를 허용했다. 지하도상가 개보수 비용을 낸 점포주에게 임대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늘려주면서다.

인천 지하도상가 운영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천 지하도상가 운영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05년 상위법(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 만들어져 지하도상가 양도 등이 금지됐지만, 일부 점포주의 반발과 인천시의 미온적 대처 등으로 상황이 방치됐다. 그러다가 2019년 감사원 지적이 나오고 지난해 초 조례가 수정돼 재임차를 차단하고 경쟁입찰을 도입했다. 올해 1월 말까지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상황에서 인천시의회가 상인들의 영업기간을 보호하는 조례안을 만들면서 다시 갈등이 고조된 것이다.

지난 3일 오후 7시쯤 서울 명동지하도상가에서 상인들이 하나둘씩 가게문을 닫고 있다. 이수민 기자

지난 3일 오후 7시쯤 서울 명동지하도상가에서 상인들이 하나둘씩 가게문을 닫고 있다. 이수민 기자

상위법 위반과 사회적 형평성을 내세운 지자체와 점포 재임차를 허용하라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앞서 서울시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서울시 지하도상가 대부분은 민간이 도로 하부를 개발해 만든 상가를 장기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되돌려주는 기부채납 형태로 시작했다. 1996년 서울시에 반환됐고 2년 뒤 임차권 양도 허용 조항이 포함된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가 제정됐다.

지난 2018년 서울시는 개정 조례(서울특별시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 개정)를 공포하고 그해 7월 을지로·명동 등 지하도상가 점포 2700여 곳의 임차권 양수·양도를 전면 금지했다. “임차권 양수·양도 허용 조항으로 불법권리금이 생기고, 지자체 조례로 임차권리를 양도·양수하도록 허용하는 건 상위법 위반이라는 행안부 유권해석이 있었다”는 이유였다. 일부 점포주는 재산권 침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재산 재임차 갈등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지하도상가의 용도를 폐지하고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병배 인천시 의원은 “행정재산을 지상과 지하로 나눠 구분지상권을 설정하면 지하 부분(상가)의 행정재산을 일반재산으로 바꿔 매각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지하도상가를 지하도로에서 해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엔 양도·양수 조항에 잠정성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영업해왔던 점포주는 그 권리를 보호해주되 그렇지 않은 경우는 법적 판단에 맡기는 게 최선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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