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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 무책임한 평가만 하는 국회, 정책계획도 짜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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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행정학회·정책학회 전문가 토론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 해야 할 일만 제대로 해야 한다.”

원숙연 행정학회 회장

원숙연 행정학회 회장

한국행정학회·한국정책학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중앙일보와 함께 6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책세미나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 가장 강조된 내용이었다. 행정학회와 정책학회가 내부 토론을 통해 도출한 제언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날 나온 제언은 국회의 역할 확대,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 시장 규제 철폐, 정확한 목표 제시와 평가, 정부 부처 간 칸막이 철폐 등 다섯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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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국회가 계획을 짜게 해라”

두 학회는 국회가 정책 계획 수립 단계부터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대표발제에서 “국회는 정책의 계획·집행·평가 과정 중 평가만 담당하기 때문에 무책임한 지적질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국회가 스스로 정책의 계획을 여야 합의로 세워야 무한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가 가진 예산 편성권의 상당 부분을 국회로 이양할 것을 제안했다. 강제상 경희대 교수는 “모든 것을 대통령이 하겠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도 “국회 내 행정 전문가가 부족한 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② “지방정부도 국세 징수하게 하자”

박진 교수는 “중앙정부가 국세를 거둬 지방에 교부할 게 아니라 지방정부가 정해진 비율에 따라 직접 국세를 거두는 공동세를 도입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에 배분율을 높여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주 52시간 노동제, 최저임금을 지방정부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다만 “중앙정부 역할은 계속 증가할 텐데 주요 사안에 대한 지방 분권을 하는 문제는 쉽지 않은 과제”(이창길 세종대 교수) 등 이견이 나오기도 했다.

나태준 정책학회 회장

나태준 정책학회 회장

③ “시장 자율에 맡겨라”

시장에 대해서는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을 막는 규제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가 시장에 재화와 서비스를 직접 공급하는 것도 시장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이창길 교수는 “시장의 실패가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가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④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정확하게 평가받자”

이석환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성과를 측정해 국민에게 정확하게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차기 대통령은 취임 후 6개월 내에 국정 과제와 부처의 핵심 지표를 선정해 달성 계획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야”

이석환 교수는 “문체부, 교육부, 행안부, 기재부는 국민의 관점에서는 그저 하나의 정부”라며 “같은 자치단체 내에도 생태 통로와 태양광 발전소가 지어지고, 도시숲을 조성하면서도 아파트를 짓고, 덕수궁 앞 가로수를 벌목하면서도 숲길을 조성하는 등의 충돌 사례를 줄여야 국민의 요구에 바로 반응할 수 있다”고 했다.

행정학회와 정책학회는 이날 ‘미래정부’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시작으로 오는 13일과 20일 ▶미래 인재와 국가 교육 ▶기후변화와 에너지 ▶연금 개혁 ▶지방 분권 ▶과학기술 ▶국책 연구기관 등 일곱 가지 주제에 대한 세미나를 이어갈 예정이다. 원숙연(이화여대 교수) 한국행정학회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은 정부의 역할과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있다”며 “일곱 차례 세미나의 논의 결과를 담은 공식 입장을 여야 선대위에 전달해 성공한 정부의 기초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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