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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야 더 맛있다, 남도 갯벌 매생이·석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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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날이 추워질수록 남도의 갯마을은 바빠진다. 매생이의 계절이 시작돼서다. 매생이는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수확한다. 매생이 양식을 처음 시작한 전남 장흥 내저 마을의 매생이 밭.

날이 추워질수록 남도의 갯마을은 바빠진다. 매생이의 계절이 시작돼서다. 매생이는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수확한다. 매생이 양식을 처음 시작한 전남 장흥 내저 마을의 매생이 밭.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고장이 있다. 아니 겨울이 깊어져야 맛이 드는 별미가 있다. 그 맛을 못 잊어 올 겨울에도 전남 장흥의 갯마을을 찾아갔다. 아는 맛이 더 참기 힘들다고, 이 계절이 지나면 즐길 수 없는 맛이란 걸 알기에 걸음을 서둘렀다. 내저 마을의 매생이와 남포 마을의 석화. 두 별미는 겨울 갯벌이 주는 한정판 선물이다.

내저 마을 매생이

장흥군 남쪽 대덕읍의 내저 마을은 원조 매생이 마을이다. 1980년대 중반 이 마을에서 매생이 양식을 처음 시작했다. 원래는 김을 양식했었는데 김에 붙은 매생이를 떼어내다 아예 매생이로 바꿨다. 지난겨울 내저 마을에서 수확한 매생이는 790톤에 이른다. 마을 전체 수입은 26억여원. 마을에서 22개 가구가 매생이 농사를 지으니 집마다 1억원 넘게 가져간 꼴이다. 내저 마을은 이제 김을 키우지 않는다. 매생이만 키운다.

내저 마을 앞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크고 작은 섬이 먼바다를 막아선 덕분이다. 이 평온하고 얕은 바다에서 매생이를 키운다. 10월께 대나무로 짠 발에 포자를 받아 두어 달 바다 들고나는 갯벌에서 25∼30㎝ 클 때까지 키운 뒤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한다. 3월이 지나면 색이 누레지고 맛이 떨어진다. 내저 마을 매생이 양식장의 면적은 2.8㎢다.

매생이는 주로 국을 끓여 먹는다. 굴 넣은 떡국에도 자주 넣어 먹는다. 해장에 탁월하다.

매생이는 주로 국을 끓여 먹는다. 굴 넣은 떡국에도 자주 넣어 먹는다. 해장에 탁월하다.

매생이는 주로 국으로 먹는다. 굴을 넣고 끓이거나 떡국에 넣고 끓인다. 해장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취 해소에 효능 있다는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보다 세 배 많다고 한다. 무기질과 비타민도 많이 들어있다. 무엇보다 매생이는 깨끗한 바다에서만 산다. 냉동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사철 매생이를 맛볼 수 있지만, 냉동 매생이는 제철 매생이의 맛과 향에 미치지 못한다. 제철 매생이는 목 안으로 넘어갈 때 싱그러운 향이 확 돋는다. 바다 향이다.

장흥 읍내 토요시장에 가면 어지간한 식당에서 매생잇국과 매생이떡국을 판다. 한 그릇에 7000∼8000원이다. 겨울에는 백반에 딸려 나오는 된장국처럼 매생잇국을 그냥 주는 집도 많다.

남포 마을 석화

장흥 남포 마을의 석화 구이도 겨울 별미다. 마을 앞 갯벌에서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만 석화를 캐서다. 남포 마을에선 석화를 참숯 장작에 구워 먹는다. 짭조름하고 고소해 계속 먹게 된다.

장흥 남포 마을의 석화 구이도 겨울 별미다. 마을 앞 갯벌에서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만 석화를 캐서다. 남포 마을에선 석화를 참숯 장작에 구워 먹는다. 짭조름하고 고소해 계속 먹게 된다.

장흥군 동쪽 해안에 남포 마을이 있다. 남포 마을 앞바다가 득량만 바다다. 남포 마을 앞바다도 육지로 둘러싸여 다정하고 얌전하다. 남포 마을 앞바다 갯벌에 석화가 산다. 바다에 내내 잠긴 수하식 굴이 아니라 바다 들고나는 갯벌에 붙은 자연산 굴이다. 남포 마을 어촌계 45가구가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4개월 남짓 석화를 캔다.

장흥 남포 마을의 석화 구이도 겨울 별미다. 마을 앞 갯벌에서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만 석화를 캐서다. 남포 마을에선 석화를 참숯 장작에 구워 먹는다. 짭조름하고 고소해 계속 먹게 된다.

장흥 남포 마을의 석화 구이도 겨울 별미다. 마을 앞 갯벌에서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만 석화를 캐서다. 남포 마을에선 석화를 참숯 장작에 구워 먹는다. 짭조름하고 고소해 계속 먹게 된다.

석화가 흔한 갯마을이어서 예부터 겨울이면 참나무 장작을 때 석화를 구워 먹었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온다. 겨울 일출 명소로 유명한 소등섬 주변 해안을 따라 석화 구이 집이 듬성듬성 놓여 있는데, 소등섬 북쪽 ‘남포수산’에서 아직도 참나무 장작으로 석화를 굽는다. 다른 석화 구이 집은 대부분 가스 화로를 쓴다.

장작에 불을 넣고 석쇠에 석화를 한 움큼 올린다. 석화가 익었다 싶으면 작은 칼로 굴 껍데기 틈을 벌린다. 숯 향과 굴 향을 풍기며 탱탱한 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입에 넣으니 짭조름한 맛이 일어나고, 서너 번 씹고 삼키니 고소한 맛이 맴돈다. 갯벌에서 캔 자연산 굴이어서 살집이 적지만 식감은 쫄깃쫄깃하다. 한 바구니(3만5000원)를 언제 다 먹나 했는데, 어느새 빈 껍데기만 수북이 쌓였다. 한 바구니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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