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새해 목표, ‘탄소발자국 줄이기’ …그 계기가 된 영화

중앙일보

입력 2022.01.06 15:00

업데이트 2022.01.06 15:34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79) 

1월 1일이 토요일이라서일까? 연휴가 아님에도 연휴처럼 느껴졌다. 여유를 가지고 지난해의 문을 닫고 새로운 호흡으로 신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밖으로 나가 새해의 공기를 한껏 마시고도 싶었지만, ‘코시국’이니 집에 머무는 게 나을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영화보기다. 시작하지 못했던 드라마와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 OTT 서비스가 있으니 소파에 기댄 채 ‘몰아보기’로 가능하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과 아담 멕케이 감독의 '돈 룩 업'. 넷플릭스를 통해 주말 동안 본 작품들이었는데, 전혀 다른 스토리지만 절망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나를 둘러싼 현실을 둘러보게 됐다. [사진 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의 '지옥'과 아담 멕케이 감독의 '돈 룩 업'. 넷플릭스를 통해 주말 동안 본 작품들이었는데, 전혀 다른 스토리지만 절망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나를 둘러싼 현실을 둘러보게 됐다. [사진 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의 ‘지옥’부터 클릭했다(스포일러 있음).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지옥’은 지옥행을 고지받은 후 괴물체로부터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이들과 이 현상을 이용해 권력을 키워가는 종교집단,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또 다른 공포를 야기하며 선동하거나, 그걸 바라보며 패닉에 빠진 채 무기력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괴물체가 날뛰고 피가 튀는 죽음의 신을 6편 연속으로 보고 나니 머리를 가볍게 하는 다른 장르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얼마 전에 개봉한 아담 멕케이 감독의 블랙 코미디 ‘돈 룩 업’이 떠올랐다. 사회비판적 시각으로 현실을 날카롭게 드러냈던 전작들에 대한 신뢰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부터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렌스, 티모시 살라메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라 진작부터 점 찍어둔 작품이다. 6개월 후 지구로 떨어지게 될 거대한 혜성의 존재를 발견한 대학원생과 그녀의 지도교수인 천문학자는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 이 재앙을 모두에게 알리려고 하지만 사건을 전달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할 정치권과 미디어, 기업과 또 다른 과학계의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갈등을 조장하며 위험을 외면한다.

그러고 보니 전혀 다른 톤의 드라마와 영화이지만 통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지옥행’과 ‘혜성충돌’이라는 예기치 못한 현상이 일어난다(예고된다). 하지만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 권력자들은 이에 대한 원인과 해결점을 찾으려는 노력 대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때로는 부풀려 방향을 흐트러뜨린다. 이들의 조정 아래 이 불가해한 현상을 마주하게 되는 보통의 사람들은 희망 없는 현실(지옥)을 경험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 저항하는 소수의 사람들도 존재한다. ‘소도’라는 이름으로 시연을 예고 받은 사람들을 도우며 시연 후 맞이하게 되는 가족들의 비극을 막아보려는 민혜진 변호사(김현주)와 혜성을 처음 발견한 후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이를 피할 방법을 강구하는 과학자 케이트(제니퍼 로렌스)와 랜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같은 사람들 말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나서주겠지’, ‘해결 방법이 있을거야’ 라는 게으름을 털어내고, 현실을 직시한 후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 탄소발자국 줄이기 말이다. [사진 Alexander Cifuentes on unsplash]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나서주겠지’, ‘해결 방법이 있을거야’ 라는 게으름을 털어내고, 현실을 직시한 후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 탄소발자국 줄이기 말이다. [사진 Alexander Cifuentes on unsplash]

이 두 작품은 허구적 전제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 전제를 다른 것으로 바꿔 보면 벌어지는(벌어질) 양상은 현실과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지구 온난화만 해도 그렇다. 전 지구의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는 이 현상은 과생산된 이산화탄소가 오존층에 구멍을 내 햇빛이 걸러지지 않고 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숲이 파괴되면서(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하게 되어) 더욱 가속화되는데, 결국 지역에 따라 강수량이 증가하기도 홍수나 가뭄이 계속되기도 사막화가 되기도 한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빙하가 녹게 되며, 바다의 기온이 높아져 바닷속 생물체가 멸종한다는 예측을 매번 듣곤 한다. 이를 막아 내기 위해 ‘탄소 중립(배출한 이산화탄소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제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을 모토로 세계 각국이 협정을 맺고 국가별, 지역별, 개인별로 이를 위한 실천과 노력을 하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지금까지도 자국의 이익과 속해 있는 집단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이토록 명징한 과학적 예측을 뒤로하고 다른 해석을 가져다 붙이거나 시간을 끌거나 대책을 지연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원자력발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폐기물과 위험에 관해서는 알고 있지만, 당장의 이익 혹은 속해 있는 집단의 입장이 우선한다.

새해 첫날 지옥과 멸망에 대해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의미 있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언제까지 ‘돈 룩 업(위를 쳐다보지 마)’을 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눈을 가려 안도할 수 있는 가리개를 찾는 게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고 방법을 강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런 의미로 2022년 새해 목표 하나로 ‘탄소 중립을 위해 행동하기’을 넣었다. 정부의 구호나 신문 속 기사로만 접하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행동으로 옮겨봐야겠다. 전자기기 사용을 효율적으로 하는 등 에너지 소비 전력을 줄이고, 집 안에 있는 식물이라도 적극적으로 돌보는 등 찾아보면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적지 않은데, 무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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