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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준석, 제1 야당 지도자 자격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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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부 총질, 자기정치 몰두하다 위기 자초

사퇴 요구받다 겨우 봉합 … 마지막 기회

국민의힘의 잡음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원내 지도부는 6일 이준석 대표의 사퇴 촉구 결의를 제안했다. 당의 원내 전략을 책임지는 원내 지도부의 사퇴 요구는 특정 계파 의원 일부가 목소리를 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다. 이날 의원총회에 윤석열 대선후보가 참석해 이 대표를 끌어안고 함께 갈 뜻을 비쳐 겨우  파국을 막기는 했다. 그러나 대선 때까지 봉합이 유지될 것으로 확신하는 국민의힘 의원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의 몽니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윤석열 후보가 입당한 직후 ‘대표 패싱’ 논란을 제기하며 분란을 부추기기 시작했고, 네 달 뒤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하루가 멀다 하고 윤 후보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윤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민의힘이 난파선으로 전락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이 대표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오죽했으면 이 대표와 공동운명체나 다름없는 원내 지도부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겠는가. 그러나 이 대표는 자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은커녕 당헌당규를 방패 삼아 자리를 지키는 선배 정치인들의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고언을 묵살하고 자신을 ‘패싱’했기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간 이 대표의 언행을 보면 진심이 담긴 고언이 아니라 감정이 실린 원색적인 비난과 극단적 행동으로 윤 후보에게 흠집을 내는 데 집중해 온 인상을 준다. 건전한 비판이라면 뭍밑 토론으로 개선책을 끌어내면 될 일인데 연일 후보를 공개 저격하니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민의 짜증을 돋운 것 아니겠는가.

궁지에 몰린 윤 후보가 고심 끝에 꺼낸 선대위 쇄신 카드에도 이 대표는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그제 “(내가 제안한) 연습문제 푸는 것을 보고 도울지 말지 정하기로 했는데 거부당했다. 무운을 빈다”며 일방적으로 결별을 선언했다.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않은 오만한 자세다. 선대위 수습에 나서야 하는 당 대표가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내부 갈등을 키우는 이 대표의 행보는 민주당에 반사이익을 안겨주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은 이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적극 변호하며 대변인 노릇을 해주고 있다. 우리 정당사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해괴한 현상이다.

이 대표는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30대 0선’ 이라도 밀어주겠다는 지지층의 파격적 선택으로 당선됐다. 구태 정치를 확 바꿔 줄 새 바람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가 도를 넘은 내부 총질과 자기 정치로 자신을 뽑아준 지지층의 열망을 저버리고 ‘청년 꼰대’로 전락했다. 제1 야당 지도자로서의 권위와 자격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세 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