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트럼프 조롱하더니 '리틀 트럼프' 돌변…그가 美 달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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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밴스. 한때 반 트럼프였다가 최근 친 트럼프로 180도 변심했다. AP=연합뉴스

J.D. 밴스. 한때 반 트럼프였다가 최근 친 트럼프로 180도 변심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지 곧 만 1년이 되지만, 워싱턴DC엔 그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다. 꼭 1년 전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 건물, 캐피톨 힐이 과격 트럼프 지지자들로 인해 테러를 당했던 상처도 아물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특히 회자되는 인물이 있으니, 신인 정치인 J.D. 밴스(38)다.

올 11월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에 공화당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 영화, ‘힐빌리의 노래’를 본 이들에겐 원작 소설의 작가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출연 배우 글렌 클로즈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동갑내기인 ‘미나리’ 윤여정 씨와 경합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영화화된 ‘힐빌리의 노래' 포스터. [중앙포토]

영화화된 ‘힐빌리의 노래' 포스터. [중앙포토]

『힐빌리의 노래』는 밴스가 정계 진출 전인 2016년 펴낸 자전적 소설이다. 제조업의 쇠락과 함께 몰락한 러스트벨트 지역의 백인 저소득층의 현실을 그려냈다. 주인공은 약물중독에 걸린 엄마 밑에서 양아버지를 여러 명 맞으며 자랐고, 가까스로 예일대 법대에 진학했지만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몸이 매인 신세다. 밴스 자신의 스토리이기도 하다. 백인 저소득층의 좌절을 적나라하게 그린 이 소설은 곧바로 이들의 왜 정치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지를 설명해주는 텍스트로 받아들여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책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백인 저소득층이 일자리 부족 및 경제 불황을 이민자 및 중국의 탓으로 돌리는 트럼프에게 환호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인 멜라니아. 지난해 10월의 모습이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인 멜라니아. 지난해 10월의 모습이다. AP=연합뉴스

밴스 본인은 ‘네버 트럼퍼(Never Trumper),’ 즉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를 주장하는 이로 유명했다. 법조인으로서는 이렇다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밴스는 책을 펴낸 뒤 3~4년 간, NYT 및 CNN 등 반(反) 트럼프 진영 매체들에 단골 패널로 출연했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의 밴스는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외려 ‘리틀 트럼프’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밴스가 주목 받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트럼프에 대해 밴스는 과거 “맙소사, 저런 바보 천치를 다 봤나”고 공개적으로 조롱과 비판을 일삼았다. 그러나 최근엔 친(親) 트럼프 주의자로서 180도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공화당에 여전한 트럼프 콘크리트 지지층에게 외면당해서는 그의 정치적 미래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트럼프를 비판했던 과거 트윗들은 삭제했고, “트위터는 트럼프의 계정을 다시 살려줘야 한다”는 트윗까지 올렸다.

하지만 네버 트럼퍼에서 리틀 트럼프로의 그의 급변에 멀미를 느끼는 이들이 적잖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서다. 먼저 진보 진영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부터 뉴욕타임스(NYT)의 베테랑 정치 칼럼니스트 프랭크 브루니, 최근엔 워싱턴포스트(WP)까지 밴스에 대해 변심의 이유를 파고드는 기사와 칼럼을 쏟아내고 있다. WP는 지난 4일엔 3만7900자에 달하는 장문 기사 르포 기사까지 냈다. 공화당 역시 밴스의 반 트럼프 과거를 석연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밴스의 후보 경선 낙선 운동을 위한 모금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밴스의 지지자들. 그에 대해선 공화당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AP=연합뉴스

밴스의 지지자들. 그에 대해선 공화당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AP=연합뉴스

밴스가 변한 이유는 뭘까. 밴스 본인이 WP에 한 말을 옮긴다.

“엘리트층은 지루하다. 변화를 반영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 사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문제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기득권층의 마음에 들기 위해선 흥미로운 이야기는 일절 하면 안된다. 나는 적어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고,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 

WP는 “밴스가 하고픈 말은 결국, 유권자의 흥미를 끄는 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포퓰리스트 적인 면모를 보이겠다고 작정했다는 의미다. 한때 합리적 보수로 통했던 촉망받는 작가의 변절을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도 배어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오하이오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밴스의 변심이 표심으로 이어질지는 몇 개월 안으로 판가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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