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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왜 탈선?...외부 충격보다는 차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탈선한 KTX-산천 열차 중 4호차의 바퀴가 빠져있다.[연합뉴스]

5일 탈선한 KTX-산천 열차 중 4호차의 바퀴가 빠져있다.[연합뉴스]

 충북 영동터널 부근에서 발생한 KTX-산천 열차의 탈선 원인이 외부 충격보다는 차량 자체의 결함 때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고 초기에는 터널 내 구조물 추락과 충돌 때문으로 추정됐다.

 6일 국토교통부와 철도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현장조사와 차량점검 등을 통해 탈선원인을 밝히고 있다.

 앞서 전날인 5일 오전 11시 58분께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으로 가던 KTX-산천 열차가 충북 영동터널 부근에서 탈선해 승객 7명이 다쳤다. 당시 소방본부는 터널 내에서 철제구조물이 떨어지면서 열차와 부딪힌 걸 탈선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항철위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터널 내에선 이렇다 할 철제낙하물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 추정한 사고 원인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탈선 충격으로 객실의 유리창이 깨졌다. [연합뉴스]

탈선 충격으로 객실의 유리창이 깨졌다. [연합뉴스]

 대신 사고 열차 중 유일하게 탈선한 4호차의 바퀴가 사고현장에서 3㎞가량 전에 위치한 오탄터널에서 발견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오탄터널 인근에선 열차가 탈선한 자국과 파편도 발견됐다고 한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4호차의 바퀴가 먼저 빠졌고, 이로 인해 이상이 감지되면서 달리던 열차에 긴급제동이 걸린 탓에 탈선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바퀴가 빠진 경위를 밝히는 게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부 물체가 바퀴에 강하게 부딪혔을 가능성과 바퀴 주변 결함으로 인해 빠졌을 가능성이 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철제 바퀴를 빠지게 할 만큼 강한 충격을 줄 만한 물체는 아직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차량 자체의 결함이 의심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탈선사고로 열차 아래 부분이 망가졌다. [연합뉴스]

탈선사고로 열차 아래 부분이 망가졌다. [연합뉴스]

 만약 차량 결함으로 확인될 경우 애초 제작 불량인지 유지보수의 문제인지도 가려내야 한다. 사고 차량은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2017년 납품된 KTX-산천 15편성 중 하나로 제작사는 현대로템이다.

 차량 유지보수는 운영사인 코레일이 맡고 있다. 사고 열차 납품 뒤에 코레일에서 경정비는 시행했지만, 아직중정비 대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열차 바퀴도 교체한 적이 없다고 한다.

 2주에서 최대 1년 6개월 단위로 시행하는 경정비는 각종 부품의 상태를 점검하고, 바퀴를 지탱하고 있는 차축과 대차를 교체하고, 필요시 바퀴가 일정각도를 유지하도록 깎는 작업도 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반면 중정비는 부품 조립체를 다 분해해서 세척하고 정비하고, 열차를 칸별로 분리해서 점검하고, 도장을 새로 하는 등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사실상 열차 하나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 수준으로 KTX는 통상 30년인 수명의 절반가량 됐을 때 시행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만약 중정비까지 시행했는데 차체결함으로 바퀴가 빠졌다면 코레일이 책임을 면키 어렵지만 그게 아니라면 제작사인 로템도 사고 원인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식적인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018년 12월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의 최종조사보고서도 1년 뒤인 2019년 말에 발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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