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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딛은 박항서, 다시 스즈키컵으로 일어선다

중앙일보

입력

박항서 감독은 오는 10월 열리는 차기 스즈키컵에서 명예 회복에 나선다. [AFP=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은 오는 10월 열리는 차기 스즈키컵에서 명예 회복에 나선다. [AFP=연합뉴스]

최고의 기억을 만든 스즈키컵(동남아시아축구연맹컵)에서 삐끗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살아나야 할 무대 또한 스즈키컵이다.

좌절을 맛 본 박항서(63)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시 한 번 시동을 건다. 스즈키컵 2연패 도전의 꿈을 간발의 차로 이루지 못한 건 뼈아프지만, 이젠 다시 앞만 보고 달릴 때다.

베트남축구협회는 최근 “스즈키컵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 자가격리를 끝낸 축구대표팀이 해단했다. 오는 13일 다시 소집해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정을 준비한다. 호주와 원정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하노이에 모여 훈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베트남은 2018년에 이어 스즈키컵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지만, 4강에서 ‘숙적’ 태국에 패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편파판정 논란 속에 베트남 선수들이 최선을 다 했지만, 1차전 패배(0-2) 이후 2차전에서도 0-0으로 비기며 뒤집기에 실패했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파격적인 보너스를 약속하며 물량 공세를 퍼부은 태국이 결승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꺾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경기 중 작전지시하는 박항서 감독(가운데). [AP=연합뉴스]

경기 중 작전지시하는 박항서 감독(가운데). [AP=연합뉴스]

스즈키컵은 박항서 감독을 영웅으로 만든 대회다. 2017년 말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이듬해 열린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의 우승을 견인하며 ‘베트남 축구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쌀딩크’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베트남이 2연패에 실패하면서 여론이 나뉘었다. 여전히 대부분의 베트남 축구팬들은 박항서 감독을 응원하고 지지하지만, 일각에서 “박항서 매직은 이제 끝났다. 이번 기회에 사령탑을 교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다 못한 베트남축구협회가 선을 그었다. “2022년은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이외에도 또 한 번의 스즈키컵이 열리는 해다. 박항서 감독을 중심으로 대표팀의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선수를 발굴할 것”이라 밝혀 감독 교체 관련 루머를 잠재웠다. 이어 “대표팀 멤버들에게 휴가를 부여한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에게 체력 유지를 위한 운동 처방 프로그램을 전달하며 꾸준한 관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박항서 감독이 태국과 스즈키컵 4강 1차전 실점 직후 아쉬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태국과 스즈키컵 4강 1차전 실점 직후 아쉬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발판으로 삼아야 할 무대는 공교롭게도 다시 스즈키컵이다. 베트남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도 참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수준 차가 매우 크다. 사상 처음 최종예선에 참여한 이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본선 통과는 언감생심이며, 1승이 현실적 목표다.

스즈키컵은 다르다. 2018년 정상에 오른 이후 베트남 국민들의 시선은 ‘우승’에 맞춰져 있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서 라이벌 태국이 정상에 올라 다음 대회에서 설욕해야 할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

공교롭게도 차기 스즈키컵은 올해 10월에 열린다. 지난해 말~올해 초 열린 대회는 당초 2020년에 개최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로 연기돼 치러졌다. 준비와 노력 여하에 따라 동남아축구 왕좌에서 물러난 베트남이 9개월 만에 다시 탈환하는 그림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박항서 감독 관계자는 “박 감독도 베트남 축구 팬들도 스즈키컵 결승 진출 실패에 따른 아쉬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여전히 다수의 베트남 국민들이 박 감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만큼, 차기 스즈키컵 우승을 목표로 차분히 준비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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