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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계 아마존’ 반년새 몸값 9배…한국쪽 움직임도 바빠졌다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픈씨에 한 NFT 작품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오픈씨에 한 NFT 작품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NFT(대체불가능 토큰) 거래소 오픈씨(OpenSea)의 기업가치가 반년 만에 9배로 뛰었다. 오픈씨를 운영하는 오존네트워크는 지난 4일 벤처투자사들로부터 3억달러(약 359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서 평가받은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133억 달러(약 16조원). 지난해 7월엔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였다. 2017년 창업후 4년만에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된 오픈씨, 제2의 코인베이스일까.

오픈씨가 뭐길래

NFT계의 아마존, NFT계의 오픈마켓이다. 발행한 NFT를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오픈씨에 가입후 암호화폐 지갑을 등록한 뒤 이더리움을 지갑에 입금하면 거래 준비 끝. 다른 사용자의 NFT를 직접 사거나 경매로 낙찰받을 수 있다. NFT를 제작해 팔 수도 있다. 오픈씨 운영사는 거래대금의 2.5%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NFT거래소, 왜 이렇게 뜨거워

‘NBA 탑 샷’에서는 유명 선수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짧게 편집한 동영상 파일이 NFT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 [사진 NBA 탑 샷]

‘NBA 탑 샷’에서는 유명 선수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짧게 편집한 동영상 파일이 NFT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 [사진 NBA 탑 샷]

● 기업도 뛰어든다: 초기 NFT 시장은 개인 창작물 중심이었다. 그런데 최근 막강한 팬덤을 등에 업은 기업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 인기 브랜드를 활용한 NFT가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 미국프로농구협회(NBA)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 '크립토키티'를 개발한 스타트업 대퍼랩스(Dapper Labs)와 손잡고 NBA 경기 장면을 NFT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농구선수 관련 굿즈에 열광하는 팬덤이 타깃이다.

맥주회사 버드와이저도 오픈씨에 맥주캔 NFT를 출시했다. 버드와이저의 희귀 캔을 모으는 팬덤이 NFT 수집에 나선 것이다. 오픈씨에서 버드와이저의 희귀 캔NFT는 최고 2만 달러(약 2362만원)에 판매됐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4월 14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사진 AP]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4월 14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사진 AP]

● 암호화폐 거래소 데자뷔 : 투자업계에서는 NFT 플랫폼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이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라는 기대가 퍼지고 있다. 중개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거래량과 거래 대금이 늘면 수익도 급증하는 구조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같은 사업모델이다. 지난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약 10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초기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겼다.

한국은 어때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 NFT가 거래되는 미르4 XDRACO 홈페이지. [사진 위메이드]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 NFT가 거래되는 미르4 XDRACO 홈페이지. [사진 위메이드]

● 한국판 오픈씨? : NFT 시장에 돈이 몰리자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로 이미 재미를 본 업비트와 코빗은 지난해 말 나란히 NFT 거래를 개시했다. 뚜렷한 1등 없는 국내 NFT 거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행보다. NFT거래소 메타갤럭시아도 스포츠·미술품 NFT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 NFT 올라탄 K-엔터 : NFT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건 엔터테인먼트 업계다. BTS가 속한 하이브는 지난해 11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손잡고 NFT 발행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영화제작사 NEW가 제작한 영화 '특송'의 NFT는 지난달 29일 오픈씨에서 3000개가 '완판'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1일 게임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NFT, 플레이 투 언 게임 등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사진 유튜브 G식백과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1일 게임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NFT, 플레이 투 언 게임 등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사진 유튜브 G식백과 캡처]

정치권에도 유행 :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선거자금 펀딩 참여자에게 NFT 형태로 채권 약정서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친필 메시지와 서명 등을 NFT로 만들어 오픈씨에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재명후보 측은 어차피 존재하는 가상자산 시장을 인정하고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NFT, 꽃길만 있을까

● 코인베이스를 보니 : 돈이 몰리고 있지만 NFT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유동성 홍수를 타고 생긴 '버블'일 뿐이라는 우려다. 수익성 등 지표가 있는 주식과 달리 NFT는 가치를 평가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화려하게 상장한 코인베이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최근 하락세다.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858억 달러)에 비해 41.2% 줄어든 504억 달러(약 60조원, 5일 기준)에 그친다. 신생 가상자산인 NFT 거래소 시장도 외풍에 약할 수밖에 없다.

3억원에 팔린 NFT 작품. 암호화폐 거래소 FTX, 블록체인 투자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표인 샘 뱅크먼 프라이드가 미국 FTX의 첫 NFT 경매에 앞서 테스트용으로 제작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사진 FTX 트위터

3억원에 팔린 NFT 작품. 암호화폐 거래소 FTX, 블록체인 투자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표인 샘 뱅크먼 프라이드가 미국 FTX의 첫 NFT 경매에 앞서 테스트용으로 제작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사진 FTX 트위터

법적 근거 불분명 : NFT를 둘러싼 법적인 논란은 난제다. 지난해 한 업체가 작가 이중섭·김환기·박수근의 작품을 NFT로 제작해 판매하려다가 작가 가족들과 환기재단·박수근박물관의 반발로 무산됐다.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NFT는 기존 법률이 보장하는 저작권·재산권과 언제든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NFT 시장의 안착을 위해 법적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NFT 고평가 논란은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면서 바로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NFT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분류해야 한다"며 "과세 방식 등 규칙을 정비해야 안정적인 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